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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과 수사학 ‘열공’이 필요한 사람들

雲靜, 仰天 2012. 7. 13. 00:25

논리학과 수사학 ‘열공’이 필요한 사람들

 

서상문(세계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1 그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민주화 주장이 지나치면 우물안 개구리신세가 될 수 있고”, 경제를 “북한식으로 우물안 개구리처럼 할 순 없다”고 했다. 또 “재벌기업이 규제를 받으면 중견, 중소기업이 대체해줘야 하는데 외국기업이 들어와 혜택을 받는다”고 했다.

 

이 발언은 논리적으로 지나친 경제민주화주장=우물안 개구리=북한식경제, 재벌규제=외국기업혜택=재벌규제불필요로 등식화돼 있고, 현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정상적으로 해온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경제민주화를 외치면 곧 북한경제정책 주장자가 되며, 재벌을 규제하면 외국기업이 혜택을 보기 때문에 재벌을 규제해선 안 되는 것이다. 이 어법은 주무장관이 헌법(119조 2항)에 “국가는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는 경제민주화를 부정하고, 기업들의 경제행위에 적극 개입해 공정거래의 조정심판 의무를 다 해야 할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선포와 다를 바 없다. 규제와 조정을 제대로 해왔는지는 성찰하지 않고 중견, 중소기업의 소외를 외면하면서 재벌기업의 이익만 고려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지 말라는 건 심약한 내겐 공갈로 들린다.

  

#2 한혜진 외교통상부 부대변인은 5일 일본총리 직속 정부분과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행사 허용을 건의한 보고서를 낸 것에 대해 우리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논평은 얼마 전 정부 스스로 일본에게 우경화의 길을 넓혀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체결하고자 한 행위와 모순된다. 이 협정이야말로 소위 ‘평화헌법’을 수정해 ‘비핵3원칙’을 허물고 자위대의 해외진출을 의미하는 일본의 우경화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3 며칠 전 새누리당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같은 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겨냥해 “오랫동안 재벌에 종사했기 때문에 그쪽의 이해를 많이 대변한다”고 비판하자 이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는 “야당처럼 출자총액제를 부활하고,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되받았다. 재벌대변자라고 공격했는데,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게 아닌가라는 반박은 논리비약이다. 이런 반박은 서민인 내겐 재벌옹호 발언으로 들린다.

 

 

재벌개혁, 분배 등의 경제문제로 자주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이한구와 김종인 (사진자료 : 경향신문 Khan)

  

#4 압권은 따로 있다. 지난 5월 미얀마를 방문한 대통령이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 수치 여사에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주화가 희생돼선 안 된다”면서 “경제를 살리는 만큼 민주주의도 함께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경제를 살린답시고 민주적 권익을 후퇴시킨 통치행위와 모순이 아닌가? 자신에게 계란을 던지고 넥타이를 잡는 저축은행 예금피해자들을 두고 “(법원이) 저런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했나”라고 한 형님은 왜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을까? 이 말은 누구라는 실명 주어가 없는 유체이탈 어법이니 문제삼지 말지어다.

  

발설 후 여론파장이 일면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느니 와전되거나 오해가 있었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일부 정치인과 고위관료들 덕에 우리는 늘 말귀도 못 알아듣는 바보가 되곤 한다. 할 주장은 다 해놓고 책임은 듣는 이에게 전가하는 이 수법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그게 아니면 우리말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공인자격 미달자다. 이들에겐 논리학과 수사학이 필요하다.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하는 게 인간사 아니던가!

 

위 글은 2012년 7월 13일자『경북일보』에 "'열공’이 필요한 사람들" 로 제목이 변경돼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