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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철학부재의 외눈사회

雲靜, 仰天 2022. 2. 26. 08:28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철학부재의 외눈사회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대선을 코앞에 둔 2022년 2월 말 현재, 우리는 자신들의 충분하지 못한 전문지식 내지 고정관념에서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소수 전문가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스스로는  문제의 소지를 판별할 수 없고 대중의 이야기나 조류에 휩쓸려 가는 주체의 상실, 철학의 부재, 한쪽 밖에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가 다수인 세태다. 이건 오래된 현실이니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긴 졸문을 다 읽기에 바쁜 분들을 위해 미리 결론부터 말하겠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 투개표의 조작은 군대의 사이버전이라는 대규모 수준이 아니라도 1~2명의 ICT전문가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게 국민의힘당 소속 ICT전문가 이외의 ICT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컴퓨터 악용 및 오남용에 의한 투개표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조작될 가능성이 높은 사전투표는 가급적 피하고 당일 투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확인 내지 입증된 바 있으니 투표시 요령을 숙지하고 기표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사전 투표시에는 관리자가 현장에서 직접 자기 도장을 찍어야 함에도 미리 관인이 인쇄돼 있는 투표용지는 가짜이니 교체를 요구하고 교체를 해주지 않으면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겨야 한다. 또 반드시 후보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먼저 투표용지를 세로로 2~3회 접고 또 가로로 2~3회 정도 접은 후에 기표한다. 접힌 투표용지는 계수기에 걸려서 수개표를 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 일반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투개표조작 등의 선거부정을 막는 건 국가가 할 일이지만, 집권여당은 당연하고, 공무원의 관료화가 깊이 진행된 상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역사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할지에 대해선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것은 생각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는 자들의 자업자득의 결과로 귀착된다. 아래 긴 졸문의 내용은 이 점을 증명하는 간접적인 이유 중의 하나로서, 우리사회가 그만큼 깊이 생각도 하지 않거니와 깊이 생각할 줄도 모르는 철학부재의 사회라는 주장에 대한 논거다.
 
 

외눈박이는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생명에도 지장이 없다. 하지만 살아감에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살아가는데 그것이 여타 구성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다.

 
근대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한된 인식,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 바 있다. 진리를 득하기 위해선 반드시 벗어나야 할 네 가지 우상들이다. 그 첫 번째가 외재의 사물이나 현상을 인간을 중심으로 평가하거나 인간의 관점에서 해석해선 안 된다고 한 ‘종족의 우상’이다. 예컨대 한여름 매미가 우는 걸 보고 노래하니 매미가 즐거울 것이라고 단정하면 종족의 우상에 빠진다는 것이다. 매미가 우는 건 짝짓기 할 짝을 부르는 처절한 구애의 절규일 수 있는데 이걸 사람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다. 이것은 현 국민의힘당(이하 '국힘당')이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인식의 원인은 아니다.   
 
그 밖의 나머지 세 가지 우상은 ②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가리키는 ‘동굴의 우상’, ③언어로 인해 선입견이 생기는 것을 뜻하는 ‘시장의 우상’, ④교수, 전문가, 유명인 등 어떤 분야 권위자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거나 유명세나 권위를 맹목적으로 믿어버림에 따라 진리, 진실에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극장의 우상’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국힘당의 말을 믿거나 혹은 대중의 부화뇌동에 휩쓸려 선거 투개표조작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믿는 많은 이들이 빠져 있는 우상이다. 표현을 달리하면 철학이 없다는 소리다.
 
 

