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05

暮れ落ちる迎日灣の海(해지는 영일만 바다)

暮れ落ちる迎日灣の海 船艙街で眺める靑黑い迎日灣 秋の落照にチカチカする水鱗 肉親が寢靜まっている海だぞ。 해지는 영일만 바다 선창가에서 바라보는 검푸른 영일만 가을 낙조에 반짝이는 물비늘 육친이 잠들어 있는 바다이지 2015. 11. 20. 16:47 포항항 포구에서 雲靜 ☆영일만 바다는 雲靜이 뿌린, 수 년 전에 돌아가신 양친의 粉骨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ふるさとの秋の海(고향의 가을 바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주말이 있는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제는 고향 영일만 바닷가를 유령 처럼 배회했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 푸른 바다,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에 감흥이 일고 결국 가만 있질 못해 몇 자 적었습니다. 내용을 표현하는데는 한국어 보다는 일본어가 더 어울릴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일본어로 썼습니다. ふるさとの秋の海 季節はずれのうみべ 空っぽの海水浴場 靑ぞら高く飛ぶかもめ 고향의 가을 바다 철 지난 바닷가 인적 끊긴 텅빈 해수욕장 푸른 하늘 높게 나는 갈매기 2015. 11. 20. 15:43 늦가을 고향바닷가에서 雲靜

한시 雨聲(비소리)

雨聲 雨聲瀝瀝引思緖 三世均在雨聲裏 此雨聲音乃依舊 却似打開新境界 陋習一身望忘我 吾與雨聲爲一體 實是物我融一心 身流於洪水也可 빗소리 빗소리에 잠겨 생각이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니 三世가 모두 빗소리에 있구나 이 비소리는 예전처럼 달라진 건 없지만 새로운 경계를 여는 듯 하네 습에 쩔은 몸 나를 잊고프니 내가 빗소리요, 빗소리가 나인듯 한몸 되네 실로 物我一心이 이 경계로구나 몸뚱이야 홍수에 떠내려간들 어떠랴. 2015. 11. 16. 11:35 雲靜於故鄕浦項作 비오는 날 오전 한 친구랑 대화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새우깡에 손이 가듯이 자연스레 읊은 겁니다. 퇴고를 하지도 않고 친구에게 보낸 초고를 그냥 올립니다. 고향에 와서 비소리에 취한 나머지 기분에 끌려 올리는 성급한 점 慧諒해주이소~

한시 惜別之情(석별지정)

惜別之情 於弱嫘瀨歌幽岸 曾夢有人魚顯現 在東方美麗珍珠 巧笑倩兮來姍姍 伴竹香而離此地 惜別之情不自禁 世事聚散惜因緣 何時何處再相見 1990年11月17日 雲靜於臺北國立師範大學語言中心代表同學作 석별의 정 전설의 로렐라이 노래가 그윽한 언덕에 인어가 나타난 꿈을 꾼 바 있지 동방의 아름다운 진주에 미소를 띠며 나비처럼 날아들었다네 이제 竹香을 머금고 이곳을 떠나니 헤어짐의 애석함을 금할 수가 없는데 모이고 흩어지는 세상사 인연이 아쉽구나 이제 떠나면 언제,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까? 1990. 11. 17 臺北 國立師範大學 語言中心에서 雲靜 독일로 돌아가는 Classmate 꾸뜨론(Gudron)에게 同學들을 대표해 써준 글 On parting Once at the far side of the Rhein where ..

한시 蘇州 塘河(소주 당하)

한시 蘇州 塘河(소주 당하)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의 첫째 주가 시작됐습니다. 雲靜의 졸시 한 수 감상하시고 활기차게 시작하세요. 지난 9월 중순 친구 虛量선생과 함께 중국의 명승지 蘇州의 도시 내 운하인 塘河를 찾아 배를 타고 수변 풍광을 보고 느낀 것을 적어본 것입니다. 塘河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蘇州 塘河 秋來塘河綠意多 與友登舟漕到何 柳枝漫垂凝碧影 此水路通往天界 還是通往武陵山 東坡姑蘇曾爲客 云不游虎丘乃憾 吾感塘河最景勝 蘇州 塘河 가을 塘河를 찾으니 물이 푸르고 생각을 많게 하는구나 친구와 함께 배를 탔는데 어디로 저어갈까? 물가 버드나무 가지들은 길게 물위에 드리워 있고 이 물길이 닿는 곳은 하늘로 통할까 아니면 무릉도원으로 통할까? 옛날 소동파는 소주를 찾아와보고선 虎丘를 못 보면..

