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매국노 이완용 두둔에 대한 비판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이인호 교수! 나는 3년 전에 그의 역사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판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래서 하는 소린데, 이런 허접하고 빈곤한 역사의식의 소유자를 오늘 또 다시 비판하려고 하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도 대놓고 친일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시간이 아까워도 다시금 비판의 칼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글은 지난 달 말, 이인호 교수가 조선일보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 내용 중에 신친일파가 국가권력을 잡지 않는 한 하늘이 두 쪽 나도 결코 변하지 않을 만고의 친일매국노 이완용이 우리의 국권을 일본에 넘긴 매국행위를 두고 “불가항력적인 일본의 힘 앞에서 민족의 힘을 보전하는 길이 무력 항거보다는 유리한 타협이라는 자기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이는 그의 역사의식을 관통하는 핵심 중에 하나로 보이기도 하지만, 도저히 역사를 전공했다는 사학자가 쓴 글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조선일보에 실린 위 글의 원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남북한 정상 회담을 코앞에 두고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매체들은 마치 남북 간에 평화통일이 이미 기정사실이 된 듯 호들갑을 떨고 있다. 북한의 수령 김정은이 우리 군을 사열한다니 생각 없는 사람들은 북한으로 관광 갈 꿈에 부풀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드디어 나라가 망하는구나 하며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터져 나온다.
나라 없는 백성의 서러움 속에서 자라났던 세대들은 일제에 대한 연합군의 승전으로 우리가 해방되는 환희를 잠시 맛보았지만 그것이 우리 민족이 고대하던 광복, 곧 자주독립이 아니라 서로 이념을 달리하는 두 강대국 미국과 소련군에 의한 남북한 분할점령임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 스탈린의 세계 공산주의 제국 건설의 야욕에 맞서 악전고투한 끝에 1948년에는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수립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적어도 38선 이남의 동포들이나마 독립국가의 국민으로 세계인의 인정을 받는 꿈을 달성할 수 있었다. (중략)
‘친일’ 하면 치를 떠는 듯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세력이고 이완용은 매국노의 표상이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이완용도 젊은 시절에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애국인사였고 그가 친일의 길을 선택한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본의 힘 앞에서 민족의 힘을 보전하는 길이 무력 항거보다는 유리한 타협이라는 자기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후략)
이게 역사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오랫동안 역사를 가르쳤다는 이가 하는 소리다. 하긴 한 때 진보 진영을 기웃거리다가 극보수로 돌아선 그에게서 반듯한 양식과 역사의 로망은 기대할 게 없지만, 그가 지닌 목적의식과 전공은 전혀 별개의 문제니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완용이 “젊은 시절에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애국인사”였다는 것하고 나라의 국권을 넘겨준 사실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탁월한 능력을 갖춘 애국인사”는 나라를 자기 물건인 것처럼 팔아넘겨도 되는가? 능력이 탁월해서 어떻다는 말인가?
이인호의 논리대로라면 힘 있는 강국엔 친일을 하고 나라의 주권을 자신의 부귀영달의 대가로 넘겨줘도 된다. 그래서 국권을 일본에 넘긴 뒤 이완용은 자신의 의도대로 “민족의 힘을 보전”했다는 말인가? 이완용은 온갖 부귀영화만 누렸지 “민족의 힘을 보전”하기 위해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이인호는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망언인가? 아니면 그런 사실이 없었던 것을 알고도 고의로 왜곡을 하는 것인가?
말이 안 되는 논리는 또 있다. “불가항력적인 일본의 힘 앞에서 민족의 힘을 보전하는 길이 무력 항거보다는 유리한 타협”이라고 해서 이완용 일당들이 나라를 ‘통골’로 일제에 갖다 바칠 때 안중근 의사는 불가항력이란 걸 몰라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처치에 목숨을 바쳤고, 이회영-이시영의 여섯 형제들은 “불가항력적인 일본의 힘 앞”인데도 왜 수백 억대 가산을 모두 털어 만주로 독립운동을 펼치러 떠났는가? 일제에 불가항력 상황이면 모두가 이완용 일당처럼 나라를 팔아먹어도 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이인호 교수는 이처럼 이완용을 변호하고 두둔하면서도 글의 말미에 가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완용이 될 것인가라고 도발적 어조로 묻는다. 문재인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이 매국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 문재인과 이완용을 걸어서 並提相論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논리의 비약, 아니 논리가 뭔지도 모르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즉 이완용을 두둔하다가 갑자기 문재인에게 이완용이 돼선 안 된다는 식이다. 오로지 문재인과 김정은의 만남에 대해 비판을 하려고 하는 마음이 앞서서 그런지 논지가 갈지자걸음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그 누구도 남북통일을 위한 노력을 하지 말고 가만있어야 한다. 심지어 분단문제를 해결해야 할 민족사적 과제를 안고 있는 대통령일지라도 말이다. 통일논의를 반대하는 것인지 이인호는 자신의 속내를 밝혀야 한다. 학자가 쓴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수준 이하다.
