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정신과 논문 표절
서상문(사단법인 세계한민족미래재단 이사)
무릇 스포츠 종목이 다 그렇듯이 태권도시합도 경기규칙이 있다. 경기시 상대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도 가격이 금지된 신체 부위라면 그곳을 공격하지 않는 게 정도다. 시합이 끝나면 승부에 관계없이 서로 예의도 갖춘다. 반면 유사한 격투기이지만 조폭들의 ‘맞짱’은 다르다. 룰이 정해진 게 없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싸움이 끝나도 화해는커녕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학인에게도 지켜야 할 룰, 즉 연구윤리강령이 있다. 남의 글이나 연구성과가 돋보이고 탐나도 이를 허락 없이 베껴 자신의 업적인양 해선 안 된다. 그게 학자적 양심이다. 하지만 표절은 다르다. 여러 형태로 교묘히 이뤄지는 표절행위는 남의 저작을 무단으로 인용하고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연구한 것처럼 분식하는 것이다. 그것은 들통 나면 법으로 심판을 받아야 하고, 일국의 장관은 물론 대통령까지도 물러날 정도의 중대한 범법행위다. ‘맞짱’과 표절이 비양심적으로 이뤄짐에 반해 태권도와 학문은 공히 신사도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한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문대성 IOC위원이 박사학위논문 표절시비에 휩싸인 지 오래다. 그는 시종일관 표절을 극구 부인했다. 논문중 수 쪽이 토씨까지 동일할 정도로 판박이라는 사실에 대해선 그는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과도하게 인용하고 그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점은 인정하지만 연구방법이나 결론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표절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연구방법과 결론이 다르더라도 타논문에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과도하게 인용하고 그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점” 자체가 표절에 해당된다. 즉 그가 말한대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이 학계에 일반화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도 학술이론인 이상 출처 명기 없이 무단으로 인용했다면 표절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사들이 바둑을 뒀지만 수순이 같은 대국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학문적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수만 명에게 동일한 제목으로 각기 논문 한 편씩을 쓰게 해보라. 논문의 얼개가 엇비슷하거나 단원별 서술과 주장이 유사할 수는 있어도 복사한 듯이 한 페이지가 온전히 같은 논문이 나올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문 위원을 두고 언론과 네티즌들이 “문도리코”, “문제록스”라고 비아냥거리는 이유다.
문제는 오히려 이처럼 의혹이 제기되는 후보에 대해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지 못한 소속 당의 후보검증시스템과 리더십에 있다. 지금으로선 문 위원이 표절임을 알고도 행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한 미필적 고의였는지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그는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 지금까지 그의 부정이 표절에 대한 도덕적 둔감에서 비롯됐거나 혹은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오리발’ 내미는 사람이라면 국회에 진출해서도 부정을 행할 수 있고, 발각돼도 잡아뗄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미필적 고의였다면 논문의 전후 맥락을 검토하면 금방 분별할 수 있고, 정도에 따라 정상이 참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표절의혹이 정말 고의적인 사실로 확인되면 IOC가 속임수 쓰는 선수의 출전을 금하듯이 그의 정계진출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후보와 지역구민에게 깊이 사죄해야 한다. 그게 문 위원이나 공당ㅇ로서 해야 할 책임이다. 그는 태권도선수 출신의 IOC위원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맞짱’ 뜨는 조폭 출신은 아니지 않는가!
2012. 4. 16 밤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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