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05

비 내리는 낙화암(雨中的落花巖)

雨中的落花巖 雨淅瀝下着在白馬江 江水涴涎流着似蛇般 夕沒而燈光於泗沘城 聽至霧中黃山野喊聲 離江登到扶蘇山而看 七百年百濟榮華不見 此地僅余落花巖聳立 像蘇定方釣龍的傳說 三千宮女故事亦爲捏 義慈王啊! 勿說己爲仁義慈愛王 隨羅唐軍之馬蹄剛勁 但臣叛國亡責歸否王? 經常不揚威不弄權勢 而包容老百姓不了嗎? 新羅拉外力統一半島 滿意於此地便是汝業 朝鮮打消進大陸念頭 自居小中華也是汝業? 是汝的寃孼呼? 是否知過客之胸中心 而蒙雨松無聲地下着 離哀怨的落花巖下去 人迹斷絶的皐蘭寺內 只有一燭火忽閃擺動 一只大蟾投身於懸崖 2015. 7. 11 傍晩 雲靜於與內子尋訪的扶餘落花巖 비 내리는 낙화암 부슬부슬 비 내리는 백마강 강물이 스르륵 스르륵 뱀 가듯이 흐르네 해거름이 자태를 감추고 사비성에 하나 둘 불이 밝혀지니 강 건너 은은한 안개 속으로 황산벌 함성이 들려..

한시 竹長 歸去來辭

竹長 歸去來辭 戴笠到竹長芳草迎客 柜下亭趣鯫遊於溪水 曾聽過故鄕有景勝地 旅烏浮遊四十何能來 徐家之盛年何是海量 靑山跳舞紅陽亦不昳 人與綠樹未分歸一本 丘山中均醉別無仙界 歸田園五柳心情如此 他稱塵網三十年羇鳥 惜沒居田園何故吾解 吾欲歸來舊里於悔前 唯勿咎沒功空手落鄕 野草也有依處而托風 野鳥亦有巢我不爲客 本是同根吾唯靠同姓 2015年6月15日 雲靜於竹長 ※五柳는 도연명의 별호다. 그는 자기 집 주위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어 놓고 살면서 스스로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 선생’(五柳先生)이라고 불렀다. 竹長 歸去來辭 竹杖에 삿갓 쓰고 竹長으로 들어서니 綠陰芳草가 객을 맞는구나 느티나무 아래 정자는 손짓하고 계곡엔 송사리 떼가 노니네 고향땅에 이런 명승이 있다는 걸 내 일찍 들었어도 40년 떠돌이로 타관 땅을 돌았으니 어찌 와볼 ..

영혼의 안식처

영혼의 안식처 이러구러 반백년이 흘러 찾은 항․도․국․민․학․교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으랴만 모든 게 변했구나 변명 없이 얼굴이 바뀌었구나 인색한 장사치처럼 에누리 없이 변했구려! 춘사월 아지랭이 환영으로 아른거리는 옛 모습 벚꽃처럼 실바람에 흩날리는 風情 아,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몽환 속 노스탤져 변하는 게 필요하지요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지요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허름한 목조교실은 번듯한 철골校舍로 우뚝 섰구나 봄날 졸졸졸 환희가 흐르던 도랑도 사라지고 여름날 꿈으로 영글던 복숭아과수원도 자취를 감췄네 뭉크의 절규처럼 갈래갈래 풀어지던 철길도 흔적 없고 아프락사스의 야윈 비명처럼 뽀~옥, 뽀~옥 뭉게구름 피우며 달려오던 시커먼 화차 그땐 차암 무서운 존재였었지! 붉은 깃발 격하게 흔들며 저..

한시 異域萬里再遇故友

잘 계시겠죠? 저도 무사히 도착해 본격적인 여행일정이 시작됐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를 거쳐 카리브해 몇몇 나라들과 텍사스를 여행하는 긴 여정입니다. 맨 먼저 찾아온 곳은 친한 친구가 20여년 전에 이민와서 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입니다. 친구 집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기 전부터도 평소 자주 통화 하고 살아서 그런지 지층처럼 그리움이 쌓인 건 아니었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初老의 나이가 돼 만나니 그것도 묘한 맛이더군요. 여행에 친구와 술과 시가 따르지 않으면 운치가 있을까요? 아래는 미국에 온 첫인상과 친구를 만난 소회가 버무러진 졸시입니다. 오랫만에 써본 한시 습작입니다. 異域萬里再遇故友 東渡太平洋曾沒做夢 捻念美利堅近在遲尺 未知何終之雄厚自然 一布千一夜話的毛氈 丈夫胸..

