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 장날의 외할매
시외버스가 설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행여 인천에 살러 간 큰아들이 내리나 해서···
닷새마다 서는 청하 장날이면
괜스레 앉았다 섰다 하면서
오전 내내 몇 번이고 먼 산을 쳐다본다
산중에서 화전밭 일구며 사는 둘째딸이
혹 오늘은 재피 팔러 오지 않나 싶어서···
땅거미 질 때까지 삽작문만 클클히 내다본다
시집 간 포항에서 장사하는 맏딸이
빈 고기반티 이고 "엄마!"하고 들어설까 해서···
이러구러 긴 여름 하루해가 지려할 때
뒷동산 소나무에 매인 누렁이가 도 번 운다
음매에 음매에
초갓집 뒤 푸른 대숲에 실바람이 워썩대고
뻐꾹 뻐꾹 뻐꾹새 소리 속절없다.
딸이 사는 서산으로 붉은 해가 뉘엿뉘엿할 제
정지에서 나직이 새어나오는 한숨 소리
칠순 노파 얼굴에 주름이 한 뼘 더 패인다
물 좋고 인심 좋은 청하 고을 필화리
동구 앞 솔밭에선 소쩍새가 소쩍 소쩍
가신지 어느덧 서른 다섯 해가 지나도
정 많던 외할매 생각은 여전히 깔축없다.
2021. 10. 2. 14:3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