이인호는 왜 이처럼 이완용 같은 친일파 거두를 변호하고 두둔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언행을 할까? 그 속셈과 동기가 무엇일까? 이 의문에 대해선 이인호의 조부 이명세(李明世, 1893~1972)가 과거에 어떤 행위를 했고, 이인호는 조부의 행적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알고 나면 그가 왜 이완용을 옹호하는지 이유를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멘탈리티의 소유자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이인호의 조부 이명세는 일제 말기 '春山明世'로 창씨개명하고 적극적으로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였다. 근거는 이명세가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5명 중 종교분야의 유교 관련자 7명 중의 한 사람이며,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도 올라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알고 보면 이명세는 이완용에 버금가는 친일파였다.
이명세의 구체적인 친일행적을 알고 나면 이러한 역사적 평가는 틀린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1939년 11월 1일 일제가 친일 인사들을 앞세워 한국인들을 침략전쟁에 내보내기 위해 총독부가 조직한 사이비 유림단체로서 철저한 일제의 앞잡이였던 조선儒道연합회의 상임 참사 자리를 맡아서 일제의 식민통치를 지지하고 찬양했다.
그뿐만 아니라 1941년 10월 일제가 도발한 소위 ‘대동아전쟁’ 지원을 위해 여러 단체들을 통합해서 만든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도 참여해 조선인들을 태평양전쟁에 참전하도록 독전한 인물이다. 그는 일제를 자기 나라인양 일본인으로 행세하며 일본을 찬양했다. 예컨대 이렇게 선전하고 다녔다.
“나라를 세운 이래 만세일계의 천황을 받드는 빛나는 역사를 가지며, 세계 인류를 위해 최고 문화의 건설을 사명으로 하는 우리 일본은 이번 대동아전쟁을 계기로 동아 신질서 건설을 실현하고자 또 하나의 걸음을 내디뎠다.”
“집안에선 아들 난 것을 중한 일임을 더욱 알고 나라 위해 죽는 것은 가벼이 여겨야 하리. 우리들은 후회 없나니 하루 빨리 전란의 시대가 평화의 시대가 되길 바랄 뿐이라네.”
이처럼 이명세는 일제의 강권적인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나아가 침략전쟁까지 떠받들면서 조선청년들과 그 부모들에게 일제와 천황을 위해 대동아전쟁에 나가 싸워 죽으라며 참전을 종용한 것이다. 일제가 일본 천황의 하사금으로 기존의 성균관을 경학원으로 바꿨을 때 올곧은 유림들은 일제의 하사금을 거부하고 참여하지 않았지만 1944년 4월 22일 이명세는 일제가 경학원의 사성으로 임명하자 넙죽 받았다.
이인호 교수는 조부 이명세의 친일 행적에 대해 변호했는데, 그 내용이 걸작이다. 수년 전 한창 사회적으로 친일파 비판이 일어나자 자기 조부는 “유학의 세를 늘려가기 위해 일제 통치 체제하에서 타협하면서 사신 것이다”라고 강변하면서 “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다”라고 물타기를 시도한 바 있다. 이는 일반인이 해도 망발이라고 비난 받을 수 있는 발언인데, 특히 마지막 발언은 역사학을 전공한 역사학자가 얘기했다니 역사학자로서의 역사학 지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인호 조부 이명세는 광복 후에도 친일세력이 단죄되지 않고 권력을 잡는데 적지 않은 공을 남겼다는 평가가 있다. 1957년 7월 11일, 이명세는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지도자 중의 1인으로서 일제에 저항했을 뿐만 아니라 이승만 독재정권에도 맞선 心山 김창숙 선생을 축출하라는 이승만의 밀명을 받은 이른바 ‘재단파’와 결탁해 물리력으로 심산 선생을 몰아내고 심산이 세운 성균관유도회와 성균관대를 차지하고 재단법인 성균관 이사장 자리를 꿰차더니 몇몇 하수인들과 모의해 기독교 신자인 이승만을 유도회 총재에 추대하고, 역시 기독교 신자인 이기붕을 최고 고문으로 추대했다.
