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온정주의(paternalism)

雲靜, 仰天 2021. 1. 31. 05:05

온정주의(paternalism)

 

어느 단체 카톡방에 아래의 긴 글이 올라왔다. 내용을 보니 운동권 출신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다. 글 중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 지적되고 있는데,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내용도 있다. 요지는 두 사람 중 노동자 출신으로 보이는 선배인 듯한 한 사람이 기존 야당과 다를 게 없이 실정을 한다면서 민주당과 현 정권을 비판하니 후배인 서울대 출신으로 보이는 다른 한 사람이 선배 되는 그 언니에게 더 이상은 비판하지 말라고 만류한다. 선배 되는 비판자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니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도 넓게 이해해주고, 더군다나 아픈 사람이 독기를 품으면 더 아프니 건강을 위해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이 글이 끝나면 그 아래에 내가 이 글에 대해 단 댓글을 올려놨다. 그것도 같이 봐주면 좋겠다.
 
 
"명색이 운동을 했었다면 정의를, 진실을, 진보를 외쳤었다면 나이 들어서건,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건 운동 일선에서는 떠났다고 하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하지 않을까? 왜 이게 그토록 어려울까...ㅠㅠ
 
후배가 전화를 했다. 제발...모질고 독한 말로 이 정부를 까지 말라고, 언니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아픈 사람이 독기를 품으면 더 아픈데 왜 그러냐고?
 
꽃 이야기, 맛있는 음식이야기, 아기자기한 여행이야기, 형부와 함께 소소하게 늙어가는 이야기 언니는 그런 글을 써야 언니답다고. 안타까운 그 마음을 충분히 알겠다. 오죽 답답하면 전화까지 했을까. 그러나 후배한테 못 참고 또 한소리를 해댔다.
 
너는 존경하는 대통령일지 몰라도 나는 비겁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본다. 너는 조국과 정경심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보통 사람들도 자식을 위해선 다 그렇게 한다고 하는데 표창장 뿐이가? 민정수석이 어떤 자린데 제 여편네가 펀드질 하는 것도 단속 안 했잖니? 게다가 반성은커녕 제가 검찰개혁 적임자라고 법무장관 취임해 한 달만에 역할 끝났다고 무책임하게 퇴진하지 않았간? 사람들 갈갈이 찢기는 거 즐기면서.
 
문재인, 조국이 자연인이가? 마음의 빚을 진 사람이라고? 그게 대통령 입에서 나올 소리냐고. 박시장이 여비서를 좋아했기로서니 그게 죽을 만큼 큰 죄를 졌냐고 가슴 아파하는데 사람 좋아하는 게 무슨 죄겠나? 다만 자기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 생각한다면 60평생 지켜온 신념과 가치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감추고 견디고 삭혀야지 어쩌자고 문자와 사진까지 보내며 그 추태를 벌이나? 더구나 대권까지 꿈꾸던 사람이.
 
박 시장은 스스로 못 견뎌 목숨을 버린 것이다. 만천하에 까발겨질 일탈이 부끄럽고 한순간에 무너진 자신의 명예가 견딜 수 없어서 5천만 원이 정치인에게 뭐 그리 큰돈이라고 노회찬은 그만한 돈으로 목숨을 버렸다. 정치자금 수수를 고백하지 못 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터진 입으로 맨날 민주, 인권, 평등, 평화를 외치며 산 원죄로 우리는 남들처럼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뭐 있나가 잘 안 되는 인간들이다.
 
운동권출신 정치인에게 그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고? 소시민으로 늙어가는 사람들도 아니고 명색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치인이라고 내세우면서 자리 차지만 하고 계속 언론, 검찰 핑계 대며 피해자인양 핍박받는 야당인양 아무 것도 안하고 5년을 낭비하다니. 마음만 먹으면 개혁입법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을 가졌으면서.
 
