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 똥도 누지 않고 사는 줄 알았다 삿기라곤 없는 사슴눈처럼 마음도 생각도 선한 줄 알았다 가식만큼은 없는 탈속초인이 아닌가? 시집엔 미사여구란 다 있다 윤리와 양심도 번지레하다 시집 한 권 팔기 위해 짓는 비굴한 웃음 세상일은 뒷전 자기일이 세상일 명욕에 취해 사는 잉여인간 시인마저 그러니 누가 누굴 믿겠는가? 이슬만 먹지 않고 풀도 뜯는 노루가 있듯 토끼를 못살게 구는 못된 토끼도 있듯이 시와 달리 언행은 개차반으로 살면서 뱀의 혀로 말로써 말만 먹고 산다. 시인 없는 시인 고갈 시대에 시인은 아직도 낯 두껍게 살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뱀장어처럼 2021. 8. 12. 07:1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