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문의 습작시 57

JSA의 봄

JSA의 봄 JSA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단의 최접점 그 잘난 민족의 훈장 “Oh, my God!” 이방인의 탄성이 연발하고 “아, 제기랄!” 수치도 자원인 곳 때 놓친 죽음은 질기게도 오래 사는구나 웬쑤 보다 못한 형제 불과 25미터 앞에서 일촉즉발, 살기등등 엄니에게도 겨눈 총구 부릅뜬 남북 초병의 적개심엔 365일 외마디 아흐, 어머니! 오마니! 악 받힌 오기로 연명하는 남북 국기게양대* 소름 돋는 허세의 영토에 선 자코메티의 현기증 실성한 깃발만 실바람에도 미친 듯이 펄럭인다. 남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은 숙명이라지만 잘린 허리 155마일은 누굴 원망할까? 이랑마다 빼곡이 들어선 눈물 꽃 싸늘하게 말라버린 증오의 늪 위로 모시옷 걸친 학이 날아가고 색동옷 두루미 살포시 내려앉는다 한껏 부푼 쪽빛 ..

攝理 : 마음 비워 추운 날

攝理 : 마음 비워 추운 날 버릴 거 다 버리고 남은 건 버릴 게 없는 나이만 남았다 기약 없는 유배지에서 뼈만 남은 그리움마저 쏟아 버리면 이제 더 버릴 게 무엇 있으랴 덧니 난 고드름 무던히도 추웠다 오랜 세월 추워서 울었다 혼자서 구슬피 울었다. 술 취해 허물거리는 넥타이처럼 나를 온통 내던져 버리고 싶었다 뭐가 뭔지 알 턱없는 강아지 마냥 세상에 그냥 안기고 싶었다. 聽其自然이라지 않는가? 순리대로 살라 하네, 순리대로! 죽을 줄 알고도 거스르는 한 마리 연어 본능을 뒤집지 못하는 운명일 터 聽其自然만 생각하면 싸아한 가슴 저켠에 피멍든 달이 지고 슬며시 解冬의 여울이 일렁인다. 서걱대는 햇살에 노을은 녹아내리고 철 지난 가을은 아무래도 내게는 알 수 없는 구원 버릴 거 다 버리고 앙상히 뼈만 남..

영혼의 안식처

영혼의 안식처 이러구러 반백년이 흘러 찾은 항․도․국․민․학․교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으랴만 모든 게 변했구나 변명 없이 얼굴이 바뀌었구나 인색한 장사치처럼 에누리 없이 변했구려! 춘사월 아지랭이 환영으로 아른거리는 옛 모습 벚꽃처럼 실바람에 흩날리는 風情 아,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몽환 속 노스탤져 변하는 게 필요하지요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지요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허름한 목조교실은 번듯한 철골校舍로 우뚝 섰구나 봄날 졸졸졸 환희가 흐르던 도랑도 사라지고 여름날 꿈으로 영글던 복숭아과수원도 자취를 감췄네 뭉크의 절규처럼 갈래갈래 풀어지던 철길도 흔적 없고 아프락사스의 야윈 비명처럼 뽀~옥, 뽀~옥 뭉게구름 피우며 달려오던 시커먼 화차 그땐 차암 무서운 존재였었지! 붉은 깃발 격하게 흔들며 저..

동기회 밴드 素描

동기회 밴드 素描 멍석 깐 주인은 간데 없고 객들이 다정에 겨워 말이 살아 춤춘다 세상사 참 道라면 없는데 없다더니 주인이 불러낸 時空이 妙有로다 살만큼 살면 아름다운 것도 없고 추한 것도 없도다 높고 낮은 것도 없고 귀하고 천한 것도 없는 법 마음이 익으면 말은 우수마발이니 시시비비란 놈 제낯짝 못 들걸 동천에 뜨는 해가 내 것이더냐 서천에 걸린 달이 네 것이더냐 보는 놈 임자요, 따는 년 장땡이로다 보기 전엔 공기요, 따기 전엔 하늘이라 옳커니! 말과 글이 달라도 하나의 경계로구나 본면목을 보는 이라면 주인이 펴놓은 마음자리 주객이 따로 있으랴! 2014. 2. 20. 16:15 초등학교동기회 밴드에서 친구들이 주고받는 대화 내용을 보고 雲靜

"엄마!"

"엄마!"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안 유치원생 아이가 부른다. “엄마!”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는다 새우깡에 손이 가듯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엄마는 캥거루의 아기 주머니 아이는 딱히 용무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불렀다. 엄마 배속에서부터 입에 밴 “엄마!” 평생 못 잊는 얼굴 아니 못 잊을 모습 가시고 나니 더 자주 떠오른다 환갑 다 된 어른이어도 내게는 "엄마"다. 용무 없어도 그냥 부르고 싶다 "엄마!" 울 엄마 손이 잡고 싶다 나도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 2011. 6. 어느 날 아침 출근길 전철역에서 아이가 부르는 "엄마!"소리를 듣고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