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엔 억지로 대응하자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1419년 세종 원년 6월 조선조정은 왜구의 근거지를 소탕할 목적으로 이종무가 거느린 1만7000명의 군사로 대마도를 정벌했다. 대마도주를 비롯한 관리와 주민은 모두 조선의 정벌을 천토(天討)로, 조선의 군사를 천병(天兵)이라고 칭했다. 정벌을 달게 받겠다는 표현이었다.
이듬해 대마도의 고위 관리가 사신으로 조선조정을 찾아와 "대마도를 경상도의 속주로 하고 대마도 영주가 조선의 관직을 받기를 원한다"고 아뢰었다. 대마도를 통치해줄 것을 자청한 것이다. 이에 세종은 대마도를 경상도에 속하게 했다.(세종실록 1419년 세종 원년 7월 17일조). 또 "대마도는 본래 조선의 말을 기르는 땅"이라는 기록도 있다.(같은 책 1444년 세종 26년 4월 30일조)
임진왜란 후 대마도에 들른 조선통신사들은 하나같이 이 섬을 조선의 '속국', '번신(藩臣)', '울타리'라 칭했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대마도 영주나 관리는 없었다. 심지어 "조부 때부터 대대로 조선의 후한 은혜를 입었으니, 나는 실로 조선사람입니다"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토쿠가와 막부는 대마도의 영유권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모른 적도 있었다.
반면 우리 조상들은 대마도가 경상도에 예속된 속방, 즉 조선의 땅이라는 의식을 계속 지니고 살았다. 한 마디로 오늘날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보다 대마도가 우리 땅이었음을 말해주는 역사적 증거가 더 많다.
이 사실들을 근거로 대마도를 한국영토라고 하면 일본인의 반응은 어떨까? 일본국민 대다수가 "무슨 소리냐? 대마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고 발끈하면서 한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독도에 대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억지를 부려왔다. 지난 달 31일에도 2012년판 방위백서의 발표를 통해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억지주장을 되풀이했다. 독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서 장차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나 독도에 대한 실력행사를 취할 경우를 대비한 명분축척용이다. 곧 8.15광복절이 되면 올해도 일본정부와 극우파는 필시 역사왜곡 망언은 물론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반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벌이는 연중행사에 열 받아선 안 된다. 온 국민이 흥분해 8월 뙤약볕에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격한 반일시위를 벌이느라 에너지를 허비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우리의 냄비뚜껑 같은 흥분을 즐긴다. 실속없이 국력을 낭비하고 우리정부처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면서도 외교적 항의에 그치고 말 게 아니다. 외교적 대응과 별개로 독도의 유인도화, 어업전진기지화와 같은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도 대마도에 대해 우리영토임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대마도 영유권주장에 대해 "우리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까지 잃게 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면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독도영유권 억지가 상당히 먹혀든 점에 대해선 뭐라고 할 것인가?
중국이나 우리가 대국인척, 신사인 척하다가 '왜놈'에게 당한 게 어디 한 둘인가? 억지 쓰는 자는 그것이 얼마만큼 당사자를 어이없고 분노하게 만드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자에겐 같은 경우를 당하게 해 자신의 행위가 타국의 주권을 넘보는 범죄행위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일본정부와 극우파가 그런 부류다.
위 글은 2012년 8월 3일자『경북일보』아침시론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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