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2019년 기해년의 송년사

雲靜, 仰天 2019. 12. 29. 07:53

2019년 기해년의 송년사

 

며칠 남지 않은 2019년 이 해의 마지막을 잘 정리하고 내년부터는 집집마다 재물이 쥐떼나 잉어 떼처럼 모여들고 길한 일들이 많이 생기기 바라는 의미에서 손수 비단잉어를 여러 마리 모셔봤다. 畵題를 잉어로 삼은 만큼 잉어의 특성도 생각해봤다. 조금 길기도 하고 잡스런 졸문이지만 일독을 권한다.




 

잉어는 長生, 吉祥, 재물을 상징한다. 잉어의 수명은 평균 20년이고 최대 70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또 일본에선 무려 200년 이상 산 잉어가 존재했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아마도 가장 오래 산 잉어로는 기네스북 등재감이다.

 

서양인들에겐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동양인에겐 잉어가 왜 길하고 상서로운 동물로 받들어 지게 됐을까? 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과문한 탓인지 중국 이외에는 별다른 典故를 찾아볼 수가 없다.

 

우선, 물고기는 고대로부터 중국인들에게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돼 온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에게 원래 물고기는 부귀를 가져다주는 길한 동물로 생각됐다. 그것은 중국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해마다 여유(남음)가 있다라거나 해마다 여유(남음)가 있기바란다는 의미의 年年有余말 중의 가 발음이 로서 와 동일한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자처럼 하고 족함을 나타내는 의미로서 大吉大利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물고기가 길하고 부를 상징한 것은 아마도 나라 武王의 설화가 있고나서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무왕이 은나라의 폭군 주()를 정벌하기 위해 무슨 강을 건너는데 갑자기 흰 물고기(白魚)가 강물 속에서 무왕이 탄 배안으로 튀어들어 오자 무왕이 이 흰 물고기로 제사를 지냈고, 그 결과 나중에 주나라가 흥하고 나라가 멸망하게 된 瑞應(임금의 仁政에 하늘이 감응하여 나타난 길한 조짐)이 됐다는 고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孔子도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이 고사를 들어서 그랬을까? 공자는 아들이 잉어의 吉祥 기운을 받길 바란다는 뜻에서 이름을 로 지었다. 공자의 아들 중에 孔鯉라는 아들이 바로 그다. 잉어엔 길함을 넘어 신령함까지 암시하는 고사도 있는데, 東漢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河海江湖 중에 출몰한 신선이 탄 배는 바로 잉어였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물고기 중에서도 특히 잉어는 길상의 정도가 더 크고 재물을 상징하는 존재로도 인식되고 있다. 지금도 그렇듯이 이는 같은 한자문화의 영향 속에 있던 한국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잉어가 상서로워서 한국에선 윤씨들은 잉어를 먹지 않는다. 자가 잉어의 비늘을 상형하는 것인데 옛날 윤씨의 시조가 잉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나는 신기하게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많든 적든 재물이 생길 때마다 그날 밤엔 꼭 잉어꿈을 꾼 걸 보면 잉어가 재물을 상징한다는 건 적어도 내게는 실증적 진리다.

 

잉어는 한자로 라고 쓴다. 비단잉어는 錦鯉라고 불린다. 현대 중국어 백화문에서는 잉어를 鯉魚라고 쓴다. 한자 는 물고기의 총칭이지만 개개의 물고기를 나타낼 때는 秋刀魚(꽁치), 章魚(문어), 帶魚(갈치)처럼 복수의 글자로 나타내는 단어도 있지만 변에 그 해당 물고기의 특징이나 습성을 나타내는 글자를 붙여서 지칭하기도 한다. (청어), (연어), (정어리), (붕어), (고래), 혹은 (상어), (오징어류), 鰈魚(가자미, 比目魚라고도 함) 등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잉어는 변에 를 붙여 잉어임을 표시한다. 왜 하필 잉어는 자를 붙였을까? 자의 자는 의 대용으로 봐도 된다. 와 발음과 성조가 같은데, “라고 3성으로 읽는다. 중국 문자학에선 는 원래 바위나 돌의 결이 가지런한 모습을 나타내는 뜻이다. 그래서 한자문화권에선 가 들어간 단어는 대부분 추상적이고 사유와 관련이 된 게 많다. 理性, 理智, 理念, 理氣, 哲理, 公理, 理學 등등이 그런 예들이다.

 

이 가운데 맨 마지막의 理學은 중국인들을 제외하고 한국인과 일본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이제는 상식이 된 듯하지만 18세기 서양철학의 philosophy 개념을 접한 일본에서 니시 아마네(西周)라는 이가 이 philosophy라는 단어를 哲學으로 번역했다 philosophy의 원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잘못된 번역이지만 이 새로운 단어가 19~20세기 어간 중국에 들어가서 쓰이기 시작한 그 이전 중국인들은 철학이란 말을 몰랐었고, 철학에 상당하는 말로는 理學(宋明理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송대 이전의 사상체계를 가리키는 고대의 사상체계에 대해선 古學이라고 불렀다. 대체로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理學은 바위나 돌의 결이 가지런한 것처럼 에 맞는 학문이라는 의미다.

 

이 정도의 전거로는 섣불리 단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위에서 논한 대로 가 비교적 발달한 영민한 물고기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이 글자로 표시됐을 가능성이 컸던 것으로 추론된다. 한 마디로 잉어는 굉장히 영리하고 영민한 동물이라는 얘기다.

 

, 잉어와 철학! 다가오는 쥐띠의 해 庚子年은 가정마다 재물이 일어나고 사람마다 지혜가 쥐떼나 잉어무리처럼 샘솟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2019. 12. 28, 09:45

북한산 淸勝齊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