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213

운명의 質

운명의 質 동기가 죽었다는 풍문을 뒤늦게 들었다 그는 울룩불룩 우람한 바디빌더였지만 남성 평균수명보다 20년이나 일찍 갔다 실핏줄이 막혔던 모양이다. 가늘고 작은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게 보이는 걸 지탱시킨다 작고 보이지 않는 게 질을 결정한다 운명은 제 하기 나름이다. 친구여 늦었지만 명복을 비네 천국에선 운명대로 사시지 말게. 2021. 7. 18. 12:4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https://m1.daumcdn.net/cfile283/image/990261415BAA518421C0EC

사양

사양 "술을 끊는 게 좋겠습니다!" "건강도 지키고 할 일도 많습니다." 어떤 원로 작가 분께서 말씀하셨다. "죄송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좋겠죠" 어떤 한학자 선배 분이 긴히 말씀하셨다 "지금이라도 술 먹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동양고전을 읽으면 세계 최고의 동양철학자로 우뚝 설텐데 한번 해 볼 생각 없어요?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遊於藝!" "도에 뜻을 두고자 했다면 이미 젊은 시절에 기회가 있었는데 이젠 늦었죠." 술이 없었더라면 이 세상 사람이었겠나 양심상 술이 고마워서 멀리 할 수 없어 하루하루 서서히 죽어가게 그냥 놔두고 싶다 生於酒, 死於酒! 고맙습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선배님! 2021. 7. 13. 02:4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

원망

원망 남을 속이거나 등을 치고도 양심에 가책이 없다 부모님 왜 제겐 그런 鐵心臟을 물려주시질 않았죠? 탐욕에 남 피눈물 나게 해놓고도 죄스런 줄 모른다 부모님 왜 제겐 그런 배짱을 물려주시질 않았죠? 남 해코지 해놓고도 사과는커녕 뻔뻔스레 웃는다 부모님 왜 제겐 그런 낯짝을 물려주시질 않았죠? 그런데 아버지 어머니! 제겐 몰양심을 추하게 보는 鐵心臟이 있네요 제겐 탐욕을 정말 하찮게 보는 배짱이 있네요 제겐 뻔뻔함을 천하게 여기는 낯짝이 있네요 아부지 어무이 정말 많이 보고 싶습니다. 2021. 7. 12. 14:02 구로구 오류동 분식집에서 냉국수를 기다리면서 雲靜 초고 https://m1.daumcdn.net/cfile241/image/990590365BA4C5D3049F45

얌체의 경제학

얌체의 경제학 얌체 신문사의 칼럼은 공짜로 실린다 원고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름 내려는 "명사"들이 너무 많아서다 사주는 거들먹거린다 "너 아니어도 글 쓸 사람들 줄 서 있다!" 악용되는 수요공급 법칙 사주는 개미들이 모아준 글값으로 목돈을 쥔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비웃는다 "영혼을 파는 등신 같은 작자들!" 나도 비웃는다 "명예욕에 백 명이 한 명을 못 당하는 자들!" "어리석어 제살 뜯어먹기 하는 자들!" "돈 몇 푼에 정신노동의 가치를 뭉개는 공범들!" 나는 사주가 직접 글을 청해도 사절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론자인 내가 언론사와 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2021. 7. 12. 10:3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https://m1.daumcdn.net/cfile271/image/99D9..

미친 세상Ⅰ

미친 세상Ⅰ 사람이 술을 마실 땐 땅은 땅이고, 하늘은 하늘이다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어 땅이 하늘 되고, 하늘이 땅이 된다 천지가 뒤바뀐 카오스 세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지 왜 사는지 무얼 위해 사는지 전도된 가치 죄다 미쳤네 나도 왜 이러고 사는지 몰라서 밤마다 독한 빼갈을 털어넣는다 날 먹는 술이 낮밤인들 못 삼키겠나? 2021. 7. 11. 02:2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https://t1.daumcdn.net/cafeattach/1DtJf/128a454f46bacf3426a440e58a59b3a41d39473d

