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주요 언론 게재 글 내용 147

‘종군위안부’·‘성노예’·한국인의 체면의식

‘종군위안부’· ‘성노예’·한국인의 체면의식 서상문(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는 ‘종군위안부’를 대신할 국제 공인 용어다.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 ‘쿠마라스와니 및 맥두걸 보고서’가 유엔인권소위원회에서 채택된 1999년부터였다. 이 해는 ‘종군위안부’명칭이 사어가 될 원년이었다. 2001년 필자도 일본정부가 주변국의 뭇 여성들을 일본군의 성욕해소 도구로 강제동원한 과정과 일본군 ‘종군위안부’, ‘정신대’호칭의 유래 및 허구성을 파헤친 글에서 이 용어들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월간중앙』2001년 9월호) 그런데 약칭 ‘맥두걸보고서’ 후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한국에선 ‘종군위안부’와 ‘정신대’..

석해균 선장 ‧ 天命 ‧ 대한민국 해군

석해균 선장 ‧ 天命 ‧ 대한민국 해군 서상문(해군발전자문위원) 세계가 경탄한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이 지난 주로 1주년을 맞았다.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승전을 기념하여 기념비 제막, 해군 특수요원들의 작전 재연, 작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 세미나가 열렸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21명의 선원 전원을 구출한 여명작전의 의의는 심대하다. 전광석화와 같은 신속한 작전을 통해 우리 해군의 작전능력을 만방에 과시함으로써 베트남전쟁 이후 우리 군이 근접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일각의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했던 것이다. 동시에 일련의 북한의 도발로 저하된 국민의 사기도 일거에 반전시켰다. 이날 세미나에서 석 선장은 소회를 얘기하면서 생사의 고빗사위에서도 "마음을 비우니 침착해..

세계 주요국 해군의 ‘핵심가치(Core Value)’와 모토

세계 주요국 해군의 ‘핵심가치(Core Value)’와 모토 서상문(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해군발전자문위원) 정신은 언어를 통해 표출되고, 언어는 정신을 규정하고 이미지화 한다. 이 점에서 군도 여느 조직처럼 군 특유의 정신과 핵심가치(core value)를 가지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모토, 슬로건이나 구호를 필요로 한다. 핵심가치는 특정 국가나 조직의 존재의의와 임무를 밝히고, 여타 국가나 조직과 다른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신이나 가치, 능력 등을 집약한 것을 말한다. 이는 모든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됨과 동시에 조직의 발전과 성장 동력, 위기극복 및 기회창출의 원천이 된다. 핵심가치든, 모토든, 아니면 구호든 모두 조직의 정신과 존재가치를 함축한다. 특정 국가 군..

영욕의 두 삶, 이범진과 박병두

영욕의 두 삶, 이범진과 박병두 서상문(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1911년 1월 26일 정오, 제정러시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뻬스쩰가 5번지의 한 저택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자결이었든, 아니면 러시아 주재 일본 무관들이 꾸민 자살을 가장한 암살이었든 초대 주 러시아 한국공사 이범진의 삶은 그렇게 마감됐다. 1956년 한국인 친일 전범 박병두(일본명 靑山三藏)는 일본정부의 탄원에 응한 소련정부의 조치로 일본으로 이송되면서 자결하지 않았다. 또 살해되지도 않았다. 2011년 10월 이범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북방묘지'에 안장돼 있었고, 박병두는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군사문서보관소의 전범심문기록으로 남아있었다. 한 사람은 조국을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 애국자로서 영생자의 자태..

병사들 사이 ‘아저씨’ 호칭, 왜 문제인가?

