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하면서 살자!
미국 대선은 확실히 매 선거 때마다 세계적인 이슈가 된다.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세계 정세가 현상유지되거나 달라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뒤집어지거나 요동을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 안보, 통상 등 국가의 안위와 국익에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미국 대선에 관심을 가지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한국 사회의 일각에는 이상한 현상이 자주 눈에 띈다. 즉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은 반드시 트럼프가 돼야 된다는 식으로 해리스를 지지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고 질타 내지는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트럼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열을 올리면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비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가 생각할 게 있다. 각자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든 그것은 개인의 정치적 성향임과 동시에 자신의 자유라는 점이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열심히 성원해서 지지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개인적으론 반가운 일이지만 전체적으론 자기의 노력과 미국의 대선판도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교민들 중 유권자들은 다르다.
그런데 한국인 중 자신이 마치 미국 대선의 유권자인 식으로 반드시 누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언행을 보인다. 자신이 지극히 염원하거나 기도를 한다 해도 그것은 미국 대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는 일이다. 물론 두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은 5대 5이니까 산술적으론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선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지 누가 되면 좋겠다 정도로 의사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이상으로 지지후보가 다른 이를 비판해서 서로 얼굴 붉힐 것까지는 없다. 서로 다른 후보자를 지지함으로써 한국 사람들끼리, 또 미국 교포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편이 갈라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상대 의사를 존중해주면 그만이다. 혹자는 반드시 트럼프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히면, 또 다른 혹자는 트럼프가 되면 세계가 엉망이 되고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도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니 해리스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말들은 각각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는데 단순 산술적으로는 반만 맞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어느 후보가 되든 완벽한, 즉 우리를 100%만족시켜주는 대한반도 정책을 펼쳐줄 후보는 없다는 소리다. 늘 그래왔듯이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고 한국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아시아정책에서 독립 변수가 아니라 종속 변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현재 세계와 동아시아 정세는 미국으로선 한국의 입장 및 요인만 생각할 게 아니라 러우전쟁, 중동전쟁, 미중관계, EU, 중국-북한-러시아, 일본, 대만 등 고려 요소가 너무나 다층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정세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정세도 전환기적인 시점에 와있다. 즉 늦어도 차기 대통령의 임기 안에 즉, 4~5년 안으로 김정은이 유고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에서 그럴 경우를 내다본 중국이 개입을 하고자 하는 플랜을 가동하고 있고, 일본도 북한에 들어가고자 하는 중차대한 현 상황을 고려해서, 특히 김한솔을 활용하든 어떤 식으로든 북한 유사시에 필히 개입할 미국까지 고려해서 전략적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트럼프든 카멀라든 두 후보자가 당선될 것에 대해서 동시에 준비를 하면 된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독립 변수의 공간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외교적 지혜를 발휘하는데 초당적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포함해서 정부 차원에서 유력한 두 후보자 모두의 세계전략, 동북아 정책, 한반도정책에 대해서 면밀하게 준비를 하면 될 일이다.
단톡방이든 어디서든, 만약 미국 대선에 관해 자기 주장을 표시하고 한다면 누가 돼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각 후보자가 될 경우 세계정세와 우리에게 미칠 영향 그리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나 국제 정세와 관련된 자기 주장의 이유 등등을 포함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것인지 대응의 방안과 수단 및 이해득실에 관해서 논의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역대 미국 대선은 늘 변수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결은 더욱더 그렇게 보인다. 이 문제에서까지 우리끼리 쓸데 없이 소모적인 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다.
2024. 10. 30. 10:42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https://suhbeing.tistory.com/m/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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