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정치 얘기만 하면 자주 싸우게 되는 이유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친구가 고향을 찾아가면 친구들과는 물론, 부모형제, 가족, 친지들과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라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자칫하면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글을 보낸 친구에게 아래와 같은 취지의 댓글을 보냈습니다.
평소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갖춰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안은 정치 얘기해도 된다. 그 집안은 정치 얘기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얘기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정치적 대안까지 제시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한국 사람들은 친구사이든, 부모형제 사이든, 심지어는 연인 사이에도 정치 얘기만 나오면 곧잘 말싸움으로 변질되고 마는 게 다반사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근거도 없이 남의 말만 듣고 그 말을 자기주장인 것처럼 부끄러움 없이 떠벌리는 무지가 첫째요,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여긴 나머지 자기 생각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자만심, 오만이 둘째요, 상대의 말을 잘 듣지도 않고 자르거나 곡해하고, 혹은 상대의 말을 무시하는 등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는 기본소양 부족이 셋째요, 다른 견해와 주장을 인정할 줄 모르는 비관용적 자세와 다양성을 인정할 줄 모르는 ‘막무가내식 똥고집’이 넷째다.
위 네 가지 문제가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해결된다면 정치 얘기는 더 많이, 더 자주 해야 한다. 그것이 낙후된 한국의 정치를 개선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다. 또한 정치가 썩었고, 더럽다고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하면서도 막상 정치인이 앞에 나타나면 먼저 그들을 반기거나 그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식의 권력지향적이고 굴종적인 이중성을 치유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2015. 9. 24. 오전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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