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 둘째 딸의 죽음과 내 친구의 눈물
오늘 일요일, 모처럼 백범일지를 다시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내 친구가 짧은 독후감을 보내왔다.
“백범이 서대문과 인천형무소 복역을 마치고 고향 집에 도착해 보니, 3개월 전에 7살 난 딸 ‘화경’이 세상을 떠났다는 대목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구나.”
이 친구는 벌써 십여 년간 다른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산을 타거나 자주 만나오고 있는데, 점잖고 정말 속이 깊은 친구다. 인정도 아주 많은 친구다. 친구의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짠해진 나는 아래처럼 답글을 보냈다.
김구는 생에서 아들 딸 네 명을 자신보다 먼저 저승에 보낸 斷腸의 아픔과 慘慽의 슬픔을 겪었다네. 딸 셋과 아들 하나를 잃었다. 아들은 김구가 1945년 3월 중국 重慶에서 폐병을 앓고 있는 것을 뻔히 보고도 당시 부족한 페니실린 약을 자기 자식에게만 구해줄 수 없다고 해서 두 눈 버젓이 뜨고 떠나 보낸 장남 김인이다.
화경은 1915년 김구가 가석방되기 얼마 전에 죽은 김구의 둘째 딸이었다. 화경은 죽기 전에 백범의 모친인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 죽음을 옥에 계신 아버지께는 알리지 마세요. 오죽이나 마음 상하시겠어요.”
이 어찌 7살 먹은 여식에게서 나온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믿기지 않는 속 깊은 아이였음에 틀림없다. 그런 처지에서 가고 없는 딸이 그런 말을 했다고 전해들으면 가슴이 찢어지지 않을 부모가 누가 있겠는가? 김구는 물론,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은 누가 들어도 지극한 효심에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감옥에서 나온 김구가 이 말을 모친에게서 들었을 때 가슴이 미어지지 않았겠는가? 불혹의 나이였어도 흔들림을 넘어 정말 하늘과 땅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백범이 남긴 이 대목을 읽고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눈물이 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눈물은 없다 해도 마음이 아프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상인이라고 할 수 없다. “마음의 불구자”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보인다. 이 대목을 읽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는 내 친구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타인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같이 느끼는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보편적인 인간상이다. 내가 이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다.
2019. 11. 24. 11:24
臺北 中央硏究院 近代史硏究所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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