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여름날 밤 구룡포에서의 번개

雲靜, 仰天 2020. 8. 26. 01:43

여름날 밤 구룡포에서의 번개

 

올해는 코로나에, 장마에 여름을 밋밋하게 보내는가 싶더니 각재 일이 벌어졌다. 8월 19일, 수요일 평일임에도 용케 오랜 知己들이 구룡포로 몰려들었으니 말이다. 구룡포의 선배들과 친구가 멀대를 반갑게 맞아주고, 번개를 치니 연락 받은 포항 사는 아우들 4명이 바로 한 걸음에 달려왔다.

 

언제 봐도 헌걸찬 윤 트라볼타 승궈이(승권),

어디서든 신중과 젠틀 모드의 前途洋洋 목민관 황영워이(영원),

귀신도 못 속이는 샤프한 명세무사 배성처리(성철),

천부적인 불멸의 재담가 박화느이(환흥)!

 

30년도 더 된 인연들이지만 우린 언제, 어디서든 늘 만나면 반갑지 아니 하고, 유쾌하지 아니한 때가 없었으니 이번에는 생각지도 않게 구룡포 항구에서 보게 되다니 또 한 번 반갑고 반가웠심데이~

 

더구나 멀리 부산에서 내 친구 명래도 나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빼갈 한비 들고 엑셀레이드 밟아 득달 같이 달려 왔응께 기분이 고조되는 건 당연지사가 아닌가?

 

참으로 반갑고 살가운 해후다. 에너지 넘치고 살 맛 나게 한 번개모임이었다. 살면서 장거리 번개는 성사가 흔하지 않을 터! 그럼에도 이뤄진 것이니 기쁘지 않겠나이까! 코로나가 극성이어도 바닷바람 쉼 없이 불어오는 선창가라 남들에게 폐 끼칠 일도 없지라.

 

한 다리 건너면 다들 이리 걸리고 저리 걸리는 게 우리 한국사회인지라 오늘 처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서로 인사를 나눠보니 걸리지 않는 이가 없네 그랴. 본시 좋은 사람들이 만나면 옛 친구가 따로 없는 법, 같이 에너지가 업 되고 엔돌핀이 돌게 마련! 여름날 항구 선창가에 펼쳐진 酒席에서 마주 앉으니 모두가 主席이 아닌 이가 없구나! 오늘 밤만큼은 마카다 화색이 돌고 隨處作主 하지 않는 이가 없구려!

 

 

위 동영상은 영철이 형님께서 손수 찍으신 '작품'인데 역시 언론인 직업을 속이시진 못한다만, 등장인물들이 다 한 컷씩 골고루 잘 나왔는데 촬영하시느라 정작 작가의 얼굴만 빠져서 많이 아쉽네요!

 

덕담, 웃음과 함께 술잔이 오고가는 가운데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에 평일만 아니었으면 역시 부산에서 냅다 달려왔을 또 다른 내 친구 지수가 즉흥시 한 수를 보내왔다. 보기만 해도 금방 술자리의 풍경이 눈앞에 어른거리게 하는 듯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시다! (제목은 멀대가 임의로 붙였음.)

 

구룡포의 여름날 밤

 

집어등에 하얗게 물든 바닷빛에
휑한 친구 얼굴 일렁인다.
구룡포의 바다에
시원한 하늬바람 불어오면
취기는 상기되고
사나이들의 오랜
이야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갯내음 맡으며
술 한 잔 건내곤 하니
여기가 고향 밤바다일세
시원한 여름날 밤은
파도소리에
깊어만 간다.

2020. 8. 19. 20:54
부산에서
임지수

 

술이 있고, 사람이 있고, 청포도처럼 알알이 시가 영그는 구룡포의 밤. 밤바다, 은비늘이 하늘 거리고 여울이 찰랑 대는 가운데 술이 익어가고, 정이 익어가고, 사람이 익어간다.  

 

會者必返이련가! 이윽고 여름밤의 어둠이 짙어가면서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왔다네. 갯가의 게들이 시제마쿰 고둥집으로 들어가듯 귀가길에 나서야 할 시각, 좋은 시간은 늘 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아쉽고 미련이 남는 법이지. 아쉬움과 미련은 쬐께는 남겨놔야지. 그게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니까!

 

먼 길을 가야 하는 친구 명래는 하룻밤을 나와 함께 포항 송도에서 몸을 눕혔다. 다음날 이른 새벽, 곤히 자던 나를 두고 부산으로 돌아간 명래가 호텔방을 나서기 전에 간결한 시 한 수를 적어놓고 갔다. 필경 간 밤 지수가 보내준 시에 대한 화답시렸다! 작별의 아쉬움이 묻어 나는, 그래서 삶의 리비도를 확인시켜주는 질박한 禪詩! (제목은 멀대가 임의로 붙였음.) 

 

구룡포의 영일만 친구

 

해걸음
구룡포의 저녁답이 더 그립네

선후배 사나이들
선창가 뱃전에 모디어
술잔 주거니 받거니

 

비린내 이슥한 구룡포의 밤
영일만 친구들은
보란듯 살아 있었다.

2020. 8. 20. 06:00
浦項 松島에서
이명래

 

술자리와 함께 멋진 선창가의 밤을 제공해주신 구룡포의 영철이 형님과 친구 충식이에게 또 한번 감사!

한 달음에 달려와 준 포항의 아우들도 모두 건강들 하시게!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 준 친구 명래도 고맙고 고맙네!

멀리서 참석치 못한 아쉬움을 시로 달랜 친구 지수도 이틀 뒤 부산에서 봤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또 보세!

다들 코로나 난국을 이겨낸 뒤에 기회 되면 또 보입시데이~

막바지 여름 더비 잘 날려 보내시고 건승하시소!

아 찰나 같은 구룡포의 여름밤이여!

구룡포여 영원하라!

 

2020. 8. 26. 01:43

北漢山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