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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

雲靜, 仰天 2017. 10. 14. 11:20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몇 년 전부터 자주 정치문제로 거론되더니 요즘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국민복지가 또 다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 경제민주화'라는 말의 파장력은 연말 대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각 당 대선 후보들이 모두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란 이 말의 정확한 개념이 명쾌하게 정의된 바가 없어 정당마다 다르고, 학자마다 다르다.

 

그러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런 저런 가지를 솎아내면 결국 종착역은 독과점 횡포를 부리고, 오너 2세 혹은 3세에게 편법적인 경영권의 부당 승계나 재산의 편법 세습을 해주는 악덕 재벌 기업들을 개혁하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를 두고 친재벌적인 정치인, 언론과 학자, 기득권층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냐?”라고 반발하면서 정쟁적인 논쟁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본질을 흐리는 말장난이거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시장에서 소수 강력한 힘을 지닌 거대 재벌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불법을 자행해도 국가가 개입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수년 전, 금융과 자본과 금융이 결합된 월가의 농단이 증명하듯이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맡겨 둬선 안 되고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인정된 게 어느 시절인데 말이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은 무엇인가? 또 왜 이를 실행해야 하는가? 1987년에 제정된 수정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국가는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즉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보면, 국가가 기업들의 경제행위에 적극 개입해 빈부격차의 심화, 그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들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심판자 역할과 함께 이를 보장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간 말도 많았던, 금융계열사를 소유한 재벌기업에 대한 규제책인 금산분리 규제는 강화돼 시행돼야 한다.

 

한국의 재벌기업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수출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의 첨병으로 발탁돼 국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았다. 특혜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금융지원, 각종 세제혜택, 산업용 에너지의 값싼 이용 등등이다.

 

그래서 한국의 재벌기업은 1980년대까지 수출역군으로서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으며, 지금 누리는 부의 몸집은 이러한 특혜가 밑바탕이 됐다. 정권으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다보니 정권과는 의 처지에 있었고 정치권에게 걸핏하면 정치자금과 각종 명목의 기부금을 거출 당하는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재벌기업은 정치인들 혹은 정치권에게 뜯긴 실보다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얻은 득이 훨씬 더 클 것이다.

 

 

한국 경제계의 규모별 상위 9대 대기업 총수들. 이들은 자신의 성장이 과거 정부의 관치금융, 세제혜택 등 많은 특혜를 받은 데서 힘 입은 바 크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양심이 있다면 자사가 어떤 과정을 밟아와서 번영을 누리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이미 한국의 국부는 몇몇 거대 재벌기업의 손안에 떨어진 이상, 국민들이 시급하고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사실이 있다. 재벌기업이 우리사회의 경제 양극화를 가져온 원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1997년의 그 엄혹했던 외환위기도 사실상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대기업을 지원해주다가 곪아터진 게 아닌가? 금융지원이라지만 그 돈은 국민이 낸 세금이었다. 그럼에도 재벌기업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자신들이 기업을 일구면서 혜택을 받은 성장과정의 역사성, 기업의 도덕성과 사회성을 망각하고 있다.

 

약자에 대한 공격적 경영이 하이에나에 비유되는 재벌기업이 스스로 도덕성을 회복하기엔 연목구어다. 다른 나라의 거대 기업은 몰라도 한국의 재벌기업은 자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경제불황이 전지구적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기업 오너는 출자총액을 제한하지 않고,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극소수의 지분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움켜쥐고 있다.

 

재벌기업의 독과점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노력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중소기업 시장에 난입해 저인망으로 훑어내듯이 시장과 상권을 침식시키고, 이에 연동된 중소기업들 간의 피 말리는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줄도산이 이어지고, 대기업에 생명줄을 대고 있는 중소기업 오너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는 판국이다.

 

그럼에도 재벌기업들은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서민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그 여파는 명백히 재벌기업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간다는 간명한 유기체적 진리를 외면하고 있다. 남이야 죽든 말든 오로지 자신들과 동종 혹은 동일 규모의 기업들만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첨병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게 전국경제인연합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통상 전경련으로 불린다. 전경련은 경제인 가운데 대기업이 모여 1961년에 결성한 단체다. 현재 54개 업종 대기업 431개사와 67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가입자격은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연 회비 580만원만 납부할 수 있으면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중소기업이 가입돼 있질 않다. 아니 회칙상으론 중소기업도 가입이 가능한 듯해도 실제로는 가입이 안 되는, 잘못된 이름을 가진 이상한 조직이다. 특히 한국사회에는 정말이지 말과 실제가 일치하는 게 드문데, 이것도 그 중 하나다.

 

 

한국인들 만큼 돈이나 가진 것으로 남을 평가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후려치고 무시하는 것도 이런 생각의 연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재벌기업의 이익만을 옹호, 대변하는 전경련과 정부의 고위 관료들 그리고 친재벌 정치인들의 눈엔 중소기업은 기업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가?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경제성장에서 동반성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경제인으로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전경련은 재벌기업이 한국의 부를 독과점적으로 잠식하게 되기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정부의 각종 금융 및 세제 시혜를 잊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을 경제성장의 동반자, 상생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수익이 중소기업과 국민들에게서 형성되기 때문에 그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기업의 도덕성을 회복하길 바란다.그래서 최소한 생활이 어려워 자살하는 사람들이 1년에 만 명이나 되는 사회는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가난해도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한 사회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전경련과 고위 관료와 친재벌 정치인들은 진실로 저성장 기조로 날로 위축되고 있는 국가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다 같이 머리를 맞대어 중소기업의 고충과 실상을 듣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전경련이 이름 그대로 명실상부하게 전국 경제인 연합회라면 중소기업 오너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중소기업인은 경제인이 아닌가? 중소기업 오너가 가입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다 같이 상생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정말 그럴 의사가 없으면 아예 명칭을 다른 것으로 바꾸길 바란다. 전국의 경제인을 대표하지도 않고, 대변하지도 않으면서 이름만 모든 경제인을 대표하는 것처럼 분식하는 행태를 버려라. 그렇지 않다면 일본의 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처럼 명칭을 제대로 사용하라. ‘전국 100대 기업인 연합회혹은 전국재벌기업 연합회쯤으로 말이다.

 

2017. 9. 12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