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학술여행(조사 답사 자료수집)

타이뻬이시의 위험한 대중교통문화의 민족학(?)

雲靜, 仰天 2019. 3. 20. 19:21

타이뻬이시의 위험한 대중교통문화의 민족학(?)

 

먼저 아래 동영상을 보라. 매일 아침 내가 출근길에 지나가게 되는 타이뻬이 시내의 한 건널목 상황이다. 아래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는 길을 건너려다 위험하다 싶어 잽싸게 뒤로 물러나 멀대 처럼 서 있었다. 오늘 아침 일이다.


 

 

어떤가? 길 건너 맞은편의 초록색 신호등이 깜빡거리는 것이 보이는가? 초록색 신호와 보행자들은 내 알바 아니라는 듯이 무지막지하게 푱푱’, ‘쌩쌩’, ‘피용피용소릴 내면서 냅다 달리는 저 많은 오토바이와 승용차 운전자들의 무신경한 표정이 보이는가? 위험 범위를 넘어 살벌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피크를 지난 시간이어서 이 정도지 피크시엔 이 보다 훨씬 더 격렬해서 마치 오토바이 경주를 방불케 한다. 일단 신호가 떨어지면 꼭 제2차 세계 대전시 명성을 떨쳤던 사막의 여우 롬멜의 전차군단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 돌격해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들이 이렇게 질주할 수 있는 건 그렇게 해도 되도록 돼 있는 교통신호체계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고? 전방에 대로가 있고, 그 길 오른 쪽 옆길로 우회전 할 수 있는 곳인데, 길가에 있는 교통신호등에 초록색 신호로 바뀌면 보행자도 길을 건널 수 있고 동시에 오토바이와 승용차들도 지나갈 수 있게 허락한 교통신호체계가 문제다. 이것이 교통법규에 위반되지 않고 합법적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합법적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말이 아님은 물론이다. 실제로 보행자와 운전자가 신호가 바뀜과 동시에 같이 건너기 때문에 서로 부딪쳐 사고도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사고를 숱하게 봤다. 과거 10년 이상을 이곳에서 살았으니 얼마나 많이 봤겠는가? 

 

초록색 신호다 싶어서 “안심하고 마음 놓고” 건넜다간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에 치일 게 뻔해 보인다. 사실 초록 신호인데도 보행자가 안심하고 건너지 못한다는 건 색채학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어 이미 상식이 된 것이지만 “안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국제적 약속과 기능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초록색 신호인데도 긴장하면서 앞뒤 좌우를 살피면서 극도로 조심해 길을 건너야 된다면, 안심 보행의 보장과 보행 주의를 알리는 것이 신호등을 설치한 목적이라면, 조금 논리를 비약해서 굳이 신호등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빨강색 신호인 상황에서도 주의하고 조심해서 길을 건너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을까? 차라리 빨간불일 때 건너는 게 더 안전하다. 역설적 표현이 아니고 실제가 그렇다. 이런 생각이 든 게 30년 전의 일이었다. 1980년대 말, 처음 대만에 오자마자 전당포에 가서 저당 잡힌 중고 오토바이를 사서 운전연습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시동을 걸어 몰게 돼 거의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장터 같은 오토바이 행렬에 끼어들고 나서부터였다.

 

그런데 그때나, 그 뒤 세월이 한 참 지나 다시 와본 10년 전이나, 또 지금이나 변한 게 없이 그대로다. 누구 말대로 “내가 오토바이로 이곳 타이뻬이 시내 곳곳을 몰고 다녀봐서 아는데”, 이곳에는 이와 유사한 위험한 건널목이 꽤 많다. 그만큼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곳 사람들은 이에 대해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내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대만정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곳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어도 실제로 다치지 않았다면 서로 욕하기는커녕 아무 일 없다는 식으로 그냥 말없이 가던 길을 가는 이곳 사람들이다. 중국어의 “일 없다”(沒事)는 말 그대로 행동도 그렇게 한다. 이 점이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는데도 “야! 눙까리 어데다 뜨고 운전하나?”라고 고함을 치거나 욕부터 하고 보는 한국인과 많이 다른 면이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타이뻬이시의 이런 건널목 교통신호체계가 정말 익숙하지 않다. 아니 겁이 난다. 어디에서든 대체로 뭔가에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단언컨대 귀국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 30년 전에도 그랬으니까! 이런 게 싫고 불편하다면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지 그러냐고요? 어째 이 소리는 한국사회에서 누군가가 미국의 좋은 점을 얘기하면 “미국 가서 살지 그래?”라고 빈정거리거나 혹은 남한정부의 失政사실이나 좋지 않은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국가’와 ‘정부’도 구별 못하면서 바로 “북한에 가서 살아라!”라고 고함지르는 논리상실의 미숙아들의 헛소리와 흡사하지 않는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문제에 있지 않다. 초록색 신호에서도 방심하지 말고 극도로 조심해서 건널목을 건너라고 하나의 제도로 강요한다면, 빨강색 신호에서도 조심해서 길을 건너도 될 듯이 보이게 만드는 우스운 논리의 여백 그리고 결과 보다는 동기를 중시하는 한국인과 달리 동기 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이곳 사람들의 기이함(?)과 관대함(?)에 있다. 동기를 더 따지는 한국인과 결과만 좋으면 그냥 넘어가는 중국인의 이런 면은 각기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여기선 논할 일이 아니다. 아무튼 내가 느끼기에 이곳 사람들의 이런 태도는 대만인에 국한된 게 아니고 전체 중국인들의 습속의 하나이자 논리회로인 듯해서 아침부터 영양가 없는 군소리 한 번 해봤다.

 

2019. 3. 20. 07:47
출근길의 臺北시내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