가을 마누라

가을 마누라 마누라와 같이 간 김천 直指寺 허파로 들어오는 쪽빛 하늘 후회 없이 핀 滿山紅葉은 천녀의 드레스 샛노란 은행잎은 프랑스 훈장 레종 도뇌르 直指라고 하길래 봉긋한 마누라 얼굴을 바로 봤더니 조잘대는 은행잎이더라 촐랑촐랑 걸어가는 단풍이더라 사찰 뜨락에 저만치 가을을 묻어놓고 오니 샛노란 은행 한 잎이 어느새 절간 가듯이 구파발 내 집으로 조잘대며 촐랑촐랑 걸어들어 온다. 2014. 11. 2 밤 구파발에서 雲靜

혼자서 가라

혼자서 가라 갑돌이 믿지 마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을순이에게 기대지 마라 믿었던 이의 배신은 더없이 쓰리지 않던가?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래도 믿어라 진리와 정의를 그래도 기대라 인간에게 믿고 안 믿고, 기대고 안 기댈지는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기대라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듯이 태양이 스스로 비추듯이 우주가 스스로 존재하듯이 2014. 10. 29. 08:24 출근길 전철 안에서 雲靜

동기회 밴드 素描

동기회 밴드 素描 멍석 깐 주인은 간데 없고 객들이 다정에 겨워 말이 살아 춤춘다 세상사 참 道라면 없는데 없다더니 주인이 불러낸 時空이 妙有로다 살만큼 살면 아름다운 것도 없고 추한 것도 없도다 높고 낮은 것도 없고 귀하고 천한 것도 없는 법 마음이 익으면 말은 우수마발이니 시시비비란 놈 제낯짝 못 들걸 동천에 뜨는 해가 내 것이더냐 서천에 걸린 달이 네 것이더냐 보는 놈 임자요, 따는 년 장땡이로다 보기 전엔 공기요, 따기 전엔 하늘이라 옳커니! 말과 글이 달라도 하나의 경계로구나 본면목을 보는 이라면 주인이 펴놓은 마음자리 주객이 따로 있으랴! 2014. 2. 20. 16:15 초등학교동기회 밴드에서 친구들이 주고받는 대화 내용을 보고 雲靜

"엄마!"

"엄마!"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안 유치원생 아이가 부른다. “엄마!”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는다 새우깡에 손이 가듯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엄마는 캥거루의 아기 주머니 아이는 딱히 용무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불렀다. 엄마 배속에서부터 입에 밴 “엄마!” 평생 못 잊는 얼굴 아니 못 잊을 모습 가시고 나니 더 자주 떠오른다 환갑 다 된 어른이어도 내게는 "엄마"다. 용무 없어도 그냥 부르고 싶다 "엄마!" 울 엄마 손이 잡고 싶다 나도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 2011. 6. 어느 날 아침 출근길 전철역에서 아이가 부르는 "엄마!"소리를 듣고 雲靜

바람

바람 화가는 바람을 그릴 수 있을까요? 지휘자는 바람을 연주할 수 있을까요? 시인은 바람을 노래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바람을 만질 수 있을까요? 화가는 바람을 그리는데 바람에 하늘대는 연꽃을 그렸다. 바람에는 붓길도 닿지 않았다. 지휘자는 바람을 연주하는데 바람에 우는 문풍지 소릴 들었다. 바람에는 지휘봉도 닿지 않았다. 시인은 바람을 시로 쓰는데 바람에 일렁이는 허공을 봤다. 바람에는 눈길도 닿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바람을 만져보기 위해 두 손을 벌렸다. 바람에는 손길도 닿지 않았다. 모두 바람은 보지 못하고 연꽃과 문풍지와 허공만 봤다. 바람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었습니다. 그윽이 있었습니다. 2014. 6. 28. 05:37 초여름 새벽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 소릴 듣고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