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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1세기의 '지팡구'가 되려면

雲靜, 仰天 2012. 7. 20. 01:29

일본이 21세기의 ‘지팡구’가 되려면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13세기 이탈리아인 마르코폴로는『동방견문록』에서 일본을 ‘지팡구’(Jipangu)로 소개했다. 그가 일본은 “막대한 금을 생산하고, 궁전이나 민가는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재보가 넘쳐난다”고 기록한 덕에 지팡구는 한 때 서구인들에게 미지의 동경지로 인식된 바 있다. 지난 13일 일본의 후루카와 모토히사(古川元久) 국가전략상이 일본에 살고 싶고, 일본을 찾고 싶게 하는 “21세기의 ‘지팡구’로서 세계로부터 동경받는 일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르코 폴로가 여행한 경로. 초록색 길은 그가 고향을 떠나 장도에 오른 길이고, 파란 색 길은 귀향한 길이다. 이 지도에서 나타나 있듯이 마르코 폴로는 일본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외의 아시아 지역이나 중국에서 자주 일본에 대해서 들었는데, 가보지 못해서 그런지 그가 남긴 기행문에는 일본을 황금이 나는 곳으로 미화된 이야기를 그대로 적었다.

  

후루카와의 바람대로 일본이 세계인이 찾는 지팡구가 되려면 먼저 일본을 안전한 나라로 만듦과 동시에 주변국과 세계인이 믿을 수 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 잦은 지진과 작년 3월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증한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2030년 국가에너지 기본정책’을 세우면서 원전재가동 방침을 밝혔다.

 

이에 반발해 올해 3월부터 매주 ‘원전 제로’를 요구하는 일본인들의 대정부 항의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주 도쿄에선 17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반정부시위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1960년 미일안보조약체결 반대시위를 능가했다. 이 사실은 일본정부가 핵에 대한 일본인의 알르레기적 불안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지진과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와 원전사용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둬야할 것이다.

  

긍정적 국가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안전 외에 신뢰성도 큰 몫을 한다. 자연재해 예방 능력뿐만 아니라 전쟁포기와 핵보유를 금지한 ‘현행 안보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세계인에게 일본이 전쟁과 핵위험이 없는 나라임을 보여주는 게 극히 중요하다. 만약 전후체제의 법리적 토대인 ‘평화헌법’이 개악되면 전수방어 원칙을 걷어차고 대외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후루카와 국가전략상은 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이 평화헌법의 근간인 제9조를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이) 국가라면 집단적 자위권을 당연히 가진다”며 “시대상황에 맞는 헌법으로의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일본정부에서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정부의 해석을 바꿀 생각도 없다”고 언명했다. 헌법개정을 논의할 생각이라면서 자위권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순된 말을 한 입으로 한 셈이다.

 

지금까지 일본정부와 정치인들이 보여준 ‘입 따로 몸 따로’ 언행을 수없이 접한 우리로선 이 말을 믿을 수 없다. 일본공산당을 제외한 여야가 모두 경쟁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의도를 드러낸 지 오래다. 이번에도 일본정부는 일본인 특유의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て前)’, 즉 겉 다르고 속 다른 말장난을 한 것이다.

  

일본 극우정치인들이 헌법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팽창이다. 북한의 위협에는 미일안보동맹으로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중국과는 지역 패권다툼을 벌이기보다 대화를 통해 평화유지와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당장 헌법개정 시도를 접어야 한다. 또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억지주장과 역사왜곡을 그만두고 일본군성노예의 실재 인정은 물론 이들에 대해 즉각 배상해야 한다. 이웃나라에게도 역사, 영토문제 해결과 평화지속 의지를 명쾌히 보여주지 못하는데 일본이 어찌 세계의 리더가 되고 세계인이 찾는 국가가 되겠단 말인가?

 

위 글은 2012년 7월 20일자『경북일보』아침시론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