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한시 21

한시 一場夏夢

一場夏夢 더위가 한 풀 꺾인 일요일입니다. 삼복에 지친 몸을 쉬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최근 내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곤하게 잠든 사이 갑작스런 기체 결함으로 중국 북경에까지 갔다가 황급히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온 회항사건을 겪자 사는 게 평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요. 물론 다른 비행기로 바꿔 타고 다시 북경엔 가긴 했지만, 그러한 황망한 심사 그리고 되돌아온 세상에 대한 푸념을 한시로 적어 봤습니다. 一場夏夢 人命在天自嘗悟 在醉中昏困睡間 近到冥府門檻上 蘇回塵世仍無人 一場夏夢 인명은 재천이란 걸 몸소 겪어봤네. 숙취로 혼곤히 한 숨 자는 사이 저승 문턱에까지 갔다 왔단다. 다시 온 이승, 여전히 사람은 없구나. 전통시대와 달리 현대사회는 사람의 운명이 왕왕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전개될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

한시 暴雨中的臺北

暴雨中的臺北 隔六年再尋臺北 狂風中暴雨如注 天震蕩天地漆黑 是熟悉之舊風光 到處山崩水氾濫 在此地憶卷激浪 雨爲靈肉逢之淚 欲速天怒息而晴 2017. 6. 3. 16:37 雲靜於臺北國立臺灣大學 폭우 속 타이뻬이 6년 만에 다시 찾은 타이뻬이 광풍이 휘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진다 하늘이 요동치고 천지가 칠흑인 게 오래 전의 낯익은 풍광이구나 도처에 산이 붕괴되고, 물이 범람하니 지난 세월 이곳에서의 기억이 격랑에 휩쓸린다 비는 영과 육이 만난 해후의 눈물 어서 하늘의 노기가 가라앉고 해가 났으면 2017. 6. 3. 16:37 폭우가 쏟아지는 타이뻬이 國立臺灣大學에서 雲靜

한시 再逢北京老友

再逢北京老友 繁花白絮舞繽紛 北京首爾皆春色 久逢朋皺深鬢霜 靈動活潑趨深沉 歲月流逝終不回 春光難唤韶華歸 故友相逢始覺老 哦京春直走向秋 다시 만난 북경의 옛 친구 흰 꽃가루들이 춤추듯 흩날리는 북경 봄기운은 서울과 다를 바 없지만 간만에 본 친구 주름이 깊어지고 머리엔 서리가 내렸네 활달하던 그가 이제는 말도 느릿해졌구려 세월은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법 봄볕은 옛적 호시절을 불러 오지 못하는데 옛친구를 만나니 나이 듦을 느끼겠네 아! 북경의 봄은 바로 가을로 가는 모양이구나. 2017. 4. 15. 07:48 草稿 4. 16. 02:31推敲 雲靜於北京重逢友于明

한시 尋訪越南攀龍(베트남 번롱을 찾아서)

尋訪越南攀龍 海有下龍陸攀龍 爲游攀龍乘蘆舟 天衣蝶群風中舞 巨龍無言臥睡中 淸水罕見之越南 明水魚泳樂逍遥 微波似龍泛銀麟 誠是鳶飛魚躍境 善惡本是不定性 夢中難辨善與惡 醒来即分美和醜 願汝永睡而不醒 蓮花開謝至永生 人仙兩界水窟分 常夏驕陽下攀龍 喚客至此對幽寂 베트남 번롱을 찾아서 바다에 하롱베이가 있다면 뭍에는 번롱이라네 용에 오르고자 갈대배에 올라 번롱으로 노 저어가니 거대한 용이 말없이 누워 잠자고 있구나 하늘하늘 산들바람 하늘 옷 사이로 나비들이 떼 지어 춤춘다. 맑은 물 보기 힘든 베트남 땅 속 비치는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노닐고 찰랑대는 물결은 용의 은비늘 같으니 그야말로 鳶飛魚躍의 경계로구나. 선악은 본디 정해진 게 아니어서 잠자는 모습에서는 선악을 볼 수 없구나 허나 깨어나면 美醜가 분별되니 그대는 ..

