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보살심

雲靜, 仰天 2021. 10. 3. 08:04

보살심


대만의 오랜 친구 왕 부인
"내 딸!", "내 딸!" 사랑스럽다며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한다.

손에 물이 묻을세라
발이 땅에 닿을세라
세면 목욕도 손수 시켜주고
매끼 마다 분유까지 떠먹여준다.

40여년 세월 엊그제 같은데
여전히 강보에 누운 채
딸은 말을 못해서 답답한지
움직일 수 없어 갑갑한지
평생 아기여도 재롱 못 떨어 미안한지
때로 눈가가 촉촉해지다가도
젖병 물리면 이내 쌔근쌔근 잠든다.

노처녀 시집 못가서 죄송한지
옹알옹알 옹알이 하다가
엄마가 안아주면 금새 꺄르르 웃는다.

친구는 볼 때마다 눈물이 핑 도는데
전생 과보로 달관한 내친구는 늘 웃는다.

아 숭고한 업보여!
아 거룩한 모정이여!
다음 생은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2021. 10. 2. 18:46
종로3가 발 구파발행 전철 안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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