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아시아사

‘해방’과 ‘광복’, 어느 것이 더 적합한 용어일까?

雲靜, 仰天 2018. 8. 13. 11:47

‘해방’과 ‘광복’, 어느 것이 더 적합한 용어일까?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광복절’이 올해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 ‘解放’과 ‘光復’ 중 어느 것이 더 접합한 용어일까? 둘 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한국이 독립을 한 것을 가리키는 역사 용어들이다. 두 용어는 모두 관용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 두 용어를 두고 한국이 독립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어느 용어가 맞는 말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이는 해방이 옳은 말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광복이 맞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또 둘 다 맞는 말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까지 명쾌한 답이 도출돼 하나의 용어로 통일시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둘 다 틀린 용어는 아니지만, 어느 것이 더 정확한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광복이 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解放은 한자가 말해주듯이 일반명사로서는 원래 구속이나 억압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역사용어로서 1945년의 ‘8·15’를 가리킬 경우엔 일본이 우리민족을 “해방했다”라고 쓰거나, 혹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됐다”라고 해야 어법에 맞는 표현이니 해방 보다는 광복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다. 가령 “한국은 1945년에 일제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되었다”라고는 쓸 수는 있어도 “한국은 1945년에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해방했다”라고는 쓸 수 없는 점을 보면 명백해진다.

 

‘해방했다’와 ‘해방됐다’는 모두 한자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중국인들의 어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도 좋다. ‘解放’은 중국어에선 타동사로 ‘해방하다’와 자동사로 ‘자유롭게 되다’, ‘속박에서 벗어나다’ 등 두 용법이 다 있다. 한국어에선 ‘하다’를 붙이지 않을 경우 ‘해방’은 명사의 의미만 있는데, 속박에서 벗어난 상태, 자유롭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억압이나 구속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게 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즉 일본의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나야 나라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은 독립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반면, ‘光復’은 이 한자가 말해주듯이 ‘빛을 다시 찾다’라는 의미인데, 빛을 다시 찾았다는 건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났음과 나라의 주권을 되찾았다는 개념이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빛을 다시 보지 못하면 나라를 다시 찾을 수 없는 상태이고, 빛을 다시 보게 됐다는 것은 나라를 다시 찾았다는 뜻이 된다. 영어에서도 해방은 ‘해방시키다’, ‘자유롭게 해주다’는 의미의 liberate의 명사형인 liberation이라고 한 반면, 광복은 독립을 의미하는 independence로 번역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선 '해방절'이라고는 하지 않고 '광복절'이라고 한다. 위 사진은 재일 대한민국 거류민단에서 거행한 제75회 광복절 기념식 장면.

 

실제로도 과거 우리 독립지사들 사이엔 하나 같이 광복을 그런 의미로 사용했다. 즉 상해임시정부나 후기의 중경임시정부 시절의 각종 정부 법령이나 한국독립당 등 정당들의 당의(黨義)와 당강 등에서 “원수 일본의 모든 침략세력을 박멸하여 국토와 주권을 광복하고”(당의), “국토와 주권을 완전 광복하여 대한민국을 건립할 것”(당강 제1조)으로 사용한 경우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군주 순종도 광복이라는 말을 썼다. 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러분들이여, 노력하여 광복하라. 짐의 혼백이 명명한 가운데 여러분을 도우리라.” 순종의 이 말은 1926년 7월 28일자『신한민보』에 실려 있다.

 

해방은 일본이 우리를 해방했다거나 우리 민족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됐다는 식의 피동적인 어감이 강한 반면, 광복은 우리가 독립을 우리 손으로 쟁취한 능동적인 의미의 어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2017. 12. 28. 06:44
雲靜
 
위 글은 2018년 8월 13일자『오마이뉴스』에 동일한 제목으로 실려 있습니다.