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사회학 : 사과는 누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일까?
항간에 “화해는, 또 사과는 잘못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고 더 많이 자란 사람이 먼저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모양이다. 윤선민이라는 저자가 ‘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라는 책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책을 보기 전에는 단정할 순 없지만 아마도 저자는 보통 사람들 간의 인간관계를 염두에 두고 쓴 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개인들 간에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가슴이 더 넓거나, 더 관용적인 사람이 잘못한 이에게 그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 그러면 잘못을 한 상대도 마음을 열고 더 사과할 수 있다. 그래서 화해도 쉽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이 반 정도만 옳다고 본다. 또 전체 인간사로 확대해서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본다. 개인들 간의 수준을 넘어 사회적 관계에서는 이 말은 맞지 않다. "더 많이 자란" 시민들이 진정한 사과만 하면 용서하겠다고 얘기해도 전두환처럼 끝까지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 철면피들에겐 씨알도 먹혀들지 않는 틀린 말이다.
사회적 차원의 공적인 경우에는 사과와 화해는 잘못한 사람이 먼저, 그것도 진정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 용서와 화해는 그것이 있고나서 피해자가 하는 것이다.
2019. 3.
臺北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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