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주르허(朱日和) 열병정치와 한국언론의 눈
서상문(中國 中國共産黨 創建史 硏究中心 海外特約硏究員)
지난달 7월 30일~8월 1일 사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중국최고 지도자의 이상 행보가 포착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몽골 주르허(朱日和, 몽골어로 심장의 뜻을 가리키는 зурх의 중국어 음역) 훈련기지에서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의 대동 없이 홀로 열병식을 가진데 이어 8월 1일 중국 공산당 건군 90주년 경축대회에서 연설을 한 것이다.
중국이 건립된 이래 중국인민해방군이 ‘8.1건군절’에 열병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1981년 화베이(華北)군사대훈련 열병 후 중국군이 톈안먼(天安門) 이외의 지역에서 열병식을 거행한 것도 36년 만에 두 번째로서 특이한 일이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히 군사력 증강을 주문한 것이었을까? 아니었다. 주르허에서 열병과 연설을 한 시진핑은 과연 어떤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까? 중국에는 최고 지도자가 군에 대해 주문을 하거나 인사를 할 때는 그 이면에는 분명 국내 정치적 변화가 있거나 아니면 군통수권자의 정치적 의중이 반영되는 중공의 권력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내 언론매체 중에는 중공의 주르허 군사훈련과 열병의 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보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중공 총서기는 임기가 5년인데, 한 번 연임할 수 있어 10년까지 맡을 수 있다. 2012년 총서기로 취임한 시진핑은 올해로 5년째다. 시진핑은 자신이 아니면 복잡하고 거대한 중국을 이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강한 중국을 만들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당내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만큼의 명분과 치적이 필요하다.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면 시진핑에게 가장 중요한 급선무는 당내 권력 장악이다.
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부를 장악해야 한다. 당을 장악하려면 먼저 군부를 장악해야 함은 중국의 현실정치에선 ABC다. 시진핑 역시 마오쩌둥처럼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실제 군 경험도 했기 때문에 그는 군의 생리와 중국군의 실상을 누구 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군을 장악하기 위해선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당근은 중국군의 증강과 처우를 개선시키는 것이다. 2017년 현재 중국군은 병력수나 군사비로나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현역 병력수는 총 235만 명, 예비군도 약 230만 명이나 되며, 한 해 군사비로 전체 GDP의 1.9%에 해당하는 2,157억 달러를 쓰고 있다. 이는 IISS(International I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에 잡힌 수치이고, 군사비는 중국정부가 매년 전체 총액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는 이 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시진핑은 개혁을 명분으로 군부에게 더 많은 대우를 해줄 것이다.
채찍으로는 기존 제도를 구조 조정한다는 명분으로 자파 세력이 아닌 고위급 장성들을 제거하고 자파 인물로 채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지속시키는 것이다. 중국에선 군부가 거대한 집단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으로서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군에 대한 문민화는 국가가 어느 정도 민주국가인지를 가늠해주는 바로 미터 가운데 하나이듯이 역대 중국 수뇌부도 군에 대한 문민화, 즉 당의 우위를 줄기차게 강조하고 실제로 그렇게 작동되도록 주의를 기울여 왔다.
중국군을 2025~2030년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구상을 가진 그는 2020년까지 중국군을 세계를 제압할 수 있는 강군으로 변신시키겠다고 선언했고, 2014년 4월에는 강한 군 건설 지침을 하달한 바 있다. 중국군을 현금의 방어중심 전략에서 공세적 원정작전(expeditionary warfare) 능력을 지닌 군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30년 만에 7대 군구에서 전쟁시와 동일한 5대 전구로 개편했다. 각 군 사령부를 설치하고, 4개 군종(육해공 포케트군) 및 1개 특수 병종(전략지원부대)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병력도 200~2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병력을 30만 명을 더 감축하기로 공표했고, 첨단 전력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당 중앙위원회의 지휘통제권 강화, 전구사령부가 주도하는 작전대응력의 신장, 각군별 전투능력의 제고도 강조했고, 특히 육군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다른 한편, 시진핑은 중국군 개혁의 요체로 꼽혀온 현대화, 정보화, 합동화, 육해공 우주 사이버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군을 장악하고자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게는 부패의 온상지인 군도 개혁하고, 군부도 장악하고, 당내 권력까지 장악할 수 있는 삼수겸장인 셈이다.
시진핑은 군 개혁을 명분으로 먼저 자신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취임함으로써 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를 예고했다. 그리고 권력의 향배에 의해 움직여지는 중앙군사위원회를 오로지 군사적인 역할에만 충실하고 자신의 명령에만 따르도록 만들고자 조직과 인사 개편을 단행해 먼저 장쩌민(江澤民)파의 군부 실세였던 쉬차이허우(徐才厚) 총후근부장을 부패혐의로 물러나게 하는 등 군부의 주요 직위를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 넣었다.
얼마 전에는 자신의 측근인 리쭤청(李作成)인 육군사령관을 중앙군사위원회의 연합참모부 참모장으로 임명했다. 아마도 중공 제19대가 개막되기 전후로 중국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의 자파 인물로 심어놓을 것임은 물론이다.
중공 총서기 취임 후부터 줄곧 장쩌민파의 견제를 받아온 시진핑은 장쩌민파의 막후 원로 정치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들과 권력 투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중공 당내 권력 안배를 둘러싸고 격렬히 벌여왔다. 얼마 전,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유력한 후계자중의 한 사람으로 육성해놓은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돌연 면직된 것도 장쩌민파와의 권력투쟁의 결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의 권력승계 관행을 바꾸고자 한 시도다.
