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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대기업의 경영환경과 ‘경제민주화’

雲靜, 仰天 2012. 8. 13. 06:33

재벌 대기업의 경영환경과 ‘경제민주화’

 

서상문(한민족미래재단 이사)

  

재벌 기업의 경영환경 이대로 좋은가? 여야의 대선 유불리를 떠나 진정 경제정의와 소득 양극화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사심 없이 고뇌해야 할 문제다. 작년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의 매출액은 60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었다. 올해 100대 민간 기업의 자산총액은 정부 총자산의 95%에 육박했다. 재벌기업이 국가권력의 법치 통제권에서 멀어진 상태임을 상징한다.

 

정치권력이 자본에 예속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권 때부터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은 자본에 넘어갔다고 탄식한 것은 절제 없는 거대 재벌의 횡포를 두고 한 말이다.

 

 

한국의 주요 재벌 기업의 총수들

  

우리사회에서 재벌기업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열차처럼 기형적인 문어발 성장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은 재벌오너들이 기업을 운영하기에 유리한 외부 비호세력과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크게 3가지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다. 도덕성을 상실한 재벌기업의 이윤 확대 욕구를 적절하게 조정, 감시역할을 해야 할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게 첫째다. 둘째는 정부가 재벌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온 것이다. 재벌기업의 불법, 탈법, 불공정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면벌이 셋째다.

 

애초부터 확대지향적 자기증식 속성과 이윤의 무한추구 욕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게 자본과 자본가의 관계이기에 기업가의 무한 이윤추구 욕구는 문제 삼을 게 아니다. 이를 탓한다면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문제는 대기업의 저인망식 확장과 오만한 부가 정상적이고 공정한 방법에 따른 이윤창출과 부의 축척 결과가 아니라 상당 부분 비정상적인 기업환경에서 형성된 것이란 데에 있다.

  

통령을 비롯해 정몽준, 이한구 등 재벌기업 출신 정치인들은 법인세 감면, 출자총액제한 폐지, 금융회사를 소유한 재벌기업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 폐지 등의 친재벌적 정책을 입안하는가 하면 재벌기업의 입장에 선 언행을 보인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정책을 독려하거나 보호하는 게 재벌의 보호막 구실을 한다.

 

대통령과 집권당에서 정책 방향을 그렇게 잡으면 하부의 행정부는 이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덩치 큰 대기업 편에만 서있어 공정거래법은 있으나마나다.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고환율정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받아왔지만 이로 인한 유휴 자금을 투자한 게 거의 없다. 따라서 낙수효과는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이 사실로 판명됐음에도 정부는 한동안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오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법부의 면벌이다.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들은 1990년 이후 횡령 및 배임, 비자금조성, 부당내부거래, 분식회계, 외환관리법위반, 폭력행위, 횡령 등의 범죄로 총 2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한 사람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이처럼 법을 위반한 재벌기업에게 사법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경제정의는 살아날 수가 없고, 관련 법과 제도는 장식에 불과하다.

 

최근의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경제주주화’로 고쳐야 할 용어상의 미흡함이 있긴 하지만 여야, 경제학자들간에 무엇을 하자는 건지 방향적 공감대는 형성돼있다. 재벌의 탈법, 위법적 독과점 횡포를 막자는 거다. 이 취지를 모른다면 정치인, 학자라기엔 너무 아둔하지 않는가? 또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 “재벌을 해체하자는 건가”라는 식의 반발도 본질을 흐리는 의도적 말장난이다.

 

위 글은 2012년 8월 10일자『경북일보』 아침시론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