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눈물

雲靜, 仰天 2012. 11. 28. 00:54

눈물

         

 

화사한 봄날

천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면 흐르는 시간이 못내 아쉬워

나도 모르게 와락 눈물이 쏟아집니다.

 

뙤약볕 여름날

쩌렁대는 매미 소릴 들으면 까닭 없이 소싯적 친구들이 생각나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고즈넉한 가을날

석양을 등진 억새풀을 보면 산다는 게 고마워 참으려고 애써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동토의 겨울날

처마 밑 꽝꽝 언 고드름을 보면 이 우주의 아름다움에 못 이겨

푼수 없이 막 울어 제낍니다.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이 사내는 사시사철 눈물로 살아서

늘 가슴이 촉촉하고 때론 먹먹합니다.

 

눈물 나는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용서하지 못할 게 없습니다.

눈물 나는 맘으로 인간을 보면 측은치 않는 이가 없습니다.

 

인생이 본시 울며 태어나 눈물 흘리다 가는 거란 걸 알면

인간사 본면목이 보이고 세상에 욕심낼 게 없지요.

 

2012. 11. 27

雲靜

한 친구가 인생이 원래 그런 거려니 하고 살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는 소릴 듣고 쓰다. 

 

 

사실...나는 해마다 4~5월 개나리, 벚꽃, 목련 등등의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만발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비오듯 한다.
우리 세대라면 어릴 적 누구나가 한 여름에 매미 소릴 들으면서 여름을 보냈고, 실제로 나무에 붙어서 쩌렁쩌렁 우는 매미를 잡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매미를 잡아서 손 안에 쥐면 가끔씩 울면서 몸이 진동한다. 나는 그 감각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엔 몰랐는데, 훗날 매미 소리가 들리면 아득히 지난 옛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가을 해가 설핏한 언덕에 올라 억새풀을 본다. 상상 속의 그림이 아니라 옛시절엔 실제 현실의 한 장면이었다. 가을이면 억새풀 보러 오천 오어사로, 양동마을로, 안강 창말로 가끔씩 쏘다녔다.
어릴 때, 한 겨울엔, 특히 김장철도 지나고 나면 먹을 게 없어서 친구들과 이 고드름을 따서 입안에 넣고 깨물어 먹기도 했다. 고드름은 우주의 고뇌요, 지구의 자명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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