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칼국수 한 그릇의 행복
나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면을 좋아하는 걸 아신 어느 스님이 나더러 출가하라고 권했을 정도로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자주 먹어왔고, 지금도 즐겨 먹는다. 그래서 국수, 수제비 등의 맛을 좀 안다.
볼일 보러 동소문시장 근처에 갔다가 우연히 시장에서 어묵을 맛있게 먹고 볼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와서 약간 으스스한 데다 조금 출출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칼국수집이 눈에 띈다. 잴 것 없이 바로 들어가서 한 그릇 주문해서 먹어봤더니 맛도 있고 값도 너무 저렴하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싸고 맛있게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불만은 있을 리도 없다. 이 순간 만큼은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다. 행복은 이런 마음의 상태일 것이다. 스스로 봐도 식도락가의 조건을 조금 갖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고통 중에 배고픈 고통이 가장 혹심하다는 걸 경험을 해봐서 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만 30대 초반 그런 경험을 하고나서부터는 늘 뭘 먹을 때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는 사람들의 아픔이 손에 잡힐 듯이 맺힌다. 이때는 행복은 상대적이 된다. 그들도 굶지 않은 상태가 돼야 나 역시 정말 행복한 것이다. 나는 오늘 나 혼자만 잠시 행복해서 미안한 느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가게의 품평을 하면서 펜 뚜껑을 닫는다. 입 맛은 제각기 다른 것이라 일률적으로 평할 순 없다. 그래도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은 존재한다. 이 집 칼국수는 맛이 일품인데 반해 수제비는 밀가루가 엉겨 있어 맛이 덜하다. 수제비는 무엇보다 밀가루가 아주 엷게 빗어져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아무튼 다음에 가면 한 번 더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12. 5. 5
동소문시장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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