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유년 정초 술의 주량고사와 시한별 절주

雲靜, 仰天 2017. 2. 6. 14:24

정유년 정초 술의 주량고사와 시한별 절주

 

 

설날입니다. 조상님 잘 모시고 계시겠지요? 명절에 가족, 일가친지, 반가운 친구들과 만나는데 빠질 수 없는 게 술일테죠? 이 술이란 게 잘 마시면 복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독이 되는 것입니다.

 

雲靜은 평생 고래가 바닷물을 마시듯이 술을 퍼마시다가 지난 연말 12월 27일 친구들과 통음 후 다음날 새벽에 눈이 뜨자 잠자리에서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내 인생 이렇게 끝나는가? 아, 절주가 필요하구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로 금주를 선언하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해외여행 중에는 객수를 달래거나 현지의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잦는 것을 감안해 적당히 마시는 경우는 예외로 했습니다. 한 1년 정도 제대로 지킨 뒤에 양을 줄여 적당히 마실 생각입니다. 명절 아침에 조상님 모시면서 술에 관한 고사가 생각나서 소개해드립니다.

 

초면의 술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면 “주량이 어떻게 됩니까?”일겁니다. 대부분은 “소주 몇 병입니다”라는 식으로 답하죠. 그런데 이 보다는 “그때그때 달라요” 고 하는 게 더 현명한 답이겠죠. 史記에 이 말의 옳음을 실증해주는 고사가 나와 있습니다. 史記에는 술에 관한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만, 술 주량에 대해 주고받는 얘기가 있는데, 바로 골계열전 중에 나오는 “極生難, 樂極生悲”라는 말입니다. 고대 제나라의 순우곤(淳于髡 B.C. 385~BC 305)이라는 이가 주인공입니다. 고사는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미천한 가문에서 태어난 순우곤은 제나라 위왕의 포악하고 좋지 않은 연회습관을 고쳐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함에 따라 그를 보좌하여 제나라를 열국들 중에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위나라 왕이 술자리를 마련하고 순우곤에게 “선생은 얼마나 술을 마셔야만 취할 수 있소?”라고 묻습니다. 순우곤은 일견 모순된 듯이 답을 합니다. “신은 한 말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 다시 왕이 “선생이 한 말을 마시고 취한다면서 어찌 한 섬을 마실 수 있단 말이요?”라고 물었습니다. 순우곤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대왕께서 술을 내려주신다면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있고, 어사가 뒤에 있어서 곤이 두려워 엎드려서 마시게 되니 한 말을 넘지 않아도 곧 취하게 됩니다.”

 

“만약 부모님에게 귀한 손님이 계셔서 곤이 옷깃을 바르게 하고 꿇어앉아 앞에서 모시고 술을 대접하는 중 술을 받잡고, 올리면서 마시면 두 말을 못 마시고 곧 취하게 됩니다.”

 

“만약 사귀던 벗과 오랜만에 만나 즐거워서 지난날의 일들을 말하고 감회를 토로하면서 마시면, 대여섯 말을 마실 수가 있습니다.”

 

“만약 모임에 남녀가 섞여 앉아 서로 상대방에게 술을 돌리고, 남녀가 손을 잡아도 벌이 없고, 바라보아도 금함이 없으며, 귀고리가 떨어지고 비녀가 어지러히 흩어지는 경우라면 곤은 이런 것을 좋아하여 여덟 말 쯤 마실 수 있습니다.”(이 자는 음주가무를 좋아한 모양입니다.)

 

“또 날이 저물어 술자리가 파하게 되고, 주인이 곤에게 은밀히 머물게 하고 다른 손님을 보내고, 엷은 비단 속옷의 옷깃이 열리며 은은한 향기를 풍기면 곤의 마음이 제일 기뻐지며, 한 섬은 거뜬히 마실 수 있습니다.”(주색을 어지간히 즐긴 모양이군요!)

 

즉 위에서 소개한 “주극생난, 낙극생비”의 의미인데 “술이 극에 이르면 어지럽고, 즐거움이 극에 이르면 슬퍼진다”고 하는 뜻입니다. 이는 비단 술에 국한된 건 아니겠죠? 매사가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철을 넘기는 게 없듯이 말입니다. 또 듣기 좋은 꽃노래(금과옥조의 가르침도 동일)도 지나치면 화가 되듯이 事物이란 극에 이르면 반드시 쇠하고 자신이 그에 끄둘려 포박되고 말겠죠.

 

순우곤의 답을 들은 위나라 왕은 “좋은 말씀이외다”라고 하고 그날부로 밤새워 술 마시는 버릇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돌이켜 보면 술이 과해졌고 자리가 어지럽다 싶으면, 더 이상 귀한 자리가 아니어서 그만 마시는 게 좋을텐데도 통음을 한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술을 드시더라도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는 게 중요합디다. 이에 관해 수 년 전에 기고한 졸문 하나 곁들어 보내드리니 참고해보시길 권합니다.

 

http://kookbang.dema.mil.kr/kookbangWeb/view.do?ntt_writ_date=20120412&parent_no=2&bbs_id=BBSMSTR_000000000245

 

제사 지낸 뒤의 음복에 기분이 좋아 계속 ‘고!’하시지 마시고, 적당히 즐기시면서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2017. 1. 28 음력 설날 아침에

포항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