베이컨의 네 가지 우상에 해당되는 생각, 관점과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본질적으론 인간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자유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동굴의 우상은 자신의 좁은 경험을 가지고 사물을 보고 해석함에 따라 생겨나는 비진리,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리킨다. 한 마디로 우물안 개구리라는 소리다. 동굴의 우상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보자. 국힘당이 중심이 돼 선거 투개표 조작방지를 요구, 강조해야 할 보수진영에서 오히려 ‘요즘 같은 세상에 선거부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 투개표 조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데는 국힘당의 이준석 대표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같은 당 이영 국회의원의 ICT실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은 나머지 사이버 군사작전으로 벌이는 해킹이 아니고선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무오류, 무결점의 진리로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시장의 우상은 어떤 지식, 결정이나 사안에 대해 실제 조사와 관찰도 해보지 않고 진실, 진리로 믿어버리는 자세를 말한다. 시장에 가서 그 시장의 모든 가게를 둘러보고 일일이 값을 물어보지 않았음에도 어느 한 집이 그 “옆집보다 싸다”는 호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바로 시장의 우상에 빠지는 것이다. 시장의 우상 측면에선 이영 의원과 많은 국민들이 이 우상에 빠져 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사이버 군사작전이 진행된다면 부정선거 가능하다? 가능할 수도 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답부터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영 의원이 모든 해킹수단을 일일이 다 점검해보고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는 단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서 단지 2시간 반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 동안 “기술적 논의”와 “상상력”을 발휘해본 결과 이상이 없더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정선거가 있을 수 없다는 투개표 관리의 안전성은 물론, 선거의 무결성과 기밀성이 보장되지 않는 데도 많은 국민들이 그대로 믿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인식의 오류는 극장의 우상과도 일부 개념이 포개져  있다. 국힘당과 국민들은 당내 몇몇 소수의 ICT전문가의 권위를 그냥 인정하고 의심 없이 믿어버린 극장의 우상에 갇혀 있다는 소리다. 이영 의원이 선관위에 몇 가지 선거부정 가능성을 문의했더니 그 기관에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고 해서 선거투개표 조작의 가능성이 소멸되는 건 아니다.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 존경하는 걸로 믿더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이재명의 거짓말처럼 진실이기를 바란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진실이 되진 않듯이 선관위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고 해서 해킹이 시도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비유컨대, 이는 교도소 측에 죄수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할 목적에서 만든 시설과 보안장치가 안전한가라고 물으면 교도소측은 안전하다고 답하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을 것임에도 안전하다는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과 같은 꼴이다. 더욱이 이영 의원은 유개념에선 넓게 봐서 ICT전문가라고 볼 수 있지만 하부의 종개념에선 박사과정을 수료했을 뿐인 암호보안 전문가가 아닌가?
 
또 한 가지, ICT분야의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다. 즉 컴퓨터라는 것도 수리적 기초 위에서 작동이 되고, 논리학이 언어를 수단으로 참(진리)을 밝히는 수학이라면, 수학은 숫자를 가지고 참을 규명하는 논리학임에도 이영 의원은 '군사사이버 작전이 아니라면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대전제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무지와 자만이다. 굳이 사이버 군사작전 규모가 아니라도 투개표 결과를 조작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악질적인 해킹 전문가 한 두 사람만으로도 컴퓨터 조작을 통해 충분히 선거결과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주장일 뿐만 아니라 여타 ICT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또 이영 의원은 자신이 선관위에 대해 질의도 하고 방문도 해서 얻은 결론을 토대로 “곧 검토 보고서를 당에 보고하고, 짧은 홍보동영상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러이러하니 안심하세요. 그리고 사전투표하세요. 저쪽의 어느 분의 음성 : 이 모든 것을 다 뚫고 실제로 부정선거가 일어난다고? 아유 답답해!!! 하시면 어느 나라 사이버 군대가 동원된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할지는 더 궁금해진다”고 했다.
 
ICT전문가인가라는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일국의 국회의원의 정교하지 못한 대응력, 일에 대한 안이한 사태파악 외에도 논리력, 언어표현력, 사안에 대한 인식력이 이런 수준이라니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그의 이런 발언을 들어보면 마치 학부모가 유치원 측에 시설이나 스쿨버스를 두고 아동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하자 그곳 교사나 원장이 “우리가 안전을 위해 이러이러한 것을 준비하고 있으니 안심하세요”라는 말을 믿으라는 것과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는 늘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걸 모르겠는가?
 
