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제주4.3사건 관련 사진 속 인물들은 누굴까?

雲靜, 仰天 2019. 4. 4. 11:28

제주4.3사건 관련 사진 속 인물들은 누굴까?

 

 

 

  

오늘 아침, 어느 단체 카톡 방에 올라온 사진이다. 어느 분이 자기 지인이 쓴 제주4.3사건 글을 올리면서 덧붙인 것이다. 그러자 다른 어떤 분이 무슨 사진인가요?”라고 물었다. 처음에 이 글을 올린 이가 아래처럼 답글을 올렸다.

 

존 하지 중장 휘하의 미군 24군단이 제주도를 점령할 당시의 사진 같습니다. 1945928일 오전 8시 미 보병 제7사단 무장해제팀이 제주항에 도착했고, 오전 9시엔 24군단 항복접수팀이 C47 수송기 2대를 이용 제주공항에 도착한 거죠.”

 

나중에 우연히 위 사진과 글을 보게 된 雲靜이 아래와 같이 긴 글을 보탰다. 오류를 지적하는 고증의 성격을 띤 글이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글을 올리는 게 여사여서 인터넷엔 근거 없는 얘기들이 사실인 것처럼 떠도는 부실한 지식혹은 설익은 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조금이라고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침에 아주 귀중한 사진 한 장을 보게 됐네요. 미국 국립문서보관서(NARA)에 소장된 것을 김대중 정권 때인가 자료조사차 미국에 파견된 우리 측 4.3자료조사팀이 당시 미국에서 구한 유일한 사진입니다. 사진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 사진은 미군의 무장해제팀도 아니고, ‘항복접수팀도 아닙니다. 무장해제팀과 항복접수팀이란 일왕의 항복담화(‘무조건 항복이 아님) 발표 후 제주 주둔 일본군 58,000여명을 대상으로 항복을 받기 위해 1945928일 아침 8시경과 9시경에 각기 제주항과 서제주비행장에 도착한 미군을 말합니다.

 

세계의 어떤 군대도 적군의 무장해제와 항복을 받으러 갈 때는, 위 사진에 나와 있는 것처럼 군인들이 군인의 정복, 즉 예복을 입고 가지는 않죠. 전부 전투복장 차림으로 완전 무장해서 들어갑니다. 그런데 위 사진엔 무장한 복장도 아니고, 민간인 복장의 미국인, 영관급 장교 계급장(어깨의 둥근 꽃모양을 한 흰색 계급장은 소령이고, 만약 금빛이 나는 계급장이면 중령임)을 단 미군, 한국인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미국인과 악수하는 안경 쓰고 키 작은 사람), 한국군 장교 둘, 한국 경찰이 모두 정복과 신사복 정장을 입었습니다.

 

무엇 보다 반증의 근거는 당시 그린(Roy A. Green) 미 육군 대령이 이끈 장교와 사병으로 구성된 38명의 항복접수팀이 제주 서비행장에 도착했을 땐 비행장에 제주 주둔 일본군 참모장교 7명이 나와 그들을 영접했었는데, 위 사진에는 일본군 복장을 한 이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린 일행은 당시 C-47수송기 2대에 분승해 갔는데, 위 사진에 보이는, 'XIA'로 쓰여져 있는 비행기종을 당시 항공기 감별자료와 대조해보면 좀 더 분명히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죠.

 

위 사진은 그 보다 3년 뒤인 194855, 제주에서 열린 미군정 수뇌회의 참석 차 제주비행장에 도착한, 3대 군정장관으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는 윌리엄 딘(William F. Dean) 군정장관 일행일 것입니다. 사진 왼쪽편의 악수하는 미국인은 딘이고, 그와 악수하는 안경 쓴 이가 안재홍 민정장관이거나 조병옥 경무부장 혹은 유해진 제주도지사일 수 있는데, 안경 쓴 이는 안재홍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의전상 미군정 최고 지휘자를 맞이하는 사람으로는 통상 그 지역 최고 책임자이거나 차하급 계급의 인물이 나가는 게 보통이고, 더군다나 당시 안재홍은 검은 뿔테 안경을 사용했는데, 위 사진에서 딘과 악수하는 이가 검은색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측 중간의 키 작은 한국군 장교는 송호성 경비대사령관이고, 그 오른쪽 옆의 키가 조금 큰 이가 김익렬 한국군 제9연대장일 겁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이 각기 누구인지에 대해선 학술적인 고증이 더 필요합니다.

 

참고로 한 가지만 더! 당시나 지금이나 제주도에 대한 매국적이라고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당시 이승만의 비민주적이고 편의적인 발언을 덧붙입니다. 즉 이승만은 1947328일 방한한 미 육군성 차관 드래퍼(Draper)와 회담하던 자리에서 "미국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고자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말을 들었다"면서 "한국정부가 수립되면 한국인들은 매우 기꺼이 미국이 제주도에 영구적인 기지를 설치하도록 할 것을 확신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과연 국민들의 집단의사를 저런 식으로 독단적으로 단언해도 될지는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아직 정식으로 대한민국 정부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시는 제헌국회 의장이었을 뿐 대통령 신분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젊을 때부터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숭배한 그의 미국경사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삽화입니다.

 

2019. 4. 4. 06:44

청명절 연휴인 臺北에서

雲靜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