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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꾸자 이야기① ‘야꾸자’의 어원과 폭력조직 야꾸자

雲靜, 仰天 2019. 6. 5. 21:20

야꾸자 이야기① ‘야꾸자’의 어원과 폭력조직 야꾸자

 
우리사회에 남아 있는 일본어 잔재 중 지금까지 가장 질기게 남아 있는 말 가운데 하나는 ‘오야붕’과 ‘꼬붕’일 것이다. 이 두 단어는 일본의 조직폭력단인 ‘야꾸자’들 사이의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마도 이 말은 조폭이 사라지지 않는 한 좀처럼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야꾸자라는 말은 일본어 잔재일까? 이 말은 한국의 조폭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일본의 조폭을 가리키는 외국의 고유명사로 사용 되고 있는 것이어서 따지고 보면 일본어 잔재라고 볼 수 없다. ‘마피아’라는 말이 그렇듯이. 만약 우리가 한국의 조폭을 조폭이라고 하지 않고 야꾸자라고 부르는 식으로 ‘야꾸자’를 조폭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면 일본어 잔재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일본어에서 야꾸자는 무슨 뜻이며, 어디서 유래한 말일까? ‘야꾸자’라는 말의 유래는 크게 세 가지 설이 있다. 도박과 관련된 말이라는 설, 일본의 전통극인 가부끼와 관련된 말이라는 설, 유교의 숫자 개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첫 번째의 도박용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 통설이다. 도박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첫 번째 설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설이 있어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술의 편의상 두 번째 설과 세 번째 설을 먼저 소개한 뒤에 첫 번째 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겠다.
 
가부끼에서 유래됐다는 두 번째 설은 다음과 같다. 가부끼 배우인 役者(‘야꾸샤’로 발음됨)의 화려한 모양을 흉내 낸 無法者(かぶき者, 즉 ‘가부끼샤’로 발음됨)를 “야꾸샤 같은”(役者のような)이라고 한 말에서 ‘야꾸샤’(ヤクシャ)가 전화돼 ‘야꾸자’(ヤクザ)로 됐다는 설, 또한 야꾸자레(役戯れ, やくざれ)에서 왔다는 설, ‘야꾸사무샤’(やくさむ者)에서 왔다는 설, 그리고 옛날 싸움 등의 중재를 행한 자를 ‘役座’(야꾸자로 발음됨)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飯干晃一 이이보시 코우이찌의 주장)도 있다.
 
유교에서 유래됐다는 세 번째 설은 일본어로 각기 야, 꾸, 산으로 발음되는 8, 9, 3이 좋지 않은 흉한 숫자(忌み数)로 정해진 데서 나왔다는 것인데, 이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유력한 첫 번째 설을 소개하면 이렇다. 일본에서는 화투를 하나후다(花札)라고 하는데, 이 화투로 하는 도박에서 유래됐다고 하는 설이다. 최다 세 장까지 패를 받을 수 있는 화투의 이른바 산마이(三枚, 혹은 오이쬬까부)라는 노름(博奕)에서는 화투 세 장을 당겨서 합계치 수의 다소를 겨루는 놀이다. 산마이로 도박을 하는 경우, 세 장의 숫자 합이 10이나 20이 되면 제로로 쳐서 점수가 없게 되는 규칙이다. 10과 20 이외에는 끝수가 높은 패를 쥐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도박꾼이 게임에서 각기 순서대로 한 장씩 패를 받고, 두 장 째 받아서 그 2장의 수를 합해서 최고 점수인 9가 되면 나머지 한 장을 더 받을 수 있어도 받지 않고 패를 까서 상대방 패의 수와 누가 높은지 겨루는 것이다. 두 장의 합은 1이 나올 수도 있고 2나 3 혹은 4, 5, 6, 7, 8, 9, 0 중 어느 숫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만약 두 장의 합이 7이 됐다면 1이나 2의 패를 받아 현재의 7보다 더 높은 숫자가 되기 위해서 나머지 한 장을 더 받을 수도 있고, 7에서 만족하면 3장 째는 받지 않고 7로 승부를 걸 수 있다. 첫 번째 패가 8, 두 번째 패에서 9가 나왔다면 둘을 합하면 17이 되는데 10을 제외한 7이 자신의 숫자가 된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대개 “7”을 받을 경우 한 장을 더 들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투기를 좋아하고 사행심이 강한 자는 이 상황에서 최고 점수가 될 수 있는 1패나 2패를 거머쥐기를 기대하면서 한 장을 더 당긴다. 그 결과 운이 좋아 1이나 2를 잡았다면 끝수가 8 혹은 9가 돼 가장 높은 최고 점수가 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최악의 숫자인 “3”을 당겼다면 가장 낮은 점수인 “0”(8+9+3=20)가 되고 만다. 8, 9, 3의 합이 20인데, 점수가 없는 무득점이 되는 8, 9, 3의 패는 일본어로 읽으면 각기 숫자의 발음인 야, 꾸, 자(8, 9, 3을 연속해서 읽으면 3은 ‘자’로 발음됨)다.
 
