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의 靈
쌀쌀한 이른 봄 토요일 귀가길
전철역 입구 시장어귀 좌판에
푸성귀 늘어놓은 여든 남짓한 할머니
백발이 한 올 두 올 바람에 일고
음달에서 족히 한나절은 떨었던지
앙상한 미라 손으로 눈물 훔친다.
값은 묻지도 않고 몽땅 다 샀다
"할머니 이제 떨이 했으니 빨리 들어가 쉬세요!"
숨이 반쯤 죽은 봄나물 가득 든 봉다릴 손에 들고
모처럼 어무이말씀 받든 양 새털 걸음 걷는다.
평생 시장에서 장사하시느라
듬성하게 쉰 머리카락
트고 갈라진 거친 손
가신지 10년이 넘은 울어무이가
시장 입새 한 데에서 떨고 앉아 있었다.
2018. 3. 17 초고
2021. 2. 22. 18:05
구파발역에서 부분 수정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