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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세계 최고의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雲靜, 仰天 2012. 6. 22. 05:37

자살률 세계 최고의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자살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의 고교생 투신자살이 엊그제였는데 또 한 사람의 연예인이 세상을 하직했다. 쌍용자동차 파업자의 자살은 22명 째다. 이렇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매년 1만 명 이상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1.2명으로 세계 2위다.(2009년, 세계보건기구 발표). OECD국가 중엔 단연 1위다.
  
왜 한국사회는 자살이 잦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인의 자살원인은 성별, 세대별로 다르지만, 10대에서 60대 이상 세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학교폭력과 왕따, 입시경쟁에 따른 학업 과부하와 불안, 미취업, 실직과 누적된 빚, 가정파탄, 노후불안정, 질병과 고독 등이 겹치고 있다. 원인을 압축하면 이 현상들의 이면에는 극심한 경쟁이 도사리고 있다.
 

자살을 개인의 결정으로 봐온 기존의 인식을 개선시켜야 한다. 자살은 사회적 원인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질병의 하나로 보고 국가와 사회가 모두 문제해결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한국인은 대부분 성공기준을 오로지 높은 지위와 부에 두고,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과도하게 투자하면서 살아간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명문대학 진학, 좋은 직장과 부를 담보해주기 위해 혹독하게 ‘사육’한다. 서울 강남의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들 중에는 벌써 자신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부모님의 지위는 물론, 좋은 집과 고급 승용차를 사용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고 되려 자살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4월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156개국 중 56위였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69.3으로 OECD 23개 국가 중 꼴찌다. 실제로 한국인 중 3분의 1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행복하다고 하더라도 주위에 부모형제, 친지, 동료들이 경쟁, 생활고와 고독 등으로 고통 받고 죽어나가는 상황을 목도하는 이상 진정한 행복은 아니다. 대다수 아이들이 최소한도의 의식주가 충족되지 않고, 학교생활도 즐거워하지 않는데 내 아이만 잘 먹이고, 공부 많이 시킨다고 행복하지 않듯이! 고대사회 노예나 하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죽어라고 고생하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혼자 편안한 삶을 즐기는 왕과 귀족들이 과연 행복했을까?
  
한국인들은 한 마디로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살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자살은 대부분『자살론』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껭(Émile Durkheim)이 유형화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에 해당된다. 전자는 개인이 사회에 덜 통합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고, 후자는 개인의 사회적 기대와 그 실현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다. 특히 아노미적 자살은 일상 속 공동체가 무너질 때 일어나는데, 삶을 지탱할 힘을 상실하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최후로 행하는 것이다. 즉 자살은 희망이 없는 자가 택하는 유일한 현실 탈출구로서 사회적 타살인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선 자살을 단지 자살자 개인의 심리적 문제나 나약한 의지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살은 뒤르켕이 규명한 대로 개인문제를 넘어 비교를 강요하는 경쟁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구조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다. 우리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사회에서 타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출세할 수 없고, 경쟁력을 강화시키지 못하는 비정한 윤리가 횡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혹독한 경쟁으로 인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34분마다 한 사람 꼴로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가정과 국가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가는 왜 필요할까?
 
위 글은『경북일보』, 2012년 6월 22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