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淸河 장날의 외할매

雲靜, 仰天 2021. 10. 3. 14:46

淸河 장날의 외할매


시외버스가 설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행여 인천에 살러 간 큰아들이 내리나 해서···

닷새마다 서는 청하 장날이면
괜스레 앉았다 섰다 하면서
오전 내내 몇 번이고 먼 산을 쳐다본다
산중에서 화전밭 일구며 사는 둘째딸이

혹 오늘은 재피 팔러 오지 않나 싶어서···

땅거미 질 때까지 삽작문만 클클히 내다본다
시집 간 포항에서 장사하는 맏딸이

빈 고기반티 이고 "엄마!"하고 들어설까 해서···

이러구러 긴 여름 하루해가 지려할 때
뒷동산 소나무에 매인 누렁이가 도 번 운다
음매에 음매에
초갓집 뒤 푸른 대숲에 실바람이 워썩대고
뻐꾹 뻐꾹 뻐꾹새 소리 속절없다.

딸이 사는 서산으로 붉은 해가 뉘엿뉘엿할 제
정지에서 나직이 새어나오는 한숨 소리

칠순 노파 얼굴에 주름이 한 뼘 더 패인다

물 좋고 인심 좋은 청하 고을 필화리

동구 앞 솔밭에선 소쩍새가 소쩍 소쩍

 

가신지 어느덧 서른 다섯 해가 지나도

정 많던 외할매 생각은 여전히 깔축없다.

2021. 10. 2. 14:3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친구가 오늘 아침에 찍어보내준 양구쪽 산인데, 흡사 옛날 이모님과 이모부님이 사셨던 청하의 "산중"과 닮았다. 위 시를 짓게 만든 모티브를 제공한 사진이다. 사진을 찍어보내준 친구 東浪에게 감사한다.
청하의 외가 필화리 마을 앞에 있는 용산에서 보이는 월포리 바닷가
밑에서 올려다 본 용산의 용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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