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 장날의 외할매 시외버스가 설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행여 인천에 살러 간 큰아들이 내리나 해서··· 닷새마다 서는 청하 장날이면 괜스레 앉았다 섰다 하면서 오전 내내 몇 번이고 먼 산을 쳐다본다 산중에서 화전밭 일구며 사는 둘째딸이 혹 오늘은 재피 팔러 오지 않나 싶어서··· 땅거미 질 때까지 삽작문만 클클히 내다본다 시집 간 포항에서 장사하는 맏딸이 빈 고기반티 이고 "엄마!"하고 들어설까 해서··· 이러구러 긴 여름 하루해가 지려할 때 뒷동산 소나무에 매인 누렁이가 도 번 운다 음매에 음매에 초갓집 뒤 푸른 대숲에 실바람이 워썩대고 뻐꾹 뻐꾹 뻐꾹새 소리 속절없다. 딸이 사는 서산으로 붉은 해가 뉘엿뉘엿할 제 정지에서 나직이 새어나오는 한숨 소리 칠순 노파 얼굴에 주름이 한 뼘 더 패인다 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