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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색 차이의 사회학

올림픽 메달색 차이의 사회학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경기에 일장기를 달고 출전한 손기정과 남승룡. 2시간 29분 19.2초의 세계신기록과 2시간 31분 42초로 각기 1위와 3위 입상자로 시상대에 선 이들은 악랄한 일제에 저항하듯 고개를 떨군 채 침묵했다. 승리의 월계관을 머리에 썼지만 입상자답지 않은 두 사람의 침울한 모습은 지금 봐도 비감을 자아낸다. 손기정은 우승자에게 준 작은 묘목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릴 수 있었고 남승룡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둘 다 민족의 울분을 한 방에 날려버린 대한의 철각들이었다. 그런데 개인사적으론 두 사람은 1위와 3위로 골인한 순간부터 인생에서 시상대 높낮이 보다 더 한 명암이 갈리기 시작했다. 극명하게 대비되..

일본이 21세기의 '지팡구'가 되려면

일본이 21세기의 ‘지팡구’가 되려면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13세기 이탈리아인 마르코폴로는『동방견문록』에서 일본을 ‘지팡구’(Jipangu)로 소개했다. 그가 일본은 “막대한 금을 생산하고, 궁전이나 민가는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재보가 넘쳐난다”고 기록한 덕에 지팡구는 한 때 서구인들에게 미지의 동경지로 인식된 바 있다. 지난 13일 일본의 후루카와 모토히사(古川元久) 국가전략상이 일본에 살고 싶고, 일본을 찾고 싶게 하는 “21세기의 ‘지팡구’로서 세계로부터 동경받는 일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후루카와의 바람대로 일본이 세계인이 찾는 지팡구가 되려면 먼저 일본을 안전한 나라로 만듦과 동시에 주변국과 세계인이 믿을 수 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 잦은 지진과 작년 3월의 후쿠시마 원전 ..

논리학과 수사학 ‘열공’이 필요한 사람들

논리학과 수사학 ‘열공’이 필요한 사람들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1 그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민주화 주장이 지나치면 우물안 개구리신세가 될 수 있고”, 경제를 “북한식으로 우물안 개구리처럼 할 순 없다”고 했다. 또 “재벌기업이 규제를 받으면 중견, 중소기업이 대체해줘야 하는데 외국기업이 들어와 혜택을 받는다”고 했다. 이 발언은 논리적으로 지나친 경제민주화주장=우물안 개구리=북한식경제, 재벌규제=외국기업혜택=재벌규제불필요로 등식화돼 있고, 현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정상적으로 해온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경제민주화를 외치면 곧 북한경제정책 주장자가 되며, 재벌을 규제하면 외국기업이 혜택을 보기 때문에 재벌을 규제해선 안 되는 것이다. 이 어법은 주무장관이 헌법(119..

자살률 세계 최고의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자살률 세계 최고의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자살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의 고교생 투신자살이 엊그제였는데 또 한 사람의 연예인이 세상을 하직했다. 쌍용자동차 파업자의 자살은 22명 째다. 이렇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매년 1만 명 이상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1.2명으로 세계 2위다.(2009년, 세계보건기구 발표). OECD국가 중엔 단연 1위다. 왜 한국사회는 자살이 잦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인의 자살원인은 성별, 세대별로 다르지만, 10대에서 60대 이상 세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학교폭력과 왕따, 입시경쟁에 따른 학업 과부하와 불안, 미취업, 실직과 누적된 빚, 가정파탄, 노후불안정, 질병과 고독 등이 겹..

개항 50돌 포항항, 새로운 50년은 문화수출항으로

개항 50돌 포항항, 새로운 50년은 문화수출항으로 서상문(한민족미래재단 이사) 포항항이 그저께 무역항 개항 50돌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온 시민과 함께 축하할 경사다. 포항항은 양항으로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연오랑과 세오녀’기록이 말해주듯 고대부터 포항은 일본, 중국과의 문물, 기술교류의 중추 역할을 해온 동해안의 해상관문이었다. 오늘날도 포항항은 환동해경제권의 중심축으로서 국가 경제성장에 숨은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철강원료 및 제품 수송에 힘입어 현재(2011년 기준) 하역능력 8,665만 톤(전국 5위), 선박 54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한 140만 톤 이상의 접안능력이 입증한다. 다가올 반세기는 포항항이 물동량을 중시하는 무역항 차원을 넘어 문화수출항으..

