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심
대만의 오랜 친구 왕 부인
"내 딸!", "내 딸!" 사랑스럽다며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한다.
손에 물이 묻을세라
발이 땅에 닿을세라
세면 목욕도 손수 시켜주고
매끼 마다 분유까지 떠먹여준다.
40여년 세월 엊그제 같은데
여전히 강보에 누운 채
딸은 말을 못해서 답답한지
움직일 수 없어 갑갑한지
평생 아기여도 재롱 못 떨어 미안한지
때로 눈가가 촉촉해지다가도
젖병 물리면 이내 쌔근쌔근 잠든다.
노처녀 시집 못가서 죄송한지
옹알옹알 옹알이 하다가
엄마가 안아주면 금새 꺄르르 웃는다.
친구는 볼 때마다 눈물이 핑 도는데
전생 과보로 달관한 내친구는 늘 웃는다.
아 숭고한 업보여!
아 거룩한 모정이여!
다음 생은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2021. 10. 2. 18:46
종로3가 발 구파발행 전철 안에서
雲靜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淸河 장날의 외할매 (0) | 2021.10.03 |
---|---|
담쟁이넝쿨잎 (0) | 2021.10.03 |
소 팔고 돌아오는 길 (0) | 2021.10.01 |
세상 인심 (0) | 2021.09.30 |
친구의 경주남산 산행 : 암벽 소나무와 김시습의 시 (0) | 2021.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