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후 중국 내지 상황 : 雲南省의 경우
어제 오후, 느닷없이 중국 운남성 大理, 蒼山, 昆明 등지를 오랫동안 여행 중이던 한 형님께서 내게 사진과 함께 그곳 상황을 전해왔다. 평소 내가 믿고 의지하며 친형님처럼 따르는 분이다.
大理, 蒼山 지역은 과거 이 지역이 중국 한족 정권에 복속되기 전까지는 大理國이라는 나라였던 곳이다. 대리는 멀리 히말라야 산맥과 연결돼 있어 해발이 2000m나 되고 大理古城 뒤 蒼山은 4200m나 된다고 한다. 대리고성 앞엔 洱海(얼하이) 호수가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이 형님의 설명에 의하면, 초대형 호수가 사람의 귀처럼 생겼다 해서 귀바다(洱海)라고도 한단다. 이 곳 일대는 지대도 높아 공기도 맑고 사람들도 순박하며 미인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런 무릉도원 같이 아름다운 곳을 대리에 베이스캠프를 치고선 장기간 유유자적 여행하고 있던 형님이었다. 나도 짬이 되면 그곳으로 날아가 형님과 같이 여행을 해볼까 하고 집사람 모르게 내심 음모(?)를 꾸미고 있던 차였다.
최고봉이 해발 4200m나 된다는 눈 덮힌 蒼山의 산줄기
古城 성곽의 입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사람들로 붐빈 현지 시장
실타래가 풀리듯이 이번 사태도 잘 풀리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불쑥 날아든 소식! 이 형님에 따르면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온한 상태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불과 하루 이틀 사이로 거리와 시장에 사람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그리곤 이제 그곳 일부 지역의 상황은 전쟁 직전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3인 이상 모이는 곳은 다 잠정 폐쇄를 시켰으며, 동네 마다 어귀라는 어귀는 죄다 막았으며, 古城 안으로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가는 곳마다, 코너 마다 열감지 검사를 하고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을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모든 힘을 다해 방역하자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삼엄함을 느끼게 한다.
굳게 닫힌 호텔 정문, "일시 영업정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갑자기 사람들이 종적을 감춘 뒤의 이곳 거리 모습
신종 바이러스가 퍼진 뒤 고성으로 통하는 중화문 일대의 한산한 모습
현지 호텔에서도 투숙객들에게 무조건 체크아웃 하라고 통고하고, 투숙을 원하는 단골고객에 대해서도 체크인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형님이 갑자기 여행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하고자 문의해보니 昆明에서 한국행 비행기 직항편 좌석은 모두 동이 났으며, 대부분 경유해서 돌아가는데 최소 20시간 이상 소요되고 요금도 인천까지 편도로만 110만원대로 폭등했다고 한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꼬다시” 앉아서 코로라 바이러스균들과 같이 살아야 할 판이다. 비행기편이 잡힐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며칠이고 간에 국제노숙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모든 통신수단마저 막혀 있어 난감해 하던 중 최근 하루 이틀 사이에 겨우 한국 국내와 연락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중공에서 카톡은 통신이 되도록 열어준 것이다.
형님 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중국에선 원래 한국의 다음, 블로그, 유투브가 안 열리는데 무슨 맘먹고 카톡은 열어줬을까?” 중공은 시진핑 정권부터는 해외의 각종 통신망이 중국과 연계되는 것을 차단해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우한 사태로 일부 통신망을 열어준 것이다.
大理에서 昆明행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가는 도중엔 총 세 차례나 자동차에 대한 방역과 승객들의 체온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시간도 꽤 걸렸지만 거리에는 사람도, 차도 없이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고속열차도 승객이 없어 텅 빈 채 갔다고 한다. 전 중국이 출근이 중지되고 업무를 보는 일이 없으니 사람들도 움직일 일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곤명에서 심천으로 건너와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달려간 심천 비행장에도 방역하는 광경과 사람이 거의 없는 한산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승객으로 북새통을 이뤘을 심천 비행장 대합실의 한산한 광경
손수 찍은 위 사진들과 소식을 전해준 한상린 형님!
이런 상황은 비단 운남성과 광동성에만 국한된 건 아니고 중국 전역이 엇비슷할 것이다.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호남성 武漢은 전염의 정도가 변방 지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할 것임은 물론이다. 말하자면 중국은 이제 대도시든 시골이든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중국여행은 가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상린 형님은 무사히 한국으로 들어오시게 됐다. 고생이 많으셨지만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형님의 운남성 탈출기는 여기서 끝난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운남을 여행할 나의 음모도 하룻밤 사이에 꾸다 만 일장춘몽으로 여기서 끝났다!
2020. 1. 31, 14:02 초고
2. 4, 06:25 후반부 맨 마지막 단락 내용 가필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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