중국의 만리장성은 엿가락인가?

중국의 만리장성은 엿가락인가?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만리장성은 엿가락인가? 10여년 전 내가 찾은 만리장성 입구의 장성박물관에는 분명 현 장성의 모습이 갖춰진 시기는 명대였고, 길이는 동쪽 허베이성의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서쪽 간쑤성의 자위관(嘉峪關)에 이르는 6,352㎞라고 소개돼 있었다. 이것이 중국역사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2009년 4월 중국은 만리장성의 동단 출발기점을 산하이관에서 랴오닝성 압록강 대안의 단둥(丹東)으로 연장해 8,851㎞라고 왜곡했다. 이번엔 서단을 자위관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하미(哈密)까지, 동단을 단둥에서 헤이룽장성 무단장(牧丹江)까지 더 넓혀 2만1,196㎞로 늘여 ‘사만리장성’으로 둔갑시켰다. 이번에 늘린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일대 허구의 ‘장성’은 ..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에게 묻는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에게 묻는다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계열 국회의원 당선자 중 이석기와 김재연이 결국 대한민국 국회에 입성했다. 그들이 반대파와 대다수 국인(國人)의 반대를 묵살하고 막무가내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 목적이 무엇일까? 수치는 순간이지만 ‘출세’가 좋고 ‘가문의 영광’은 영원하기 때문에? 사회발전을 위해 봉사하고자? 아니면 주사파처럼 북한지령을 받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대한민국 전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들의 진정한 동기와 목적은 자신 외엔 아무도 모른다. 국가공직자라면, 더욱이 1급 국가기밀을 접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정치를 하고, 의원이 된 동기와 목적을 가늠할 수 있는 국가관이나 대북관과..

기로에 선 한국불교

기로에 선 한국불교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30대 초반 유학시절을 전후 해서 각기 다른 두 스님으로부터 출가를 권유받은 적이 있다. 법기가 아닐 뿐만 아니라 계율도 잘 지키지 못할 텐데 겉으로 잘 지키는 척 행세한다면 그건 위선이고,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굴레이자 속박이라는 이유들 들어 제의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때의 결정이 옳았는지는 선뜻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승려가 돼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이뤄낸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 출가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이유와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을 성취하려는 발원이 선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출가수행은 엄격히 계(Sila)와 율(Vinaya)을 지켜 욕망을 끊는데서 출발한다. 욕망은 ..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상식’으론 해결이 안 된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상식’으론 해결이 안 된다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통합진보당의 공방 소음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통진당 당권파가 관련된 정당 사상 초유의 불법선거는 상식에 대한 몰상식의 폭거다. 1904년 토마스 페인의 저서 ‘Common Sense'가 일본에서 ‘상식’으로 번역돼 한국에 들어온 이래 상식이 이처럼 위협 받기는 처음이다. 당권파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사퇴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런데 비판과 사퇴요구가 빗발쳐도 그들은 부정을 ‘실수’라고 항변하면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일반에 노출되지 않은 그들만의 논리 때문이다. 첫째, 국민 보다 당원을 우위에 두는 전도된 선민의식과 열등감으로 점철된 엘리트주의다. 어떤 정치체제 세력에게도 불변의 가치인 국민은 당원 위의 상위개념이다...

어느 고위 관료 출신 정치인의 기억력

어느 고위 관료 출신 정치인의 기억력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전통시대 중국과 조선에서 국가인재를 선발하는 공식적인 등용문은 과거였다. 유교적 교양을 갖춘 지식인이 과거시험을 통해 국가관료로 선발되던 이 시대엔 관료가 곧 정치인이었다. 그를 흔히 사대부(士大夫)라고 한다. 사는 선비, 대부는 출사한 관료를 가리켰다. 유교가 가진 사회통합의 종교적 기능과 국가통치의 정치권력에다 국가의 녹을 받아 부까지 보장받던 ‘미분화된 사회’(fused society)에서 과거에 급제하면 이 세 권능이 한 몸에 주어졌다. 오늘날 한국과 중국이 입시지옥이랄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역사적 배경이다. 과거급제는 당사자의 입신양명에 그치지 않고 전체 ‘가문의 영광’인데다 진사 경쟁률이 3천 대 1정도(명청대)였던 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