왜 사는가?/자작시

여보게 친구야 잘 가시게!

雲靜, 仰天 2012. 10. 8. 21:20

여보게 친구야 잘 가시게!

 

여보게 친구야

우예 그래 가시나?

어제 아레만 해도

사람 사는 거처럼 활수롭게

인생 뭐 있나 하듯 호기롭게 살더니만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나

 

십대엔 반항심으로 살던 그 시절이 아니었던가

뭘 모르고 얼떨결에 훌쩍 지나간 이십대였었네

삼십대엔 몸에 붙은 관성대로 살았고

“그래도 낸데” 하는 체면과

“그렇게 살 걸”하는 아쉬움이 교차된 상태가 사십대라네

오십대엔 그래 이제라도 사는 것 같이 사는가 싶더니만

한순간 거품처럼 사그라지는구나

 

여보게 친구야

살아서 엊그제 그대와 나눈 찰나 같은 ‘두장무이’

그 삶을 산 적 없는 자들이야 알 턱이 없겠지만

지천명 넘어 즐긴 그 한나절이 봄날의 아지랑이 같구려

 

여보게 친구야

본시 산다는 게 그러네

잠시 왔다가는 소풍 같은 삶이 아니겠는가

잠시 온 소풍,

먼저 간들 어떻고,

조금 늦게 간들 어떠랴!

어차피 한번은 가는 인생

다 놓고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게

못다 한 회한은 내려두고 가시게

혹여라도 삶의 아픈 상처가 있다면 모두 놔두고 가시게

살만큼 살지 않아도 어차피 덧없는 게 인생이라네

 

여보게 친구야

“왜 나는 그렇게 살았나”라고 노여워하거나 서러워하시지 말게

자책도 하시지 말게

인생이 한 번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허점투성이로 살다 가는 게 인생이라네

남아 있는 친구들도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이제 이승에서의 喜怒哀樂愛惡慾 다 내려놓고 편히 쉬시게

누구나가 가야 할 저승길 조금 서둘러 갔을 뿐이네!

 

2012. 10. 7. 22:37

신경주발 서울행 KTX 열차 안에서

먼저 간 옛친구 김동식을 추모하며

雲靜 

 

 

삶은 봄날의 일장춘몽 같은 것, 강아지풀만큼 가벼운 게 죽음이라네!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시 溫古知新  (0) 2013.10.16
눈물  (0) 2012.11.28
한시 百潭寺紀行  (0) 2012.08.26
한시 壬辰年 新年一聲  (0) 2012.02.27
한시 夫士, 不可隱居也  (0) 201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