젤 좋은 날

젤 좋은 날 비 오는 날은 비가 와서 좋고요 눈 오는 날은 눈이 와서 좋고요 해 있는 날은 해가 있어 좋고요 구름 낀 날은 구름 끼어 좋고요 366일 싫은 날 없이 다 좋지만 친구를 만나는 날이 젤 좋네요. 2021. 7. 7. 12:20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포항, 울산, 부산에 있는 친구들이 같은 시각에 제각기 그곳엔 비가 오고 있다고 보내온 문자를 보고 즉흥해서 쓰다. 친구 비 오는 날은 비가 와서 좋고요 눈 오는 날은 눈이 와서 좋고요 해 있는 날은 해가 있어 좋고요 구름 낀 날은 구름 끼어 좋고요 366일 싫은 날 없이 다 좋지만 친구를 만나는 날이 젤 좋네요. 2021. 7. 8. 09:0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제목을 원래대로 '친구'로 변경

방광 잔혹사

방광 잔혹사 대견하고 앙증맞다 대략 20g 정도의 오줌보 가엾게도 세 배나 늘어났단다 20여 년이나 줄기차게 마셔댔으니 放狂 짓을 참 많이도 했다 이러다가 한껏 부풀린 풍선처럼 빵? 아무래도 막걸리를 줄여야겠다 하지만 술은 끊고 싶지 않네 내가 살아야 너도 살지 미안해 아가야 정말 미안해 2021. 7. 7. 11:11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放狂의 膀胱 대략 20g 정도의 오줌보 대견하고 아기처럼 앙증맞지만 주인 잘못 만나서 가엾게도 세 배나 늘어났단다 20여 년이나 줄기차게 마셔댔으니 放狂 짓을 참 많이도 해왔다 이러다가 한껏 부풀린 풍선처럼 빵? 아무래도 막걸리를 줄여야겠다 하지만 약주는 끊고 싶지 않구나 내가 살아야 너도 살지 미안해 아가야 정말 미안해 2021. 7. 8. 08:36 북한산..

초여름밤의 형산강변

초여름밤의 형산강변 초여름밤 거슬러 올라오는 형산강물 포스코 화려한 불빛에 은비늘이 반짝인다. 강 건너 제철소 고로에서 내뿜는 흰 연기들 형형색색 조명등에 절경의 야경으로 보이지만 뭉글뭉글 솟아나는 저게 바로 소리 없이 생명을 죽이는 죽음의 수증기! 나 잘 살자고 모두를 병들게 하는 비정한 솜사탕 무관심한 시민들을 비웃듯 쏟아내는 뭉게구름 강바람에 악취 풀썩대는 밤하늘 끙끙대는 영일만 신음소리에 강변 들국화들도 힘겹게 도리질 치고 불야성에 부서지는 죽음의 여울 병든 물고기들의 흐느적거림에 가슴이 따갑다. 시원한 밤바람에 흠씬 들이마신 솜사탕 뭉게구름은 유리조각처럼 알알이 폐부에 박히고 은비늘들 비수처럼 점점이 허파에 꽂힌다 독성에 실성한 마파람이 뒷골까지 저미는데 강도 취하고 사람도 취하는 25시 형산강..

남녀차별

남녀차별 여자 공중화장실에 남자가 들어가면 비명이다 그곳을 청소하는 이가 남자라면? 여성들은 잘 나오지 않을 거다 아예 들어가려고도 하지 않을 거다. 남자 공중화장실에 청소하는 이는 아줌마다 아줌마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 남자들은 알고도 선뜻 들어가긴 하나 군소리 없이 잘 나올까? 세계 최고라는 '코리아'의 화장실 비명과 침묵의 공간 오늘도 고집스럽게 선남선녀를 차별한다. 2021. 6. 23. 08:49 도봉구 쌍문역 남자화장실에서 초고 6. 24. 06:05 자구 수정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