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친구에게 전한 근황 : 선배와의 대화

雲靜, 仰天 2020. 9. 16. 16:33

친구에게 전한 근황 : 선배와의 대화

 

오늘 아침에 부산 사는 한 친구가 내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 왔다. 그래서 아래 글을 보냈다.
 
"아래 글은 어젯밤 평소 내가 존경하는 선배 한 분 하고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다. 내가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보일 거다. 일흔이 넘은 이 선배 분은 연합신문에 언론인으로서 오랫동안 종사했고, 그 뒤 이회창 대선시엔 이 후보의 정치특보를 지내면서 잠시 정치에 입문했다가 물러나서 몇 년 전부터는 한학에 깊이 심취해서 성균관대학 부설 한림원에 입학까지 해서 집중적으로 한학을 공부하신지가 한 6~7년은 된 거 같다. 내가 그를 언론계의 선배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도 존경의 염을 품고 있는 까닭은 인품이 아주 고매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어제, 먼저 그 선배 분이 자신의 아래 글을 내게 보내왔다.
 
[네이버 블로그] 오두인(吳斗寅)과 추미애
https://m.blog.naver.com/olipkoo/222089298784
 
위 글을 읽고 내가 최고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랬더니 답이 왔길래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다.
 
 

 
과찬의 말씀. 서박, 잘 계시지요. 서울로 발걸음 가끔 하시나요? 편안할 때 얼굴 한 번 보여줘요.
 
예 선배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에 기거하고 있습니다. 포항에 가끔씩 왔다 갔다 하죠. 언제든지 시간 내주시면 제가 달려 나가겠습니다. 제가 좋은 자리로 한번 모실게요.
 
서박은 요즘은 무슨 일을 도모하십니까?
 
ㅎㅎ 재주가 빈천한 초립거사가 도모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초야에 묻혀 세월만 가기를 기다릴 뿐입니다요.
 
천하의 쓸만한 인재들은 다 초야로 묻히고 간교한 모리배들만 불나방처럼 권력과 부를 탐하니, 나라의 장래가 암울합니다. 내주 중에 종로 한 번 나와요. 내가 연락할게요. 내가 술을 못하니 조촐한 점심 한 끼 해요.
 
알겠습니다. 요일을 정해주시면 미리 시간을 비워 두겠습니다. 아래는 운과 측을 무시하고 쓴 졸시입니다. 한 수 지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https://suhbeing.tistory.com/m/498
 
허, 絶唱이로다!
 
과찬은 되려 허물이 됩니다.
저는 다음 주 21, 23일만 빼면 나머지 요일은 다 시간이 됩니다.
 
알았습니다. 날짜 따져보고 연락할게요.
 
알겠습니다. 선배님
 
Have a good sleep!
 
예 알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꿀모닝!
사람을 수단이나 도구로 보지 말라. 굳이 철학자 칸트가 한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명제를 당위로 받아 들여 늘 마음 속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선명한 한 줄기 굵은 빛으로 남아 있도록 힘써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금전, 이익, 지위, 명예욕을 실현시켜줄 사람으로 보지 말고 사람 그 자체로 보면서 살면 좋겠다. 사람은 자세히 뜯어보면 보석 같은 존재가 아닌 이가 없다. 사람은 각자가 다 소우주다!
https://suhbeing.tistory.com/m/1005
 
서박, 재주가 많으셔. 그림도 이렇게 잘 그리시고. 열 가지 재주 가진 사람이 때거리가 간 데 없다고, 모진 세상 살아내기엔 적합치 않은 인간형일세. 나도 겉보기와 달리 비슷한 유형이어서 서박에 대해 동병상련의 심정일세. 이 나이가 돼보니 사람답게 사는 게 최선일세. 남은 삶도 그렇게 한 걸음으로 가는 거지요. 건투를 빕니다. 건강도 챙기면서.
 
예 잘 알겠습니다. 선배님!
 
2020. 9. 14. 23:07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