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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 사회는 어디로 갔습니까?” 정치권의 위선과 허구

雲靜, 仰天 2021. 2. 8. 12:05

노동존중 사회는 어디로 갔습니까?” 정치권의 위선과 허구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61, 이하 직함 생략)이 암 투병 중의 몸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총 34일을 걸어서 어제 27일 일요일 청와대 앞에 섰다.

 

지난해 1222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노숙 단식농성을 시작한, 자신의 복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모임 리멤버 희망버스 단식단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행한 도보였다. 단식을 함께 시작한 7명 중 5명이 중도에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 갔고 2명만 남은 상황에서 이들은 김진숙의 권고를 듣고 단식을 중단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것은 같은 처지의 약자들이다. 그들에게 가장 큰 무기는 같은 약자들끼리의 연대다.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도덕적인 양심과 포기 및 단념하지 않는 용기는 자신들을 지탱해주는 최후의 보루다.

 

김진숙이 도보 상경을 한 1차 목적은 달성됐지만, 김진숙의 복직을 촉구하면서 48일간 단식을 해온 단식단 그리고 김진숙 본인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들의 꿈은 한국 노동계 전체의 희망이자 노동존중사회를 입에 담은 정치권의 허구성을 말해주는 증좌이자 한국노동계의 현실이다.

 

김진숙은 어떻게 해고됐기에 복직이 안 될까? 김진숙을 해고한 한진중공업은 왜 그를 다시 복직시키지 않을까?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동존중사회 기치를 내 걸은 바 있는 집권당은 왜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 할까?

 

김진숙은 19862월 자신이 일하고 있던 회사의 노조 활동의 했다는 이유로, 또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했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3차례에 걸쳐 모진 고문을 당한 뒤, 그해 7월 회사가 이를 빌미로 조치한 징계 해고를 당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용접공 김진숙 위원. 나도 어릴 때 동네 철공소에서 가끔씩 용접봉을 잡고 해봐서 그 고충을 아는데, 헬멜을 쓰고 쇳가루가 불똥이 돼어 사방을 튀는 용접은 여성이 하기엔 버거운 직업이다. 특히 무더운 여름날에도 눈을 보호하는 헬멧을 벚지 못하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 비지땀을 흘리면서 하게 돼 있는 고된 직업이다.

 

해고 노동자로서 김진숙의 삶은 한국현대사에서 되풀이 된 노동자에 대한 국가폭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위원회)2009년과 2020년 두 차례 현대중공업에 그의 복직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간의 쟁점은 사과여부, 복직이냐 아니면 재취업이냐, 임금정산 및 퇴직금이냐 위로금이냐 등 세 가지다. 양측이 팽팽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로 법적 정년이 종료된 김진숙은 사측에다 세 가지를 요구했다. 회사가 부당해고 사실을 공식 인정해야 하고, 재취업이 아닌 복직이 이뤄져야 하며, 2009년 민주화위원회의 복직 권고 이후 임금 정산 및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측은 당시 복직이 아닌 재취업과 공식 사과 없는 위로금 8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김진숙은 요구한 해고 기간의 임금 지급은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노사 간에 엄정한 중립 입장을 견지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공정하게 했다면 이렇게까지 될 리가 없다. 여타 노동자문제를 보면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자본의 편을 들어왔다. 모든 노동자문제의 원인은 노자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에 대한 해결이 더디고 깔끔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최근에도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등의 정치권, 그것도 집권당에서 김진숙 측을 만났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시늉만 낸다는 비판만 남겼을 뿐이다. 허구와 위선으로 가득 찬 정치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가 믿었던 이들로부터도 무시당하고 있다.

 

어제 청와대 앞에 선 김진숙은 자신을 위해 단식에 나서 준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김진숙의 복직 여부는 그의 개인적 명예회복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상황을 제고하고, 정치권의 위선을 걷어낼 수 있는 시금석이다. “노동존중 사회는 어디로 갔습니까?” “이 말을 한 이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습니까?”

 

 

표정은 웃고 있지만 암투병 중에 있는 그로선 몸과 마음이 많이 무거울 것이다.(사진 출처 : 경향신문)

 

참으로 뼈아픈 외침이 아닌가? 이 말을 한 정치인에게는 정말 뼈아픈 소리로 들려야 하는데, 여태껏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전혀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정치가 위선이고 허구라고 한 이유다.

 

2021. 2. 8. 09:1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