이영 의원은 다른 ICT분야의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자력으로 선거 관련 컴퓨터시스템 전체를 다 완벽하게 체크할 수 있을 만큼 이 분야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백과전서식 ICT전문가인가? 답은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국힘당 내 의원들과 많은 분들은 이영 의원이 백과전서식 ICT전문가라고 믿고선 그의 말을 맹신해버린다. 마치 보일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유명 연예인이 특정 보일러가 좋다고 광고하는 걸 보고 그 제품의 품질이 좋다고 믿고선 바로 구입하는 행위와 같다. 어떤 경우든 외양의 조건들에 끄둘릴 게 아니라 그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관련분야의 전문가라서, 박사가 점검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해킹 차단장치가 어떻게 돼 있고, 그것으로 투개표의 안전성, 무결성과 기밀성의 보장 측면에서 선거를 안심하고 치를 수 있는가를 기술적 차원에서 치밀하고 정확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이영 의원이 선관위와 주고받은 질의응답 그리고 그가 선관위에 방문해서 취한 대응을 본 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선거부정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이 지면에선 다 열거할 수 없지만,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①내외부 인력, 조직, 기관 등의 악용 및 오남용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선거정보시스템 자산(USB포트, LAN포트, 운영프로그램, 응용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서버, 네트워크 등)에 대해서 적절한 관리적, 기술적, 물리적 접근통제 방안을 수립하고 관련 지침과 규정에 따라 봉인 및 망분리 조치를 취하였는가? 특히, 네트워크의 경우 MAC 기반 접속통제 기능을 포함하였는가? 
 
②선거정보시스템의 모든 자산(운영프로그램, 상용프로그램, 응용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서버, 네트워크, 노트북·프린트·분류기·계수기 등)에 대한 Log파일을 관련 지침과 규정에 따라 적정하게 관리·통제하고 있는가? 
 
③선거정보시스템의 오남용 여부에 대한 조사 및 검증에 대비하여 모든 Log 파일,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보관하여 재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디지털포렌식 절차가 수립되고 준비되어 있는가? 
 
과연 이준석 대표와 이영 의원은 위 문제제기에 대해 현 선관위의 선거 시스템이 안전하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정치인과 국민들은 부정투표는 없다고 과신, 맹신하고 있다. 이런 기이한 이성적 사고의 집단적 마비나 사고의 오작동은 결국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내 소수 ICT전문가들의 확신과 달리 외부의 해킹을 당하거나 내부에서의 컴퓨터시스템의 악용 및 오남용의 여지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즉 국힘당 이준석 대표나 이영 의원의 말만 믿을 게 아니라는 소리다. 생각을 하지 않고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니 부정선거로 지면 그건 자업자득이다.
 
굳이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고상한 ‘철학 따라하기’를 하지 않고도, 또 인간이 만든 컴퓨터는 인간이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 인정할 줄 안다면 우리는 ICT의 기술적 측면에서 조작 등의 부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선험적으로 직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선거조작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식으로 현대사회를 근거 없이 무결함 시대로 평가한 극장의 우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선거부정”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안일한 자세로 대응하고, 믿고 있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진리를 확실하게 인식하기 위하여 인간에게 허용된 길은 명증적 직관과 필연적 연역 이외에는 없다”면서 모든 명제를 자명한 공리(테오램)로부터 연역해내는 기하학적 방법을 철학에 도입했다. 그는 다른 명제로부터 논증되지 않고 스스로 명백한 명제, 즉 모든 철학의 원초적인 명제임과 동시에 토대가 되는 것을 ‘제1원리’(Le premier principe)라고 명명했다.  
 
이 제1원리를 찾기 위해서 데카르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모든 지식을 모조리 의심하여 더 이상 의심할래야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진리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금이라도 확실치 않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하라고 하면서 불완전한 인간의 감각으로부터, 또는 감각을 통해서 인식되어지는 감각적 사물의 존재 그리고 그것에 관한 지식은 끝까지 의심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일반적인 것에 관한 지식도 의심하고, 우리가 가장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보편성에 관한 지식인 수학적 진리마저도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진리라고 알고 있는 1+1=2,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끼고 있는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빗변의 길이의 제곱과 동일함을 증명한 피타고라스 정리(a2+b2=c2), 원주율 3.141592...따위의 수학적 지식도 모두 자연계의 진리는 아니고 단지 인간들이 약속한 공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 점에서 데카르트의 이『방법서설』은 정당하고, 그가 중세 철학에서 탈피하고 근대성(mordenity)을 득한 근대 철학의 창도자가 된 것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였다.
 
