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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고리를 끊지 않으면 참사는 계속 된다

雲靜, 仰天 2014. 4. 25. 09:16

부패 고리를 끊지 않으면 참사는 계속 된다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분노가 치밀어 오르시죠?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초동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면 자신 보다 3분의 1도 살지 못한 많은 어린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을테니깐요. 전원 구속된 선원 15명은 사주 측이 경비절감 한답시고 고용한 함량미달의 비정규직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뺑소니 차원을 넘어 깊숙한 곳에 칡넝쿨처럼 얽혀 있던 원인들이 일거에 분출된 예고된 인재입니다. 지금까지의 경찰수사가 말해주듯이 언젠가는 분명 사고가 날 거라는 걸 알고서도 정부 감독기관이 20년간 항로를 독점하도록 해운 선박회사의 갖가지 탈법과 부정을 눈감아 줬으니까요. 우리사회에 고질화 돼있는 황금만능 의식과 게걸스런 부자들의 “갑질”이 결합돼 곪아 터진 것입니다.

 

갑질의 횡포가 어떤지는 살아오면서 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조금씩은 겪어봤을 겁니다. 선박회사는 갑이자 을입니다. 직원과 선원들에게는 비정한 갑이지만, 검은 돈으로 결탁된 감독기관에게는 몸을 납작 숙이는 비굴한 을이 되는 거지요. 전자는 착취와 피착취의 갈등 관계이고, 후자는 공생하는 유착관계입니다. 양자는 공히 대한민국을 이루는 한 몸이지만 최종 피해는 늘 서민만 떠안게 됩니다. 이번 사건은 영혼이 썩은 부패의 밧줄이 사지를 옭아매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있음을 알리는 표증입니다. 가히 중증 수준입니다.

  

부패는 개인에 그치지 않고 정권을 썩게 만들어 종국엔 나라와 민족 전체를 거덜 냅니다. 세계제국 로마가 망한 건 가진 자들의 향락성 부패 때문이었습니다. 부패는 중국역사상 최대 판도를 건설했던 대청제국도 내리막길로 가게 만들었습니다.

 

청에 이어 건국된 중화민국의 蔣介石 총통은 중국을 침략한 외부 적보다 내부 부패를 더 우려했습니다. 결국 우려대로 부패 때문에 저 큰 중국대륙이 공산화 됐습니다. 세계 최강 미군 60만 이상의 병력과 첨단 무기 장비를 쏟아 붓고도 공산세력을 막지 못한 남베트남도 관료들의 부패 때문에 망했습니다. 부패를 감시 제어하지 못한 남베트남 국민들의 무기력함도 한몫 했지요.

  

우리의 부정과 부패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마디로 시쳇말로 “개판”입니다. 국가권력이 힘을 쓰지 못하니까요. 감시 감독해야 할 정부의 주무 기관이 오히려 선박회사의 뒤를 봐주고 그들과 한 통속이 돼 이익을 나눠먹고 있으니 동업자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입겁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둔 꼴이지요. 우리 사회 최대 갈등이라고 일컬어지는 남남갈등 보다 더 심각한 게 계층간 갈등입니다. 모든 걸 독식하는 기득권층의 독점적 횡포, 비정한 착취에서 비롯된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적 궁핍, 깊은 불신, 치유 어려운 상처, 사회적 고독, 심리적 자포자기는 가히 위험 수위입니다.

 

평균 40분에 한 사람 꼴로 죽음을 택하는 자살이 왜 끊이지 않고, 인재에서 비롯된 대형 참사가 왜 빈발합니까? 외양 번듯한 백화점이 통째로 내려앉고, 한강 다리가 교각 채 내려앉으며,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잘 가던 비행기가 곤두박질치고, 씽씽 달리던 열차가 뒤집어진 일이 한 두 번이었습니까?

  

이번 사고로 여실히 증명됐지만 슈퍼 기득권자인 부도덕한 재벌기업과 이와 공생하는 권력과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이번 참사는 우리에게 그 점을 강력하게 경고한 사건입니다. 그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한 한국사회엔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문제의 선박회사 사주를 단죄하고, 선장을 엄벌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어느 특정 정권의 잘잘못을 따질 일도 아닙니다. 길게 잡으면 참사는 건국 이래 쌓지 못한 합리성과 공사 구분, 짧게는 규제와 특혜를 무기로 자기 입맛대로 권력과 권한을 사유화 해온 역대 정치지도자들이 남긴 누적된 부패와 무능이 가져다 준 필연적인 사고입니다. 원인을 근원적이고 구조적으로 찾아내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할 사회시스템의 총체적인 재구축과 가치관의 혁신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대형 인재는 지속될 것입니다. 문제의 근원인 국가 차원의 부패를 뿌리 뽑지 못하는 처벌은 단지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 눈앞의 환부만 도려내는 국부치료에 불과합니다.

  

정권차원을 넘어 민족최대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더 썩어 문드러지기 전에 정신과 사회를 전면 개조하고 구태의 권력 작동방식을 용납하지 않으며, 권력과 자본의 유착을 감시하는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스스로 깨어나 두 눈 부릅뜬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위 글은 2014년 4월 25일자『경북매일신문』에 실린 칼럼의 원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