여기서 ‘야꾸자’는 “가치가 없는 것”,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 됐다. 더 높은 점수를 노려 화투 한 장을 더 받아서 결국 최악의 점수인 “꽝”이 돼버리는 것을 비유해서 행동패턴이나 인생을 도박적으로 사는 자들의 삶의 방식을 나쁘게 얘기하는 것이다. 조폭의 고유명사인 야꾸자는 여기서 의미가 전화돼 도박이나 놀이에서 어설프게 노는 자나 시시하게 임하는 자를 일러 ‘야꾸자’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서 '지정 폭력단'으로 지정한 21개(2015년 기준)의 야꾸자 조직들 중 스미요시까이(住吉会) 산하의 야꾸자 조직인 제5대 아사꾸사따까하시구미(浅草高橋組)의 조원들. 아사꾸사따까하시 구미는 東京都의 台東区 니시아사꾸사(西浅草)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국 레벨의 유력한 폭력조직이다.

‘야꾸자’가 세간에 패자, 망한 자, 실추자들이 건전하고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반사회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을 두고 평판이 좋을 리가 없었는데, 그 의미가 전화돼 도박꾼 집단을 가리키게 됐다는 설도 있다. 또 도박꾼들 중에는 일부 지역에서 8, 9, 3의 패를 쥐면 “승부가 없는 것”으로 룰로 정해서 사용하고 있다면서 야꾸자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에도(江戶)시대의 저명한 한학자인 모또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 1730~1801) 등의 학자들도 이 설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의 설에서는 노름판에서나 평소 노름꾼에게 돈을 고리대로 꿔주는 ‘까시모또’(貸元), 폭력배 조직에서 중간 이상 가는 두목 격인 ‘와까가시라’(若頭), 두목과 형제 관계(친형제가 아님)에 있는 조폭 두목급에 해당되는 ‘샤떼이가시라’(舎弟頭)의 三役(일본어로 ‘산야꾸’로 발음됨)을 가리키는 ‘산야꾸’(サンヤク)의 은어라는 설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위 글을 읽으면 자연스레 한두 가지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즉 “과연 야꾸자라는 명칭의 유래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또 “도대체 일본의 야꾸자가 어떤 조직이기에, 또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기에 이런 오명이 붙었을까?”라는 의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이참에 실제 ‘야꾸자’들의 이면이나 흑역사를 들춰보기로 하자. ‘야꾸자’ 어원의 유래 보다 이 주제가 더 흥미로울 것이다.
 
벌써 오래전 얘기지만, 예전에 중국 근현대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조직폭력배, 마적이나 비적, 거지, 광대, 유랑 악단, 도박, 아편밀매 및 밀수꾼, 매춘부, 백정 등등의 사회 특수층이나 하층민을 연구하는 사회사에서 꽤 다뤄 본 주제다. 그래서 역사상의 전모를 재구성하는 데에 그 중요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선 흥미 위주의 읽을 거리로서도 그렇지만 근현대 일본을 이해함에도 하나의 키워드 같은 것이어서 학술적으로도 관심이 가는 분야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야꾸자의 역사가 백년이 훨씬 넘는 데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야마구찌구미(山口組)나 스미요시까이(住吉会)처럼 고베, 토우꾜우(東京), 오사까 등등 각지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수많은 야꾸자 조직들을 이 짧은 글에선 다 이야기 할 순 없고 해서 부득이 다음 글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2019. 6. 5. 20:06
臺灣 中央硏究院 近代史硏究所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