당시 자유당의 비호를 받던 경찰과 폭력이 동원돼 민족주의적인 정당한 유림인사들이 쫓겨나고 성균관유도회, 성균관재단, 성균관대학교가 점거 당함으로써 엄청난 분규가 일어났던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 마디로 광복 이전에는 친일파로, 광복 이후에는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자신의 조부가 행한 과거 친일행적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자 사실 여부를 묻는 당시 국회의원 하태경 의원에게 이인호 교수는 이렇게 항변한 바 있다. 하태경 의원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명세는 “당시 일제가 요구하는 협력의 글을 쓰실 수밖에 없는 위치에 계셨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의 목표는 서양의 사조에 맞서 유학의 영향력을 증대시키자는 데 있었다고 한다.”
계속해서 이인호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분규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조부가 “독립운동가 김창숙 옹을 총장으로 영입하셨으나 현대 대학의 역할에 대한 감각이 맞지 않아 분규가 발생했던 적도 있다.”
요컨대 이인호 교수는 자기 조부의 친일 행적에 대해 “유학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자 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성균관대 분규와 관련해서는 목숨 걸고 일제에 저항했던 항일독립운동의 민족지도자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로 격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김창숙 선생을 위시한 유림들을 儒學의 발전을 막는 이들로 전락시켜 유림분규의 장본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는 자신의 조부가 펼친 친일행각과 독재권력에 아부한 사실을 감추고자 한 변명에 불과한 소리로 들린다.
조부의 피를 물려받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권력의 단맛을 잘 알고 있는 인간형이 아닌가 싶다. 김대중 정권 때는 어찌 코드를 맞추었는지 여성으로선 최초로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로 기용된 바 있는데,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기에 그가 러시아 대사로 발탁됐는지 매우 궁금하다.
그 뒤 그는 또 이명박, 박근혜 정권시엔 두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한 덕으로 결국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장으로까지 발탁되기도 했다. 도대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잘못한 건 하나도 없고 입맛에 맞도록 찬양만 할 정도로 옳았다는 말인지 두 정권에 대해 비판한 소리는 들은 바가 없다.
이런 자가 자칭 타칭 국가원로로 일컬어지고 있다. 원로란 국익은 안중에 두지 않고, 정권이익만 옹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국가원로라면 적어도 좌우,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서 국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사안을 보고 평가하고 고견을 제시하는 불편부당성, 인품, 양식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소양을 갖춰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는 국가원로이기는커녕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상식마저도 없이 진영논리와 자신의 개인이익만을 보고 나대는 천박한 정치꾼이나 다를 바 없다. 만약 어느 진영이든 그런 자가 있다면 그는 지금 막 피어오르는, 동북아 냉전체제가 해체되는 흐름에 저항하는 수구꼴통 세력중의 무식한 앞잡이에 불과하다.
이인호 교수는 남북평화를 앉히려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화 노력에 대해 “드디어 나라가 망하는구나”라고 탄식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자신의 속내가 아닐까 싶다. 누구의 탄식이든, 이 말은 진영 편에 서서 세계에서 냉전체제가 남아 있는 곳은 동북아 지역뿐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론 어떤지 몰라도 속으로는 이를 저지해보려는 의사가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가 나라가 망하겠다는 지나친 우려를 들먹인 이상, 과연 그가 정말 남북통일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에 밝은 사람이 있듯이 이인호 교수는 출세에 밝아 보이는데, 그가 출세에 밝아 보이는 것은 권력 추구에 수완을 발휘한 조부를 닮아서였을까?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 덕분일까? 이 의문에 대한 여부를 그에게서 듣고 싶다.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 정권을 오가면서 부귀영화를 누린 이여서 그런지 문재인 정권이 좌파가 아닌데도 좌파라고 모자를 씌워 놓고선 남북간에 평화를 가져오려는 노력을 위험시하는 그의 주장이 내게는 퍽이나 가증스럽게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사이비 좌파, 엉터리 진보이지만 김정은과의 대화시도는 남북간의 전쟁발생을 막고자하는 노력으로 봐줄만 하다.
나이가 든다고 모두가 다 추하게 늙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우리나라엔 왜 이런 함량미달의 인물이 국가원로랍시고 대우 받고 존숭되고 있을까? 더군다나 걸핏하면 국민정서와 시대에 역행하는 언행을 보이는지 속을 알 수가 없다. 이 사실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가도 갑자기 확 틀어지게 된다.
2018. 5. 10. 08: 45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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