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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일본의 과거사를 되돌아 봐야 할 이유

雲靜, 仰天 2014. 4. 14. 09:43

아베 총리가 일본의 과거사를 되돌아 봐야 할 이유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한 게 뭐가 있을까? 아베 신조 총리를 위시한 일본의 극우정치인들이 저토록 방약무인하게 이웃 국가의 화를 돋우는 요즘 새삼 떠오르는 의문이다. 잘라 말해 일본이 한 건 거의 없다. 역사발전에 공헌하기는커녕 해만 잔뜩 끼쳤다. 과가 공을 압도한다. 굳이 공을 꼽으라면 서양문물의 수입과 근대화의 동아시아 전이, 즉 번역자와 중개자 역할 정도다.

 

반면 일본이 받은 수혜는 천문학적이다. 한자와 불교를 수입해 문자생활이 가능하게 됐으며, 정신적 고등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유교는 일본정신을 발현시킬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 또 농경에서 건축, 도자기술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각종 선진적인 대륙문물은 역사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은혜를 침략으로 갚았다. 그들이 자행한 반역사적 행위를 대충만 꼽아보자. 7세기 백제공격, 고려말 왜구침략, 임진왜란, 정유재란, 19세기 조선의 강제 문호개방, 청일전쟁, 대만병합, 댜오위다오 침탈, 20세기 초의 러일전쟁, 독도의 불법 자국영토 등기, 대한제국 강제병합, 1920년대 중국침략, 30년대 만주사변, 중일전쟁, 40년대 태평양전쟁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무수한 침략전쟁에서 방화, 노략질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으며, 얼마나 많은 아녀자들이 겁탈을 당했을까?

 

조선을 강압적으로 개항하게 만든 뒤 한반도로 들여온 건 서양 근대문물 만이 아니다. 일본인 창기와 집창촌도 들어왔다. 그 전까지 조선에는 직업적 매춘부가 없었다. 대미 전쟁에 동원한 강제징용자, 여성 강제 성피해자들도 한 둘이 아니다. 일본은 동아시아 역사공동체에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원인 제공자다.

  

결국 일본은 원자폭탄 두 방에 두 손 들고 말았지만 반성은 시늉만 했다. 그 후로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시 군수물자를 팔아 고도성장의 토대를 구축했다. 남경대학살, 강제징용, 여성 군대성노예 강제징발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사과와 보상은 하지 않고 침략과 만행의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한다.

 

 

근대이래 일본이 자행한 대외 침략의 말로는 '천황'이 연합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에게 굴욕적으로 항복한 것이다. 그것도 천황이 기거하는 皇居가 아니라 맥아더의 사무실로 불려가서 신의 존재에서 인간으로 끌어당겨졌다.

 

한 술 더 떠 평화헌법을 개악하려고 하며, 무기 수출을 위해 관련법까지 개정했다.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해놓고도 몇 번씩이나 말을 뒤집고 말장난 한다. 독도에 대해서도 한국이 강제로 점령하고 있다고 초등학생들에게까지 교육시키기로 했다. 자국민을 역사의 까막눈으로 만들어 세계로부터 고립되게 만들려고 한다.

 

왜 이러는 걸까? 일본이 역사발전을 위해 한 것은 없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렇듯 과거사를 왜곡하고,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일삼으며, 일본국민들을 속여서 득이 될 게 뭔가? 일본의 부흥? 뒤쳐진 자존심 회복? 중국에게 동아시아의 패권을 내주기가 싫어서? 아니면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의 진실을 감추고 이 사고로 황폐화 되어가는 일본국토와 일본국민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외부로 돌리려 하는 건가? 그래봐야 기껏 극우세력의 자존심 세워주면서 정권 유지하는 거 밖에 없다.

  

정치인에게는 자신의 권력과 기득권 유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란 개인적 이익 외에 공공 영역이 있다. 양심과 도량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과거에 선조들이 이웃국가에게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진중한 자세로 정치를 해야 한다. 대일본제국에 대한 굴절된 자존심을 되살리려고 발버둥치는 극우세력들을 진정시켜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게 역사의식 있는 정치지도자의 역할이다.

 

현재의 행보라면 일본은 세계를 리더 할 자격이 없다. 세계시민적 보편가치를 실천하지 않고 정파적 이해에 매몰돼 있는 이상 일본은 세계의 존경을 받기는커녕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들에게 돌아갈 것은 비난과 성토, 끊임없이 되풀이 제기될 양심회복, 과거사 인정 및 반성 촉구 외에 무엇이 더 있겠는가? 역사발전의 순류는 국가주의, 국수주의를 지양하고 평화, 자유, 인권, 행복, 환경보호 등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 가치를 발전, 확산시키는 쪽이다.

  

일본은 동아시아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려고 용을 쓰지 않아도 좋다. 그냥 전후 체제로 조용히 있어 주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후체제 탈피와 강한 일본 만들기를 목표로 내건 이상 아베 정권은 자신이 짜놓은 구상대로 갈 게 분명하다. 전후체제 탈피란 평화헌법을 개헌해 마음껏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자는 거다. 평화헌법 개악은 동아시아 역내의 군비경쟁 유발과 일본의 군국주의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면 굳이 전후체제를 청산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들에게 역사실상까지 감추고 왜곡할 필요도 없다. 독일이 나치의 과거사를 반성하고서도 경제발전을 이루고 독일통일까지 이뤄 강한 독일을 만든 사실을 상기하면 좋겠다. 아베 총리에게 진득하게 명상해보기를 바란다. 스스로 선조의 과거사를 겸허하게 되짚어 보라는 뜻에서다. 또한 독일이 걸어온 길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살펴보길 간곡히 권한다.

 

위 글은 2014년 4월 13일자『경상매일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