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하야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 대다수의 열망이다. 개인으로서의 民이 아니라 절대 다수로서의 民은 天이다. 개인은 어리석을 수 있지만, 집합은 현명하다. 天은 時空을 품는 역사의 定言명령이다. 그래서 하야 혹은 탄핵은 역사의 필연이자 정의의 실현이다. 따라서 이 도도한 역사의 흐름은 막히지 않고 一到滄海할 것이다. 다만 하야 후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비용의 과대 지불 없이 순조롭게 풀리기를 바라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 궐위기간 중 안보와 외교, 내치 등 국정유지와 대통령보궐선거를 관리할 과도기 권력기관의 구성문제에서부터 짧은 대선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선 후 환골탈태의 전면적 국가쇄신 내용과 방법론 등등에 이르기까지...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기회되면 거론하기로 하고, 오늘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하야 정국과 함께 범법자(국사범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들의 사법처리문제다.
쟁점이 무엇인가? 저지른 범죄들의 범위와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와 그 방향과 양형이다.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의 공정성여부가 그의 나머지 여죄는 물론, 여타 공범자들을 제대로 치죄시킬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대통령 본인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대기업에 요청을 해서 선의의 돈을 받아서 재단을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 최순실이라는 최측근과 청와대 참모들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고 죄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검찰도 이 가이드라인을 수용하는 태세다.
그런데 이걸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박은 처음엔 최순실을 알지 못한다고 잡아 뗐다. 그러다가 나중에 거짓말로 들통 난 뒤 최순실과 관련된 의혹도 태블릿 증거 없을때는 뻔뻔하게 티비에서 유언비어 퍼뜨리면 강력히 대응한다고 해놓고 증거가 나오니까 대국민 사과로 죄송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양파 같은 "까도녀"라는 말이 떠오른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주 거짓말을 하면 신용을 잃어버리는데 하물며 일국의 최고 지도자라는 자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숨쉬듯이 하다니! 죄질이 좋지 않아요~ 또 앞으로 무슨 거짓말을 할지 의심부터 들게 만든 것도 문제다.
하긴 거짓말은 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정치인들, 국무총리, 장차관 등의 고위 관료, 재벌기업 임원들 중, 자신의 이익과 결부된 일이라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이가 거의 없으니말이다. 정말이지 앞으로 사법수사과정, 청문회, 선거 등 주요 공적 사안에서 거짓말하다가 들통 날 때는 확정되는 형량에 위증죄로 2~3배로 가중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검찰은 대통령과 비리로 얼룩진 측근 그룹이 다르다는 선긋기 작업에 나선 거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청와대가 만든 이러한 논리를 검찰이 못 뒤집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한민국 검찰이 어떤 조직인가? 갠지스강변의 모래에 숨어 있는 티끌도 찾아내는 "보물찾기"의 달인들이자 사람의 마음까지 예단하는 심령사 수준이 아닌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독일경찰이 최순실 가족의 자금세탁 관련 자료를 제공하겠다는데도 가타부타 눈치만 보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의중이 어디에 꼽혀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그 논리를 뒤집지 못하는 게 아니라 뒤집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다.
뒤집을 수 없다고? 대학교 근처만 갔다 와도 누구나 뒤집을 수 있는 허접한 논리를 가지고 고차방정식을 푸는 마냥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오명을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정법적 논거를 가지고 반박을 하는 자체가 시간낭비로 보이니 대략 과거 사실을 예로 드는 것으로 간접 反證하는 것으로 족하다. 언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신흥종교와 이단문제 전문가로 활동하다 테러를 당해 숨진 故 탁명환(1937~94) 국제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의 기록에 의하면, 지금 최순실의 국정 농단 수법은 ‘아버지의 노하우’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최태민이 창설한 ‘구국선교단’과 ‘구국십자군’에 해당한다. 전자는 한류를 통한 애국, 후자는 멸공을 통한 구국을 내세웠다. 실은 둘 다 국정 농단과 재산 축재를 위한 핵심 창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권력으로 재벌급 기업인들을 압박해 돈을 뜯어내는 방식도 흡사했다. 한마디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탁소장은 생전의 기록에서 ‘최태민의 재산’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최태민이 재벌급 기업인들에게 받은 돈으로 아현동 고개에 있던 서울신학대학 건물을 매입했다. 그 건물은 당시 너무나 덩치가 크고 비싼 값이라 12년간이나 감히 누구 한 사람 살 엄두도 못 내는 것이었다”며 “최태민이 나와서 9억원에 매입했다. 지금(글을 쓴 1988년)으로 따지면 90억원이 훨씬 웃도는 돈이다. 게다가 수리비 등 3억원을 더해서 12억원쯤 들었다. (88년 기준으로) 120억원짜리 건물인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당시 최태민이 숨겨둔 재산의 덩치가 컸고, 그게 최순실 일가 재산 축적의 종잣돈으로 쓰였다는 얘기다. 탁 소장은 “당시 야인 생활을 하던 김종필씨도 최태민의 그러한 행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를 했고, 바로잡아보려 했으나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때마다 큰영애(박근혜 대통령)가 ‘방패막이’를 자처했기 때문이라고도 전했다.
"방패막이!" 이 단어를 지금의 사태로 이동시켜 보면 이것이 상징하는 게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위 사실 하나만으로 쟁점의 본질이 뭔지 너끈하게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2016. 11. 30. 08:09
仰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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