병사들 사이의 ‘아저씨’ 호칭, 왜 문제인가? 서상문(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일선 부대 병사들 사이에 타부대 병사들을 “아저씨”로 호칭하는 문제가 여전한 모양이다. ‘전우님’ 또는 ‘○ 상병님’ 등으로 부르도록 교육해오고 있음에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나이 많은 하급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란다. 이 호칭이 왜 문제가 될까? 인간은 시공간적으로 언어의 제약을 받는 존재다. 자리가 넉넉한 영화관, 공중화장실 등의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은 한 두 칸씩 떨어져 앉거나 볼 일을 본다. 자기만의 개인적 공간(personal space)을 가지고 싶은 잠재의식의 발로다. 이처럼 대인관계에서 공간적 거리는 사람들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알게 하는 척도다. 더 직접적인 것은 언어적 거리다. 친한 사이..

중국 국가부주석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과 국내정치권의 저자세

중국 국가부주석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과 국내정치권의 저자세 서상문(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과 중국정부가 한국전쟁을 주객전도 식으로 사실을 왜곡했다.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노병들에게 “위대한 抗美援朝戰爭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으로서 “제국주의가 중국인민에게 강요한 것이었다”고 발언했던 것이다. 중국외교부도 이 발언이 그의 개인적 사견이 아니라 중국정부의 정론이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도 국내 정치권은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미국이 전후 한반도에서 중국과 일본세력을 대신한 이래 사라진 듯 한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의 잔영을 본다. 중국외교부가 강조했듯이 시 부주석의 발언내용은 중국정부의 정론이다. 이 점은 국내외 전문가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

독도의 과거, 현재, 미래 : 일본은 왜 독도를 포기하지 않는가?

독도의 과거, 현재, 미래 : 일본은 왜 독도를 포기하지 않는가? 서상문(중앙대학교 강사) 현재의 자신은 과거 자신이 살아온 결과이며, 자신의 미래상을 보려면 오늘 자기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은 인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공동 집합체인 국가나 영토에도 적용 가능하다. 독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독도가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일본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독도영유권을 확고하게 행사하지 못하면 독도를 계속 영유할 수 있을지 앞날을 장담하지 못한다. 현재의 독도위상을 점검하고 독도위기의 근원을 살펴본 뒤 독도에 대한 일본의 행보가 어떠할지 전망해보자. 그리고 이를 토대로 우리의 대응자세와 대비책은..

‘不殺生戒’와 전쟁의 끝없는 이율배반 : 불교의 전쟁관과 국방관

‘不殺生戒’와 전쟁의 영원한 이율배반 : 불교의 전쟁관과 국방관 서상문(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무릇 사랑과 자비와 평화를 종지로 내세우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천도교 등의 보편종교는 적개심, 파괴, 살상이 수반되는 전쟁과는 이율배반적 관계에 있다. 보편종교가 살아 평화를 지향하고, 죽어 “영생”(eternal life)이나 “열반”(Nirvana)을 희구하면서 살생을 부정하고 상생을 추구하는 것임에 반해 전쟁은 오직 상대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게 되는 상극적 관계 속에서 살생이 용인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영생”과 불교의 “열반”은 모두 인간이 사후에 도달할 구극적 가치와 목적을 표상한다. 그렇다고 두 종교가 이 세상을 부정하거나 인간의 현재 삶을 의미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오..

세계가 외면한 외로운 투쟁 : 티베트 독립운동 50년사

세계가 외면한 외로운 투쟁 : 티베트 독립운동 50년사 서상문(중앙대 강사) 1959년 3월,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주 제14세 달라이 라마는 눈 덮힌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기약 없는 망명길에 올랐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조국산하의 땅을 밟을 수 있을까? 두고 온 신민들은 언제 구원할 수 있을까? 2,600㎞나 되는 긴 여정의 인도로 가는 말 위에 탄 달라이 라마의 머리를 가득 채운 화두였다. 그로부터 꼭 50년. 그가 주석했던 티베트 라사(拉薩)의 포탈라궁에는 불교의 정법과 티베트를 상징하는 설산사자기(雪山獅子旗) 대신 중국의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지금도 여전히 망명지인 인도북부 산촌마을 다람살라(Dharamshala)에 거주하고 있다. 해외 티베트인들은 물론 티베트자치구 등 국내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