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팔고 돌아오는 길
암소 팔고 받은 돈 20만원
허리춤에 동여매고 돌아서는데
이별인가 싶어 말없이 우는 누렁이
애처로운 눈망울이 떠올라
흥건히 젖는 가슴 취중에도 따가워
비척비척 혼자 돌아가는 월포리 신작로
까악까악 까마귀 울음소리 애달픈 황톳길
핏빛 노을마저 숨 죽여 우는데
지게뿔에 매단 코뚜레만 달랑달랑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태가 넘도록
아침 마다 여물 주고 쇠죽 끊여
등 긁어주며 먹여 키운 피붙이인데······.
적막한 이른 새벽
누렁이가 남긴 텅 빈 외양간에서
소리 죽여 꺽꺽 오열하는 울음
달구똥처럼 떨어지는 눈물
아득한 옛날 옛적 4~50년 전
내 외할배는 소중개사였다
참으로 인정 많고 눈물 많은······.
2021. 10. 1. 10:3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위 졸시는『PEN문학』, 2022년 3.4월호(Vol.166)에 게재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