한시 乙未年送舊迎新酒(을미년 송구영신酒)

乙未年送舊迎新酒 歲暮終與友對酌 美酒佳肴不比前 今逢知音唯欲喝 半生喝酒如鯨飮 但在今夜不想醉 慰吾勸酒味誰知 未知獨苟存得志 歎愚之酒曾無苦 을미년 송구영신酒 을미년 마지막 밤 벗과 마주한 대작 술과 안주가 좋기로는 비할 바 없고 知音과 함께 하니 술이 당기지 아니 하겠는가? 반평생을 고래가 大洋을 마시듯 술을 마셨다 허나 오늘밤은 취하고 싶지 않구나 꿈 접으려는 내게 친구가 권하는 술맛을 누가 알리오? 獨也靑靑으로 끝날지 뜻을 펼칠지는 알 수 없는 일 우매함을 한탄하는 술 이토록 쓴 적이 없었네! 2015. 12. 31. 23:38 草稿 구파발 寓居에서 雲靜

한시 耳順之情

Guten Morgen! Как вы поживаете? 하늘이 예쁜 초겨울의 일요일입니다. 오늘 새벽에 써본 졸문 한 편을 보내드립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耳順之情 老回看人生事非 富貴榮華在夢裏 患愍如山一笑空 人空手來空手去 今同在人最爲重 會本是合緣奇緣 勿作故亦不勿作 如托水流而自在 2015年12月6日 曉 6時21分 雲靜於舊擺撥寓居 耳順에 느끼는 인생 나이 들어 인생을 돌아보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 부귀영화도 모두 한갓 꿈결 속이요 온갖 근심걱정도 한 바탕 웃어버리니 날아가더이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법이라네 지금 그대와 같이 있는 이가 가장 소중하느니라 인연이란 어찌 한다해서 뭐가 되는 걸 넘어서 있는 것이외다 어찌 하려고도 하지 말고 하지..

한시 迷途之雁(길 잃은 철새)

迷途之雁 日暮斜雨下一雁 衆全去盡而獨迷 不知應飛何處好 徘徊於空虛秋野 亦居在春巢如何 萬象如一片流雲 是否爲西山落日 卽使迷勿落在套 길 잃은 철새 날은 저문데 비바람 속 철새 한 마리 무리는 다 떠나가고 홀로 길을 잃었네 어데로 가야 좋을지 몰라서 가을 허허벌판을 헤매고 있구나 봄볕의 안온한 草巢에 거한들 어떠하리 모든 게 흘러가는 한 조각 구름이요 서산에 걸린 석양이 아니든가 길은 잃어도 몹쓸 덫엔 걸리지 말면 싶구나 2015. 11. 16. 09:39 雲靜

한시 惜別之情(석별지정)

惜別之情 於弱嫘瀨歌幽岸 曾夢有人魚顯現 在東方美麗珍珠 巧笑倩兮來姍姍 伴竹香而離此地 惜別之情不自禁 世事聚散惜因緣 何時何處再相見 1990年11月17日 雲靜於臺北國立師範大學語言中心代表同學作 석별의 정 전설의 로렐라이 노래가 그윽한 언덕에 인어가 나타난 꿈을 꾼 바 있지 동방의 아름다운 진주에 미소를 띠며 나비처럼 날아들었다네 이제 竹香을 머금고 이곳을 떠나니 헤어짐의 애석함을 금할 수가 없는데 모이고 흩어지는 세상사 인연이 아쉽구나 이제 떠나면 언제,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까? 1990. 11. 17 臺北 國立師範大學 語言中心에서 雲靜 독일로 돌아가는 Classmate 꾸뜨론(Gudron)에게 同學들을 대표해 써준 글 On parting Once at the far side of the Rhein where ..

친구와의 아침대화와 가을소풍(秋逍風)

친구와의 아침대화와 가을소풍(秋逍風) 보내준 좋은 글 감사하다. 輓者의 애절한 마음을 대신하여 漁村 沈彦光(1487~1540)의 輓詩를 옮겨본다. 落落親朋似曉星 如君澄爽亦凋零 半生面目纔三紀 一夢光陰了百齡 秋水冷冷憐氣槩 霜筠挺挺想儀刑 白頭無復逢知己 何處風塵眼更靑 雲靜!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한다. 2015. 10. 26 아침 연석 寄 ------------------------------------- 친구 연석아~ 보내준 漁村의 輓詩 잘 감상했다. 고맙다. 올곧은 기개가 넘쳐 귀감이 돼온 친구, 서릿발 같이 곧았던 친구, 자신을 알아주는 그 지기가 일찍 타계한 것을 애석해 하는 친구의 마음을 절절이 느끼게 해주는 만사구나. 내 주변에도 먼저 간 아까운 친구와 선후배들이 적지 않아 내 일처럼 느껴진다. 아래..

한시 一期一會

一期一會 看待人一期一會 今生緣來自宿業 來生緣取決自行 心眼察自他一身 평생 단 한번 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평생 단 한 번 만나듯 사람을 대하시게 지금 그와의 인연은 과거 숙세의 과보라네 미래 연분은 지금 내 하기에 달렸느니라 마음눈으로 보면 그가 바로 나일세 2011. 9. 2. 21:09 雲靜 크게 만나고 싶지 않은 선배들을 만나고 있다면서 내키지 않아 하는 모 후배에게 그렇더라도 그들을 자신인 듯이 대하라고 보낸 당부 문자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