친구와의 아침대화와 가을소풍(秋逍風)

친구와의 아침대화와 가을소풍(秋逍風) 보내준 좋은 글 감사하다. 輓者의 애절한 마음을 대신하여 漁村 沈彦光(1487~1540)의 輓詩를 옮겨본다. 落落親朋似曉星 如君澄爽亦凋零 半生面目纔三紀 一夢光陰了百齡 秋水冷冷憐氣槩 霜筠挺挺想儀刑 白頭無復逢知己 何處風塵眼更靑 雲靜!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한다. 2015. 10. 26 아침 연석 寄 ------------------------------------- 친구 연석아~ 보내준 漁村의 輓詩 잘 감상했다. 고맙다. 올곧은 기개가 넘쳐 귀감이 돼온 친구, 서릿발 같이 곧았던 친구, 자신을 알아주는 그 지기가 일찍 타계한 것을 애석해 하는 친구의 마음을 절절이 느끼게 해주는 만사구나. 내 주변에도 먼저 간 아까운 친구와 선후배들이 적지 않아 내 일처럼 느껴진다. 아래..

JSA의 봄

JSA의 봄 JSA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단의 최접점 그 잘난 민족의 훈장 “Oh, my God!” 이방인의 탄성이 연발하고 “아, 제기랄!” 수치도 자원인 곳 때 놓친 죽음은 질기게도 오래 사는구나 웬쑤 보다 못한 형제 불과 25미터 앞에서 일촉즉발, 살기등등 엄니에게도 겨눈 총구 부릅뜬 남북 초병의 적개심엔 365일 외마디 아흐, 어머니! 오마니! 악 받힌 오기로 연명하는 남북 국기게양대* 소름 돋는 허세의 영토에 선 자코메티의 현기증 실성한 깃발만 실바람에도 미친 듯이 펄럭인다. 남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은 숙명이라지만 잘린 허리 155마일은 누굴 원망할까? 이랑마다 빼곡이 들어선 눈물 꽃 싸늘하게 말라버린 증오의 늪 위로 모시옷 걸친 학이 날아가고 색동옷 두루미 살포시 내려앉는다 한껏 부푼 쪽빛 ..

광복 70년

광복 70년 광복 70년 일제가 패망하던 그 날 빛을 다시 봐서 좋긴 좋았다만 히로히토가 사과는커녕 패전을 애석해하고 그놈의 ‘玉音’방송도 ‘무조건항복’이 아니었건만 외세가 선사한 환희와 감격의 눈물로 희망과 태극기가 출렁인 삼천리강토에 한 순간 빛에 취해 이성이 잠든 사이 악마가 길게 천년의 똬리를 틀었다 광복 70년 강산이 일곱 번씩이나 바뀌는 동안 빛이 어둠을 몰아내지 못하고 정의가 불의의 농간에 당하자 독립유공자들이 이름뿐인 광영과 자존에 주린 배 움켜쥐고 병든 채 골방에서 죽어갈 때 친일파들 뱃떼지에 기름치가 올라붙고 그 후손들이 물고기 물 만난 듯 희희낙락 나라를 난도질 한 거 밖에 더 있소? 광복 70년이라지만 일제강점시대 마냥 다시 찾아든 한숨과 절망과 분노 속에 앙상한 빛 밖에 더 남았느..

야속한 春情

야속한 春情 서상문 한 번은 가야 할 저승길 무엇이 바빠 그리도 걸음을 재촉했더냐 극락천당 저승이 좋다한들 一場春夢 현생 보다 달겠는가 그토록 휑하니 서둘러 갈 거라면 後嗣나 남기지 말지 어엿한 동자가 된 아들이 그대마냥 웃을 때 내 가슴은 아려오지만 그대는 핏줄을 보듬는 손길 한 번 내밀지 않는구나 그렇게 도도하게 청산에 누워 말없이 있으려거들랑 내 마음에 도려 낼 수 없는 기억까지 거둬가시게 끊기 어려운 곰삭은 정 마저 모두 가져가시게 그대와 맺은 도타운 이승 인연이 엊그제 같거늘 어느덧 속절없이 강산이 한 번 바뀌었구려 生者必滅이 자연사 이치라지만 강산이 돌고 돌아도 꿈결엔들 잊겠는가 春四月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그대 幻影 붙들래야 붙들 수 없고 불러도 回響이 없는데 또 다시 꽃 피고 새 우는 春情..

攝理 : 마음 비워 추운 날

攝理 : 마음 비워 추운 날 버릴 거 다 버리고 남은 건 버릴 게 없는 나이만 남았다 기약 없는 유배지에서 뼈만 남은 그리움마저 쏟아 버리면 이제 더 버릴 게 무엇 있으랴 덧니 난 고드름 무던히도 추웠다 오랜 세월 추워서 울었다 혼자서 구슬피 울었다. 술 취해 허물거리는 넥타이처럼 나를 온통 내던져 버리고 싶었다 뭐가 뭔지 알 턱없는 강아지 마냥 세상에 그냥 안기고 싶었다. 聽其自然이라지 않는가? 순리대로 살라 하네, 순리대로! 죽을 줄 알고도 거스르는 한 마리 연어 본능을 뒤집지 못하는 운명일 터 聽其自然만 생각하면 싸아한 가슴 저켠에 피멍든 달이 지고 슬며시 解冬의 여울이 일렁인다. 서걱대는 햇살에 노을은 녹아내리고 철 지난 가을은 아무래도 내게는 알 수 없는 구원 버릴 거 다 버리고 앙상히 뼈만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