지금까지 국힘당에서 부정선거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거나 우기는 것, 또 국민들이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마는 것은 위와 같은 인간의 인식상의 문제 외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 바람직하지 않는 삶의 자세나 앎의 인식 태도에서 기인된 측면도 있다. 앞서 데카르트가 얘기한 바 있듯이 우리는 외부 정보의 이입과정, 생각의 작동방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생성되고, 갈무리, 발현되기까지의 메카니즘을 과학적으로 입증될 만큼 자세하게 규명해 놓은 불교의 유식학(唯識學)도 참고하면 더욱 훌륭하겠다.
 
생각의 오류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잘못된 방식으로 증거를 찾고 판단하려는 인간 특유의 일반적 성향, 그리고 그런 성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고능력과 결정기술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데에 있다. 또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인 노력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생각의 함정들이 있다. ①통계자료 보다 입에서 나오는 얘기를 더 솔깃해 하는 점, ②자신의 기존 지식이나 생각에 의문을 품기보다 확신하려 드는 점, ③세상에는 운과 우연으로 이뤄지는 일도 있음을 간과하기도 하고, ④왕왕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잘못 인식하곤 하며, ⑤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점, ⑥인간의 기억은 이따금씩 부정확하다는 사실 등이다. 이러한 함정들을 떨쳐버리거나 경계해야 함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한국사회가 ICT강국답게 과학과 문명의 이기가 대단히 발달한 시대에 들어와 있음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여전히 잘못된 믿음과 생각에 스스로를 희생시키며 살고 있다. 믿음은 인간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견해를 의미하고, 이 믿음을 형성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떻게 믿음을 갖게 되었든 일단 하나의 견해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나면 이 믿음은 우리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그 믿음이란 게 인간의 한계인 부족한 전문지식, 잘못된 선입견, 오래된 고정관념, 논리비약의 일반화 오류, 근거박약한 '카더라 방송'의 부유물 따위에 근거해 있다면, 그것이 파생시키는 후과(後果)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될 수 있다. 선거부정으로 항거시위가 발생한 몇몇 외국의 선거부정 사례, 그리고 인도가 13억이 넘는 인구대국이자 ICT강국임에도 굳이 수개표를 하는 이유, 한국의 선거개표기를 믿어선 안 된다고 경고한 님라타 헤일리(Nimrata Nikki Haley, 1972~)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말은 우리에게 잘못된 믿음과 맹신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만드는지 경고해주고도 남는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과 결정은 개개인의 일상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중대한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선거 같은 국가대사는 공정성과 정의의 실현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치적 안정에도 직결되는 중대한 일이다.
 

애꾸눈 나라에 두 눈 가진 사람이 가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듯이 지금 한국사회는 비정상이 정상을 구축하고 있는 사회다.
죽어도 정신 못 차리는 건 이준석 본인이다. 그는 이번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지켜보겠다.

 
이준석 대표와 이영 의원을 위시해서 지금 상황에서 사이버 군사작전으로 행하지 않는 한 부정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믿는 이들은 스스로 진실 혹은 사실을 인식하는 자세나 태도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먼저 기존 선거 및 ICT 관련 지식, 선입견, 고정관념 따위를 모조리 걷어내고 머리속을 비워 하얗게 만들어라. 근대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가 말한, 인간이 태어날 때의 상태인 백지(tabula rasa)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곤 데카르트가 갈파했듯이 선거 전에서부터 선거시와 선거 후에 이르는 전과정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사물을 분절할 때까지 분절하고,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하는 회의적인 사색과 신중하고 사려 깊은 대응만이 중대한 오판과 후폭풍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아이젠버그 경영대학원의 토마스 키다(Thomas Kida) 교수는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Don‘t believe everything you think)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강조한 대로 무언가를 믿기 전에 그 믿음의 근거를 돌아보고 객관적 증거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본질의 파악 능력과 비판적 사고의 힘을 기르는 첫걸음이다.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여전히 상당 부분 이성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단계에 있다. 그 공헌은 전적으로 중고등 교과과정에서 철학(논리학 포함)을 가르치지 않고 있는 교육체제에 있고, 동시에 위에서 소개된 일부 자만과 생각의 함정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도 있다.
 
다가올 대선이 어떻게 치러질지 우려가 돼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 새벽이다. 이런 저런 정황으로 봐선 윤석열의 승리가 예견되긴 하지만...... 
 
2022. 2. 25. 05:16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