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친구야 잘 가시게!
여보게 친구야
우예 그래 가시나?
어제 아레만 해도
사람 사는 거처럼 활수롭게
인생 뭐 있나 하듯 호기롭게 살더니만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나
십대엔 반항심으로 살던 그 시절이 아니었던가
뭘 모르고 얼떨결에 훌쩍 지나간 이십대였었네
삼십대엔 몸에 붙은 관성대로 살았고
“그래도 낸데” 하는 체면과
“그렇게 살 걸”하는 아쉬움이 교차된 상태가 사십대라네
오십대엔 그래 이제라도 사는 것 같이 사는가 싶더니만
한순간 거품처럼 사그라지는구나
여보게 친구야
살아서 엊그제 그대와 나눈 찰나 같은 ‘두장무이’
그 삶을 산 적 없는 자들이야 알 턱이 없겠지만
지천명 넘어 즐긴 그 한나절이 봄날의 아지랑이 같구려
여보게 친구야
본시 산다는 게 그러네
잠시 왔다가는 소풍 같은 삶이 아니겠는가
잠시 온 소풍,
먼저 간들 어떻고,
조금 늦게 간들 어떠랴!
어차피 한번은 가는 인생
다 놓고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게
못다 한 회한은 내려두고 가시게
혹여라도 삶의 아픈 상처가 있다면 모두 놔두고 가시게
살만큼 살지 않아도 어차피 덧없는 게 인생이라네
여보게 친구야
“왜 나는 그렇게 살았나”라고 노여워하거나 서러워하시지 말게
자책도 하시지 말게
인생이 한 번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허점투성이로 살다 가는 게 인생이라네
남아 있는 친구들도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이제 이승에서의 喜怒哀樂愛惡慾 다 내려놓고 편히 쉬시게
누구나가 가야 할 저승길 조금 서둘러 갔을 뿐이네!
2012. 10. 7. 22:37
신경주발 서울행 KTX 열차 안에서
먼저 간 옛친구 김동식을 추모하며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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