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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격리제도 운영의 문제점

雲靜, 仰天 2020. 11. 25. 06:26

코로나 자가격리제도 운영의 문제점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가격리제도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나는 지난 10월 피치 못할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귀국과 동시에 검사를 받은 뒤 바로 보름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격리 중에 며칠간 계속된 극심한 두통이 가라앉지 않아서 뇌졸증 발생이 우려되기도 했다. 두통이 망치로 머리를 치는 듯한 상태가 며칠간 지속되다 보니 나는 혹시 뇌종양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먼저 관할 구청의 격리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더니 이 문제는 같은 구의 보건소가 담당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보건소 담당 직원에게 연락을 해서 아프던 머리가 더 심해져 한 4~5일 전부터는 빠개질 정도로 통증이 있어서 진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보건소 담당자는 격리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봐도 없다면서 병원에 갈 수 없다고만 했다.

 

그런데 점점 더 두통이 심해져서 하루 종일 머리가 너무 아픈 상태가 매일 매일이다시피 해서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나는 자가격리 7일째 되던 날 자가격리가 앞으로도 일주일 정도 남아 있는데 그 사이에 평소 우려해오던 뇌졸중이 발생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뇌종양으로 수술 끝에 죽은 친구도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구청직원, 보건소, 질병관리본부에 차례로 전화를 걸어 다시 한 번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래도 내게 돌아 온 것은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대답들 뿐이었다. 특히 병원 진찰을 위해 외출 여부를 결정짓는 권한이 있는 보건소 담당자는 내게 병원에 환자를 격리해서 진료할 수 있는 방이 없으면 아무리 응급환자라도 병원엘 가선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한 바탕 불필요한 싱갱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내가 조목조목 반박하고나서야 보건소에서 119구급차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 밤 급히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가서 응급으로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일이지만 구청 직원, 질병관리본부, 보건소 등이 서로 일을 떠넘기고, 매뉴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데다 운영 면에서도 서로 일과 책임을 미루는 등 구태의연하게 대응한 사실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정부에서 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도 결국 담당 공무원, 즉 사람의 문제다. 국가공무원으로 그들의 인식이 너무나도 고루하고 근무자세도 적극성이 떨어진다. 나도 국가 고위공무원을 지냈지만, 이들은 하나 같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일을 대하는 선제적인 근무 태도는 찾아 볼 수 없다.

 

정부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장갑을 끼거나 하면 전염을 막을 수 있고 예방이 된다면서 권장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마스크를 끼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면 된다. 따라서 자가격리자라도 신체에 급히 의사의 진찰이나 응급조치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담당 구청직원이나 보건소 담당 직원의 보호하에 병원에 데려 가서 필요한 조치를 받게 하면 된다. 그러나 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을 미리 검토하고 정해놓은 매뉴얼이 없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응급 환자란 반드시 사람이 쓰러져야만 응급환자라고 보는가? 심각한 발병, 예컨대 뇌졸증이 발병해서 혹은 여타 증세로 쓰러질 수 있을 듯한 어떤 증상들이 있는 경우에는 응급환자라고 봐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자가격리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봤을 때 위와 같은 심각한 발병 가능성을 보건소 격리담당자에게 호소해도 빈 병실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 결과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해선 누가 책임을 지는가? 질병관리본부의 매뉴얼에는 그런 상황 자체가 상정돼 있지 않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믿을 수 없고 신뢰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 많은 종류의 자가격리 안내문이 있어도 내가 제기한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이나 수칙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이 된 게 없다.

 

이번 일로 내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로 관련 정부기관들이 자가격리 중의 격리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예상하는 폭이 너무 좁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병으로 위급상황도 있을 수 있고, 집에 화재도 날 수 있다. 격리 중 피격리자가 다른 요인으로 쓰러지고 집에 화재가 나도 집안에서 꼼짝 않고 밖으로 나가선 안 되는가? 국가 차원의 국민안전을 총괄하는 기구라면 이런 것들을 예상하고 미리 그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자세하게 만들어놨어야 하지 않는가?

 

나는 보건소, 질병관리 전화로 조목조목 따져서 개선하도록 하라고 해놨는데 결과를 내게 알려주라고 부탁해 놨다. 그러나 이튿날 그들은 내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 뒤 지금까지도 어떻게 개선했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 한 마디로 시민의 권리와 건의를 묵살해버린 것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마지막에는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람이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 한 가운데에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는 정부가 있는 것이다.

 

2020. 11.13. 18:37

북한산 淸勝齋에 자가 격리된 상태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