지난 7월 말 주르흐에서 중국군이 실시한 대규모 군사훈련은 시진핑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주르흐 군사훈련기지는 내몽골 우란차푸(烏蘭察布) 시의 스즈왕(四子王)기(旗)와 시린궈러멍수니터요(錫林郭勒盟蘇尼特右)기(旗) 경내에 위치해 있어 수도 베이징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다. 베이징에서 대략 열차로 6시간을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까지 가서 그곳에서 다시 자동차로 3시간을 더 가야 되는 거리에 있다.
이곳은 정면이 20여km, 종심이 50여km로서 총 1066㎢인데, 대략 홍콩만하고 한국의 울산광역시 쯤 되는 넓이다. 따라서 이 훈련기지의 넓이라든가 군사훈련 시설을 볼 때 중국군이 대규모 실전모의훈련을 하기엔 적절한 곳이기 때문에 훈련은 예년과 다른 특이한 일이라고는 볼 순 없다.
과거 중국은 이 훈련기지에서의 군사 활동에 대해선 구체적인 명칭을 밝히지 않고 ‘화베이(華北)기지’라고만 했다. 중국이 이 기지를 대외에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2005년에는 중국정부가 ‘北劍-2005’군사훈련 시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4개국 40여 명의 군사관찰원을 초청한 바 있다. 작년에도 ‘초월-2016 주르허’ 실전화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육군의 중공 당위원회가 시 주석의 중요한 지시를 심도 있게 관철 학습하고 전쟁 승리 원리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향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중대한 군사훈련이었다. 올해에도 주르허 군사훈련기지에서 청군과 홍군으로 나눠 실전을 방불케 한 전투훈련을 실시한 것은 중국군의 야전화, 실전화를 의식한 것으로서 연례적이다.
그러나 군사훈련에 이어서 시진핑이 열병식을 받은 것은 시진핑으로선 여러 가지 노린 게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시진핑이 군의 실질적인 통수권자(commander-in chief)임을 군 내외에 알리고자 하는 기획으로 보인다. 이는 이날 시진핑의 연설과 열병식에서 기존과 다른 변화된 특이한 광경이 연출된 내용을 보면 감이 잡힌다. 시진핑은 “자신에 대한 충성이 곧 군 전투력의 원천”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열병식에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중국군 서열 제2위 판창룽(范長龍) 상장이 시진핑에 대해 ‘수령(領袖)’, ‘통수(統帥)’로 칭했고, 장교와 사병들도 모두 이구동성으로 “주석님 안녕하십니까(主席好)”라고 외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는 ‘수장님 안녕하십니까(首長好)’라는 호칭으로 불러오던 기존과 다른 광경이었다.
시진핑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공의 오랜 관례를 깬 행보였다. 주르허에서의 열병은 시진핑이 군부를 장악함으로써 문민화를 이룸과 동시에 장쩌민 파벌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중공 제19대 당 대회에서의 고위인사 배치에 있어 주도권을 장악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군부에 대한 장악에 이어 중공 당 장악에 나선 시진핑은 이미 당 안팎으로 마오쩌둥을 능가하는 일인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예컨대 ‘시진핑 핵심(習核心)’에서 ‘시진핑 사상(習思想)’으로 호칭을 바꾸게 한 것도 그 한 가지다. 즉 단순히 최고 지도자에서 그의 정치이념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처럼 당장에 명기된다는 얘기다.
시진핑의 집권 제2기가 시작되기 얼마 전 제19대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열린 중공 전직과 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합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도 의미심장한 일이 벌어진 듯하다. 이전의 관행대로라면 제19대 중공 당 대회는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단 구성과 함께 시진핑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가 암암리에 윤곽이 드러나는 회의다. 그러나 후계자와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드러난 게 없었다.
오는 2022년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임기연장을 노린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자파 인물들을 많이 당 중앙위와 후보위원에 집어넣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중공 기관지『人民日報』는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랴오닝(遼寧) 등의 지방 서기들이 일제히 ‘시 핵심’을 주창하며 잇따라 시 주석에 대해 충성 맹세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외에 홍콩, 타이완 등지의 중화권 언론들도 “장쩌민의 여동생이 최근 ‘시 핵심’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점으로 미뤄 고령의 장쩌민이 차기 인사문제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는 전망을 쏟아낸 바 있다.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시진핑을 위한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중공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기 전 시진핑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다가오는 이번 가을의 중공 제19대에서는 격대로 후계자를 지정하는 징검다리식 격대 권력이양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회 후 시진핑의 권력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은 해외 매체들의 각종 보도에서도 뒷받침된다. 이 사실들을 종합하면, 시진핑이 장쩌민파를 제치고 당, 정, 군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시사한다. 주르허 열병과 연설은 그 이면에 바로 이러한 중공 최고 지도부 계파들 간에 권력투쟁이 진행된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주르허 열병과 시진핑의 연설을 단지 중국군 개혁의 일환이라거나 혹은 중국군의 전투력증강을 목적으로 한 훈련으로 보도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군사훈련이 타이완 수뇌부의 거점인 총통부의 점령이나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을 뿐 중국 국내 정치적 함의를 짚은 기사가 한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언론의 촉수는 중국 내 정치상황과 중공 지도부의 동향과 멀리 떨어져 바깥의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증좌다. 한국 언론의 중국 관련 보드를 접할 때마다 심층 보도가 없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뉴스는 즉시성과 함께 심층적인 전문성도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 언론의 분발과 중국관련 전문성 제고가 시급한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7. 9. 8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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