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를 감동시킨 순간들

겨울 망개

雲靜, 仰天 2020. 12. 21. 22:16

겨울 망개

 

겨울 숲 햇살 받아 선홍색으로 빛나는 망개들
산새들이 혹하기에 부족함 없는 탐스러운 자태
겨울 과색(果色) 중의 으뜸이로구나!
부리에 쪼인 흠집은 아파도 한 송이 꽃이다.

새들이 간식으로 과일을 즐긴 모양이네.
그렇지! 그렇지!
지들도 맨날 지렁이, 파리, 곤충, 벌레 따위의 육식만 해서 되겠나?
그러다간 동경화 오지!
 
붉기로는 가을 단풍 못지않는 망개라
유혹한 과보랍시고 겨울 청솔 사이에 선명히 드러나
날짐승들에겐 감춰 놓은 군것질감처럼
별미 중에 별미인 모양이다.
 
과자 입에 물고 맛있다고
괜스레 왔다갔다 부산떠는 아이 마냥
이리 날다가 와서 한 입 물고,
저리 날다가 와서 한 입 물고 간다.
할퀴고, 패이고, 먹혀줘서
앙징 맞은 화동의 볼 같은 자태로
새들에게 각기병, 구루병 걸리지 않게 해주고
자신이 타고난 합목적성을 이뤄
우주로 되돌아간다.
 
2020. 12. 19. 20:32
안양 평촌과 구파발에서
글 서상문
사진 김대성
 
 

망개 소재지는 의왕시 모락산 백운호수가 보이는 산자락이다. (사진 촬영 : 김대성)
직박구리라는 새가 별식을 맛있게 드시고 있다. 두 마리는 친구 사이일까, 부부 사이일까? 잔설의 나뭇가지에 올라 앉은 두 마리가 자주 같이 다니는 사이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