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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와 국토

雲靜, 仰天 2018. 5. 17. 09:10

영토와 국토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영토와 국토, 이 두 단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누구나가 자신은 알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둘의 차이를 말해보라면 정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이가 예상 외로 많다. 마치 요즘 사람들의 십중팔구가 고심과 고민의 의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고심이 되는 것도 “고민이 된다”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영토와 국토의 정확한 개념을 알려면 우선 이를 한자로 써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이 둘은 한자로는 각기 領土와 國土로 쓴다. 감이 오는가?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의미도 우리와 동일하다. 영토와 국토는 영어로는 각기 territory, domain과 country, territory인데, territory가 때로 영토와 국토로 중첩되게 사용되고 있다. 
 
영토는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땅을 말하고, 국토는 헌법에서 명문화한 한 국가의 땅을 가리킨다. 따라서 국가가 헌법으로 정한 국토와 실제 주권이 미치는 영토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타국과의 분쟁지가 없거나 분단이 되지 않은 나라는 대체로 양자가 동일하고, 분쟁지가 있거나 분단이 된 나라는 다를 수 있다. 예컨대 몽골에게 영토와 국토는 일치하고 몽골 전체 땅을 가리킨다. 여타 분단이나 분쟁이 없는 미얀마, 페루나 노르웨이 등등의 국가들도 동일하다.
 
반면, 대만을 통일해야 할 자국 땅이라고 못 박은 중국이나 영토분쟁지가 있는 일본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한반도 전체가 국토이고, 영토는 휴전선 이남의 땅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엔 미래에 남북이 통일될 것을 전제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 제3조다.
 
 

근대에 들어와 일제의 농간과 그에 호응한 중국의 술수로 빼앗긴 간도 지역까지를 우리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보는 대한민국 국토.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곳은 휴전선 이남의 남한 뿐이다. 간도의 회복은커녕 북한 땅도 아직 통일이 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라고? 半島란 문자 그대로 반은 섬이고 반은 육지라는 소리다. 이는 바른 명칭이 아니지만 사실은 이 말을 대신할 단어도 마땅한 게 없다. “한반도”는 압록강과 두만강이 있어 중국대륙과 떨어져 있는 듯해도 실제는 백두산 쪽으로는 육지와 연결돼 있다. 즉 우리 땅이 반은 섬이 아님에도 반도라고 폄하한 것은 일본이다. 자신들의 섬에서 바라보니 이 땅이 반은 섬 인듯이 보인다고 해서 갖다 붙인 용어가 “조선반도”라는 명칭이다. 이것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반명사화 됐다가 광복과 함께 국회 차원에서 한반도로 쓰자고 해서 바뀐 것이다.
 
한 마디로 잘못된 결정이었다.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이를 대체해야 한다. 다만, 헌법 제3조의 “한반도”나 기타 거의 대부분 쓰이고 있는 “한반도”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바루어지기 전까지는 아쉽지만 잠정적으로 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한국인이 인식하고 있는 한반도는 압록강과 두만강 이하의 땅을 가리키고, 북한 땅도 헌법상에서는 우리 한국 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 땅에는 우리정부의 주권이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토”일 뿐이다.

 

동일한 논리로 일본과 중국도 유사하다. 일본의 국토는 러시아와 분쟁을 겪고 있는 '북방4도'를 포함한 전체 땅이고, 영토는 북방4도를 제외한 땅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중국과 수교를 원하는 나라에겐 어김없이 반드시 이 원칙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국의 국토는 대만과 남중국해의 도서를 포함한 전체 땅이고, 영토는 주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과 남중해의 일부 섬을 제외한 땅을 말한다.
 
그런데 국제법 안으로 한 발 더 들여놓으면 조금 복잡해진다. 즉 국토란 어떤 나라가 특정 지역의 땅을 소유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나라의 국토가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한 개인이 어떤 무인도를 선점(preoccupancy)했다고 해서 개인이 소속된 국가에 그 무인도가 저절로 귀속되지는 않는다. 그 개인이 소속된 국가나 정부가 그 무인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인정할 경우에 한해 지적에 등록해 성립되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의 어떤 사람이 대마도를 찾겠다고 대마도 전체를 사들여도 대마도는 우리의 영토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대마도는 일본이 영유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이 지역에 대해 특별히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소유권을 확보한다고 해서 성립되는 게 아니다.
 

일본정부가 센카쿠(尖閣) 군도(중국명 釣魚臺群島) 중의 한 섬에 살면서 그 섬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일본인에게 정부예산으로 2002년 4월 1일부터 매년 이 섬에 대해 일본정부가 사용하는 租借費로 2200만엔을 지급해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영토에 대한 영유권 선언이 대단히 중요한 행위다. 국제법은 서양 근대 제국주의 사상과 이성적 사유가 결합된 산물이다. 중국인들은 과거 19세기에 국제법을 ‘萬國公法’이라고 이름 붙였다. 역사학에서는 모든 국가가 인정하는 ‘만국공법’이 적용되기 이전의 전통시대엔 어떤 땅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받는 데는 행정관리가 주재하면서 세금징수, 조세제도의 운용과 호구등록, 관리임명 등등의 이른바 통치행위를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의 유무가 중요한 잣대가 됐다.
 
만약 두 나라가 동일한 땅에 대해 영유권을 선언하게 되면 그 땅은 분쟁지가 되는 것이다. 이 개념은 내가 독일 법철학자인 한스 켈젠(Hans Kelsen)의 주장을 받아들여 학계에서 벌써 20년이나 더 전부터 주장한 것이고, 동시에 최근 국제법적인 추세인데도 역대 한국정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정부가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선언하고 주장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과거 역사상의 우리영토로 한국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대마도를 찾으려면 우선 대마도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해놓고 볼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토와 영토의 개념을 바로 알고 우리의 강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2018. 5. 17. 08:22
포항에서 영토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앞두고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