네 일편단심 민주당 사랑은 알겠다만 나는 저것들이 극우야당과 뭐가 다른지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다. 50년대 태어나 서울대를 나왔으면서도 자발적 가난을 택해 노동자, 농민과 함께 사는 너희 부부 모습 아름답고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이면서 엘리트 인맥으로 둘러싸인 너희들은 재산과 상관없이 이미 기득권층이다. 나? 공순이 출신이고 가진 재산이라곤 모기지도 안 되는 농가주택 하나, 노령연금, 국민연금 합해 월소득 백만 원도 안 되는 하층민이지만 역시 기댈 언덕이 있는 기득권층이다.
 
병들면 병원비 대 주는 선배도, 용돈 주고 먹을 것 보내주는 친구도, 아이들 학비 보태주고 옷 사주던 후배도 힘들 때마다 보호자로 달려오는 동생들도 있어서 아무리 힘들어도 절망스럽지는 않다.
 
용균이 엄마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처참하게 잃었다. 그것도 머리가 분리된 채로. 과로사로 죽어가는 택배노동자, 공장에서, 건설현장에서 끼어죽고, 떨어져 죽는 이의 가족들 국가 말고는 아무 데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막막한 국민들을 집권당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법이 강제하지 않으면 산재로 인한 죽음은 줄일 수 없는데 개값만도 못 한 노동자 목숨값 지불하고 나 몰라라 하는 대기업 원청을 단죄하지 않는 한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솔선수범해 개판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지 않고,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동참하지 않으면서 꽃과 함께 웃고 즐기는 내가 죄인 같고 미안해서 문득문득 가슴이 따갑고만.
 
손주 보고 싶어, 단 며칠이라도 치매엄니 돌봐야한다고 올라가서도 광화문, 여의도 농성현장에 단 하루도 동참하지 못 해 정말 미안했다. 고작 몇 만원 후원금으로 미안함을 줄이려는 내 얄팍함도 부끄럽기 짝이 없고. 난 그렇다.
 
그런데 내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목숨 걸고 단식투쟁하는 그들을 두고 문재인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운동권출신 민주당의원을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하라고?
 
난 그렇게 못 한다. 권력에 맛 들려 호의호식하고 자식대까지 알토란같이 마른자리 골라 앉히고 국민은 어찌 되든 권력 지키기에만 혈안이 된 인간들을 위해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용균이 엄마, 세월호 아이들 엄마 생각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후배가 한숨을 쉬었다. 언니 마음 알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더 이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니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지 않냐고..."  (끝)
 
 
위 글을 읽고 난 뒤 나는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
 
아래에 첨부한 내용에 나오는 이런 자들이 집권당의 지도부에 포진해 있는 걸 보고서도 同價紅裳으로 보려고 할까?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예상해오던 결과지만 검찰개혁이니 뭐니 하지만 지금 뼈도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게 다 지금까지 평소 사안을 근본적으로 보지 않아서 그렇다. 아래의 글들을 보면 내게는 양쪽이 무엇이 다른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태의 본질을 보고 대응을 해야 한다!

https://suhbeing.tistory.com/m/1099

https://suhbeing.tistory.com/m/909
 
https://suhbeing.tistory.com/m/1097
 
https://suhbeing.tistory.com/m/838

그러한 온정주의는 일반인들에게는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씀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역사와 민족, 정의와 민주라는 대의의 차원에서는 정말 권력의 속성을 저리도 모르고, 여야가 한 통속이란 걸 알지도 못하는 어리석고 어리석은 자기기만, 자기세뇌로 보입니다.
 
 

온정주의는 가족주의의 연장이다. 모르는 타인에게도 가족처럼 대하면 그것만큼 참된 인정도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스스로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쪽짜리 인정 보다 더 나은 진짜 인정이다. 그러나 온정주의는 공적 영역에서 소수의 몇몇 사람들의 사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단호히 배제돼야 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아주 간단한 문제임에도 본질을 외면하거나, 몰라서 그렇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두 가지 다 일 수도 있지만······.
 
자신들이 비난하는 반대편 그 사람들도 자기들끼리는 그런 식으로 서로 성원을 보내고, 긍정하고, 온정을 베풉니다. 그래서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폐해, 폐악을 그대로 인정해야 할까요?
 
2021. 1. 30. 11:38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