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짧은 글, 긴 생각

자기 자신을 똑 바로 보고, 의미 없는 일에 연연치 말라!

雲靜, 仰天 2021. 6. 4. 14:48

자기 자신을 똑 바로 보고, 의미 없는 일에 연연치 말라!

 

자기 자신만큼 자신을 잘 아는 이도 없다. 자기가 한 언행이 옳은지 그른지, 또 어떤 목적을 갖고 그런 언행을 했는지 잘 안다. 그래서 잘못이 있거나 실수가 있으면 남들에게도 그대로 시인하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솔직하고 용기 있는 자에게만 해당되는 소수의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십중팔구는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적절치 않는 언행을 합리화 하면서 산다. 솔직하지도 못하고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스스로 속이지 않고 자신을 바로 본다는 것은 말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옛 현인들도 그것을 비유를 들어 많이 말한 바 있다. 아래처럼!

 

見秋毫之末者 不能自見其睫

擧千鈞之重者 不能自擧其身

知人易知己難--龍門佛眼遠 禪師


터럭만한 작은 끝을 볼 수 있는 자라도 자기 속눈썹은 볼 수 없다. 
천근의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자라도 자기 몸은 들어 올릴 수 없다. 

남을 알기는 쉬워도 자기 자신을 알기는 어렵다.--龍門佛眼遠禪師

 

용문불안원 선사는 老子가 한 말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見秋毫之末者"는 "무릇 눈은 터럭만한 작은 끝을 본다"(夫目察秋毫之末者)라는 말에서 축약해서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夫目察秋毫之末者의 전후 문장을 다 쓰면 아래와 같다.

 

夫目察秋毫之末者, 耳不聞雷霆之聲。耳調金石之音, 目不見太山之形, 故小有所志, 則大有所忘--《文子.九守.守静》

 

대저 눈으로 가을 깃털의 끝을 살필 때는 번개와 천둥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귀로 옥이나 돌의 소리를 조율할 때는 눈에 태산의 높이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것에 뜻을 두면 큰 것을 잊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3000년 동안의 장구한 서양철학이 모두 플라톤이 사유한 이른바 "플라톤철학"에 대해 주석을 다는 해석적 주장으로 이뤄져 있듯이 중국의 많은 철학적 사상도 대부분 노자와 장자, 공자와 맹자, 석가모니의 말씀에 대한 각주에 불과하다. 노자의 위 문장은 淮南子에선 끝 부분만 조금 바뀌어져 있다.

 

夫目察秋毫之末, 耳不聞雷霆之聲。耳調玉石之音, 目不見太山之高, 何則小有所志, 大有所忘--《淮南子 · 俶眞訓》

 

대저 눈으로 가을 깃털의 끝을 살필 때는 번개와 천둥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귀로 옥이나 돌의 소리를 조율할 때는 눈에 태산의 높이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 때문인가? 작은 것에 뜻을 두면 큰 것을 잊기 때문이다.

 

중국의 여러 전적들에는 위 문구 중의 耳不聞雷霆之聲, 耳調玉石之音이 聽五音之和, 不聞雷霆之聲으로 바뀌어 응용된 곳도 있다. 후자의 뜻을 새기면 "다섯 소리가 조화로운 지를 미세하게 알아차려도 우뢰와 천둥소리는 못 알아듣는다"는 의미다. 다섯 소리는 고대 중국어의 五聲 음계 중의 다섯 음계인 宮, 商, 角, 徵, 羽를 가리키는데 이 다섯 소리는 나중에 음악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위에서 내가 인용한 두 종류의 경구는 결국 크게 "자신을 바로 보라"는 것과 "작은 일에 얽매이지 말고 큰일을 보라"는 가르침으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인용한 위 글은 자신을 바로 보라는 경구에서 시작돼 하잘 것 없는 소사에 끄달리지 말고 의미 있는 대사에 신경 써라는 말씀으로 이행됐다. 수행한답시고, 마음 공부한답시고 절이나 수련원 같은 데를 찾곤 하는데, 굳이 멀리 갈 거 없다. 그냥 위 경구를 화두로 삼아 생활 속에서 수행해도 된다. 수행은 수행인만 하는 게 아니다. 누구든 자신을 바로 보고자 하는 이라면 다 할 수 있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스스로를 정직하게 보는 게 얼마나 큰 깨달음인지 알게 되면 좋겠다!

 

2021. 6. 4. 14:44

김앤이 치과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6. 16. 21:00

북한산 淸勝齋에서 일부 수정

雲靜

 

 

중국 泰山의 설경! 泰山은 太山으로도 통한다. 대자연 앞에 서면 인간은 늘 왜소하다는 사실을 화두처럼 붙잡고 살면 좋겠다.
태풍과 해일이 인간에게는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하늘과 바다를 스스로 정화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 중에서 정말 사람 같지 않는  "하찮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의미 없는 일들은 모두 태풍과 해일에 날려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