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05

하이쿠 迷い鳥(길 잃은 새)

迷い鳥 迷い鳥 君がいなくて 物哀れ 길 잃은 새 길 잃은 새 님이 없어 처량하고 가엾구나! 2016. 1. 10. 21:27 구파발 寓居에서 雲靜 위의 짧은 세 구를 통해 雲靜이 느끼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암시 받거나 상상하게 하는 것이 느껴지십니까? 우리의 시조처럼 기승전결 형식과 달리 대담하게 생략하고 단지 5. 7. 5자로만 써서 극도의 단순미, 고졸미를 최고로 치는 일본인들의 미감이 반영된 이런 류의 시에선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암시하고 상상하게 하는 게 없다면 실패작입니다. 위 하이쿠에서 雲靜이 말하고자 하는 게 어떤 건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까?

하이쿠 冬の鷗(겨울 갈매기)

하이쿠 冬の鷗(겨울 갈매기) 丙申年 새해 아침, 대보 호미곶에서 떠날 줄 모르고 홀로 있는 갈매기... 새해 아침 추운 겨울 바닷가에 홀로 앉아 있는 갈매기를 보니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네요. 그런데 가슴 속의 얘기를 다 할 순 없고, 또 하고 싶지도 않군요. 그 대신 눈에 보이는 대상만 간결하게 묘사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일본의 단가인 하이쿠(排句) 한 수를 써봤습니다. 하이쿠란 5.7.5.7.7, 즉 총 31음(소리)의 글자 이내로 짓는 짧은 單歌형식의 와카(和歌)에서 앞 發句인 5.7.5의 소리(7.7의 付句는 생략)에다 매듭말인 키레지(切字) 몇 음을 보태 짓는 시로서 일본인들에게 널리 사랑 받고 있는 대중적인 문학의 한 장르입니다. 발구로만 적을 때 ..

淺草 觀音寺の柿の木(아사쿠사 관음사의 감나무)

淺草 觀音寺の柿の木 初冬淺草觀音寺の庭にある柿の木 廋せ細った枝に付いてある赤し柿一つ つつ闇中の盲人らしく 獨りで殘された。 一到滄海すればいつ巡るか知らぬ 隅田川の靑い水は滔滔に流れるが 淺草觀音寺の柿の木は 季節の攝理を知るよう自ら沈默する。 아사쿠사 觀音寺의 감나무 초겨울 아사쿠사 관음사 뜨락의 감나무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붉은 감 하나 칠흑의 어둠 속에 남겨진 맹인처럼 홀로 남았네. 一到滄海 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를 스미다江의 푸른 물은 도도히 흐르는데 아사쿠사 관음사의 감나무는 계절의 섭리를 아는 듯 스스로 침묵한다. 2015. 12. 19. 08:56 日本 東京 淺草 觀音寺에서 雲靜

冬の以心傳心(겨울의 이심전심)

冬の以心傳心 赤城山からの荒いおろし 我が身に北漢山の嵐で吹きこむ 外は照りの乾いた冬 ミイラで咲く心 懐かしさが淚に散ちってしまう。 겨울의 이심전심 아까기산에서 불어오는 거친 산골 바람 내몸에 북한산의 황량한 폭풍으로 스며든다 바깥은 볕이 말라버린 겨울 미이라에서 피어나는 마음 그리움이 눈물로 지고만다. 2015. 12. 7. 19:38 전철 안에서 雲靜

한시 耳順之情

Guten Morgen! Как вы поживаете? 하늘이 예쁜 초겨울의 일요일입니다. 오늘 새벽에 써본 졸문 한 편을 보내드립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耳順之情 老回看人生事非 富貴榮華在夢裏 患愍如山一笑空 人空手來空手去 今同在人最爲貴 會本是合緣奇緣 勿作故亦不勿作 如托水流而自在 2015年12月6日 曉 6時21分 雲靜於舊擺撥寓居 耳順에 느끼는 인생 나이 들어 인생을 돌아보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 부귀영화도 모두 한갓 꿈결 속이요 온갖 근심걱정도 한 바탕 웃어버리니 날아가더이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법이라네 지금 그대와 같이 있는 이가 가장 소중하느니라 인연이란 어찌 한다해서 뭐가 되는 걸 넘어서 있는 것이외다 어찌 하려고도 하지 말고 하지..

한시 迷途之雁(길 잃은 철새)

迷途之雁 日暮斜雨下一雁 衆全去盡而獨迷 不知應飛何處好 徘徊於空虛秋野 亦居在春巢如何 萬象如一片流雲 是否爲西山落日 卽使迷勿落在套 길 잃은 철새 날은 저문데 비바람 속 철새 한 마리 무리는 다 떠나가고 홀로 길을 잃었네 어데로 가야 좋을지 몰라서 가을 허허벌판을 헤매고 있구나 봄볕의 안온한 草巢에 거한들 어떠하리 모든 게 흘러가는 한 조각 구름이요 서산에 걸린 석양이 아니든가 길은 잃어도 몹쓸 덫엔 걸리지 않았으면 싶구나 2015. 11. 16. 09:39 雲靜

秋郊の案山子(가을 교외의 허수아비)

秋郊の案山子(가을 교외의 허수아비) 화요일입니다. 불같은 열정과 집중으로 하루를 너끈히 소화하시길 바랍니다. 어제 오후 전철로 雲靜이 구파발에서 삼송리 근교를 지나다 들녘에 꽂혀 있는 한 허수아비를 보고 떠오른 느낌을 적었습니다. 秋郊の案山子 時が止まった樣な秋の野原 日差しがずたずたに大地に緩まり 獨りぼっちでは立つにたてぬかかし 言うにいわれぬ苦しさ 痛いに痛いが幸せな沈默。 가을교외 허수아비 시간이 멎은 듯한 가을 들판 햇살이 갈래갈래 대지에 풀어지고 홀로는 설래야 설수 없는 허수아비 말할래야 말 할 수 없는 고통 아프긴 아파도 행복한 침묵 2015. 11. 24. 05:43 구파발 寓居에서 仰天 ☆일본어로 읽는 것이 한글 보다 더 글의 제맛이 나기에 일본어로 썼습니다. ☆仰天은 雲靜이 가지고 있는 다른 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